'불출마' 원혜영·백재현의 이유있는 '물갈이론 유감'
민주당 첫 중진급 불출마 선언... '사람 개혁 대신 제도 개혁' 주문
▲ 퇴장하는 중진 원혜영·백재현 더불어민주당 5선 원혜영(경기 부천시 오정구) 의원과 3선 백재현(경기 광명시갑)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5선 원혜영(경기부천 오정구), 3선 백재현(경기 광명갑)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중진 용퇴론'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두 의원은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여 년 가까이 이어온 정치 인생의 마침표를 함께 찍었다. 앞서 이철희, 표창원, 이용득 등 초선 의원들에 이은 첫 중진급 퇴장 선언이다.
"물고기가 아니라 물을 갈아야"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 강조
불출마 초선 의원들이 '인적 쇄신'을 강조한 것과는 결이 다른 메시지였다. '사람 개혁'보다 '제도 개혁'이 먼저라는 것.
▲ "후배들이 정치 바꿔달라" 불출마 선언한 원혜영·백재현더불어민주당 5선 원혜영(경기 부천시 오정구) 의원과 3선 백재현(경기 광명시갑)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원 의원은 기자회견문 낭독이 끝난 뒤 "우리들의 이러한 정치 마무리가 물갈이론 재료로 쓰이는 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 전 물갈이를 통해 국회와 정치가 혁신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총선 때마다) 기본 40% 이하로 물갈이가 안 된 적이 없다. 그런데 국회는 이 모양이다"라면서 "물갈이 이전에,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개원 의무를 명시한 국회법을 강조할 땐 목소리를 높였다. 원 의원은 "국회는 열어놓고 싸워야 한다. 국회법 57조에는 법안심사소위를 월 2회 이상 개원하도록 돼있다.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일하는 것을 봐야 국회의원이 게으른지, 부지런한지 알 것 아닌가"라면서 "국민의 힘으로 법이 정한 회의 개최 규정이라도 지키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또한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현 국회법 규정만 지켜도 국민이 보기에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 그 다음 국회의원을 평가해야 하는데, (지금 구조에선) 아무리 새로 사람이 들어온 들 (상황이) 달라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백재현 의원 또한 "물을 한 번도 바꿔본 적이 없다. 물고기만 바꿨을 뿐이다"라면서 "제도를 개혁해서 물 자체를 바꾸는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젊은 국회와 후배들을 위한 명예로운 결단"
이는 곧 두 의원이 집중했던 개헌에 대한 주문으로 이어졌다. 원 의원과 백 의원은 20대 국회 초반 구성됐던 여야 개헌추진 모임의 주축 인사기도 하다.
원 의원은 "정부가 국회와 힘을 합쳐 국정 방향을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면서 "협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매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 의원은 "국회의원 10년을 해보니, 개헌을 하지 않고선 절대로 (정치개혁이) 쉽지 않겠더라. 4년 후 정치 모습이 어제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국회의원을 계속하는 것이 자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선거개혁의 방향도 제시했다. 선거제도 개편은 개헌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원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 구성은 민의를 반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표의 등가성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은 꼭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틀을 변경하는 것이 함께 돼야 정치 개혁의 틀을 수준 높게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해찬 대표는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명예로운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낸 입장문에서 "보다 젊은 국회와 후배들을 위한 영단에 감사한 마음이 교차한다"면서 "이후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재집권을 위한 역할을 계속 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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