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게도 숨 쉴 권리를", 방진마스크 나눠준 서울시
강병호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등 쪽방주민 등 겨울철 취약계층 실태 점검
▲ 강병호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앞줄 가운데)이 10일 오후 김형옥 영등포쪽방상담소장의 안내를 받아 영등포구 일대의 쪽방촌을 둘러보고 있다. ⓒ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겨울철을 맞아 노숙인과 쪽방주민 등 사회취약계층 실태 점검을 하고 있다.
강병호 서울시복지정책실장 등 시청 직원들은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일대의 노숙인 보호시설(영등포희망지원센터와 옹달샘드롭인센터)과 쪽방촌을 잇달아 방문해 시설 운용 실태를 둘러봤다.
노숙인들의 사연은 가정불화, 사업 실패 등등 다양하다. 야간순찰을 돌다 보면 영등포역 인근에서만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이 20~30명 정도 나오는데, 영등포희망센터에서 잠을 청한 사람이 9일 하루에만 36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센터 앞에는 앞마당을 볼 수 있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노숙인들은 임시쉼터까지 와서도 취침 전 술자리를 벌이곤 하는데, 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불상사를 최대한 방지해보려는 목적이다.
희망센터가 최근 신경 쓰는 부분은 미세먼지 대책이다. 센터 내부에 공기청정기가 마련되어 있고, 미세입자를 94%가량 차단해주는 KF94 마스크를 나눠주는데 마스크 찾는 사람이 하루 평균 100명가량 된다고 한다. 박성곤 센터장은 "노숙인들은 겨울철에 혹한과 미세먼지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분들이 숨 쉴 권리를 찾아주는 것도 저희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금이라도 더 삶에 대한 의지를 찾은 노숙인들은 임시쉼터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옹달샘드롭인센터로 간다. 걸어서 5분이 안 되는 거리지만, 거리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여기까지 오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라고 한다.
옹달샘센터에는 응급잠자리와 목욕, 세탁, 저녁식사가 가능하고 노숙인들의 재활의지를 북돋을 수 있는 간이 작업장이 마련되어 있다. 종이 쇼핑백을 만드는 등의 단순 노동을 하고 일당을 받을 수 있지만 일거리 공급이 안정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옹달샘센터는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 잘 나타나지 않는 여성노숙인들을 위해 별도의 시간을 정해서 식사를 제공한다. 센터 측은 "옹달샘에서 식사하는 남녀 성비가 6 대 1 정도 된다. 어제(9일)는 13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전했다.
영등포역 옆에 형성된 쪽방촌의 안전을 살피는 것도 서울시의 역할이다.
영등포쪽방촌에는 기초수급자 357명, 65세 이상 174명, 장애인 65명 등 600여 명이 20~30만 원의 월세를 내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들에게 겨울철 최대의 과제는 화재 방지다. 나무 합판으로 얼기설기 지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에 한 군데에서 실화(失火)가 발생하면 쪽방촌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 지난 11월 23일 오후 5시경에도 화재가 한 건 있었지만, 초기에 진화돼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는 쪽방촌의 화재 예방을 위해 9월18일부터 11월15일까지 시내 5개 쪽방촌의 전기 및 가스(LPG) 시설물을 전문기관(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점검 의뢰하여 183건을 현장 개보수하고, 부적합시설 36개소에 대해서는 건물주 등에게 시정 권고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가장 무서운 게 화재"라며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이곳에서 50년을 살았다는 주민 김성식씨는 "일반 주택가를 생각하면 안 된다. 독거인이 술 취한 상태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잠이 들어서 화재가 일어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시에서 재정을 지원해서 2~3명이 순찰을 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자, 강병호 복지정책실장은 "시에서 방법을 찾아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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