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다"며 서로를 욕하던 이 부부가 준 감동
[리뷰] 영화 <결혼이야기>, 법정 치정극은 아니었지만...
스칼렛 요한슨의 '인생작'으로 요즘 입소문을 타고있는 영화 <결혼이야기>. 제목은 분명 결혼 이야기인데 정작 내용은 '이혼 이야기'입니다. 한 부부가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때론 치졸하고 치사한 구석까지 보여줌으로써 역으로 결혼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찰리(애덤 드라이브)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뉴욕 한 극단의 감독과 배우입니다. 찰리는 실험성 강하고 작품성 있는 작품으로 재능을 인정받음으로서 마침내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게 된 유능한 감독이고, 아내 니콜은 LA출신으로서 TV로 데뷔하여 막 스타덤에 오르려는 찰나, 찰리를 만나 스타의 꿈을 포기하고 뉴욕으로 와서 남편의 연극무대에 오르는 배우죠. 이 부부에게는 아홉 살 아들, 헨리가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이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된 이유나 배경을 가뿐히 생략하고, 별거를 시작한 뒤 법정 공방을 다투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특히 양육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데요, 그렇다고 '4주 후에 뵙겠습니다'와 같은 <사랑과 전쟁>류의 법정 치정극은 아닙니다.
이혼을 준비하고 소송을 준비하면서 겪게 되는 온갖 문제들을 보여주는데요. 그 과정에서 부부는 마음에 없는 모진 말과 비난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안쓰럽고 짠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살았다면, 마냥 미워할 수만도 없는게 또 부부라는 묘한 관계니까요.
결혼생활이라는 동상이몽
아마도 애당초 방송와 연극이라는 매체의 성격 자체가 닮은 듯 다른 것처럼, 찰리와 니콜의 꿈도 생각도 서로 달랐습니다. 뉴욕에서 연극으로 기반을 닦으려는 찰리와 LA로 가서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펼쳐보이고 싶었던 니콜. 두 사람 모두 재능이 있고 꿈은 있었지만, 정작 상대의 꿈에는 집중하지 못했던 거죠. 그들은 상대의 꿈과 바람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아니, 사실은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욕심 때문에 못 본 척 했는지도 모르죠.
어디 찰리와 니콜뿐이겠습니까. 어쩌면 결혼은 영원한 '동상이몽'인지도 모릅니다. 평소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에 한번쯤 귀 기울이고 들어보았더라면 더 좋았겠죠. 아마 우리 대부분은 다들 그렇게 동상이몽을 꿈꾸며 살지 않을까 싶네요.
피 튀기는 부부싸움...10분간의 롱테이크
내용 중 찰리와 니콜이 그야말로 피튀기는 말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10분간 나오는데, 현실 부부싸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대화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며 상대의 부모를 공격하고(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부모에게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평소 못마땅했던 상대의 지저분한 버릇과 습관을 들추고 성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등 상대 가슴에 대못을 쿵쿵 박습니다.
급기야는 '너를 계속 앞으로 알고 지내야 한다는게 끔찍하다, 재수없다', '나는 아침에 눈 뜰 때마다 네가 몹쓸 병에 걸려 죽거나 차에 치여죽길 간절히 바란다'는 등 악담을 넘어 거의 저주를 퍼붓기에 이릅니다. 이쯤되면 정말 막가자는 건데요.
그렇게 악을 쓰고 죽일 것 처럼 싸우던 두 사람은 흐느껴 울며 그 자리에서 바로 서로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마음에 없는 말로 서로를 죽이려했던 자신의 추악한 민낯을 본 겁니다. 이 영화의 최고의 한 장면이라면 아마도 이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10분간 이어지는 피비린내는 부부 말싸움 롱테이크씬. 여러분도 꼭 한번 보세요. 아마 누구도 저렇게 싸우며 살고싶진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나라는 생각도요. 결혼한 사람이라면, 아마 또르륵 눈물이 떨어질 지도 모릅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혼이라는 게임
결국 니콜과 찰리는 이혼을 합니다. 영화에서는 니콜이 이기고, 찰리가 지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이혼에 이르는 과정은 결국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없는 그저 상처만 남는 전쟁인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바닥을 모두 봐 버린 후에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두 사람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 상대의 매력에 대해 본인들이 직접 쓴 글입니다. 이혼조정관이 이혼을 하기 전, 상대에 대한 매력을 써올 것을 부탁합니다. 이혼에 들어가면 서로가 추악해지니, 그 전에 상대에 대한 사랑의 불씨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조정해보려는 노력이었죠. 하지만 막상 낭독하는 자리에서 니콜은 거부합니다. 그리고 둘의 사이는 더욱 급랭상태가 되며 본격적인 이혼 소송에 들어가는데요.
아뿔싸!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찰리는 그 글을 우연히 읽게 되고 니콜의 진심을 알게 되죠. 이미 이혼해 버린 후인데, 그딴 거 읽어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늦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 않을까요. 이혼했다고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은 그대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더 이상 부부는 아니지만 두 사람에게는 부모라는 역할이 남아있습니다.
이혼이 더 이상 흉허물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현실 속 이혼은 조금 더 구차하고 치사할 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결혼이야기>는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결혼생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홥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인생 영화라는 평가에도 한 표 던집니다. 물론 애덤 드라이브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독설을 날릴 땐 정말 징글징글 미웠으니까요.
▲ 행복해보이는 한 부부의 결혼이야기 혹은 이혼이야기 ⓒ 넷플릭스, 판시네마(주)
주인공 찰리(애덤 드라이브)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뉴욕 한 극단의 감독과 배우입니다. 찰리는 실험성 강하고 작품성 있는 작품으로 재능을 인정받음으로서 마침내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게 된 유능한 감독이고, 아내 니콜은 LA출신으로서 TV로 데뷔하여 막 스타덤에 오르려는 찰나, 찰리를 만나 스타의 꿈을 포기하고 뉴욕으로 와서 남편의 연극무대에 오르는 배우죠. 이 부부에게는 아홉 살 아들, 헨리가 있습니다.
이혼을 준비하고 소송을 준비하면서 겪게 되는 온갖 문제들을 보여주는데요. 그 과정에서 부부는 마음에 없는 모진 말과 비난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안쓰럽고 짠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살았다면, 마냥 미워할 수만도 없는게 또 부부라는 묘한 관계니까요.
결혼생활이라는 동상이몽
▲ 결국....이 부부에게 결혼은 동상이몽이었던걸까? ⓒ 넷플릭스, 판시네마(주)
아마도 애당초 방송와 연극이라는 매체의 성격 자체가 닮은 듯 다른 것처럼, 찰리와 니콜의 꿈도 생각도 서로 달랐습니다. 뉴욕에서 연극으로 기반을 닦으려는 찰리와 LA로 가서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펼쳐보이고 싶었던 니콜. 두 사람 모두 재능이 있고 꿈은 있었지만, 정작 상대의 꿈에는 집중하지 못했던 거죠. 그들은 상대의 꿈과 바람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아니, 사실은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욕심 때문에 못 본 척 했는지도 모르죠.
어디 찰리와 니콜뿐이겠습니까. 어쩌면 결혼은 영원한 '동상이몽'인지도 모릅니다. 평소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에 한번쯤 귀 기울이고 들어보았더라면 더 좋았겠죠. 아마 우리 대부분은 다들 그렇게 동상이몽을 꿈꾸며 살지 않을까 싶네요.
피 튀기는 부부싸움...10분간의 롱테이크
내용 중 찰리와 니콜이 그야말로 피튀기는 말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10분간 나오는데, 현실 부부싸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처음에는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대화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며 상대의 부모를 공격하고(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부모에게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평소 못마땅했던 상대의 지저분한 버릇과 습관을 들추고 성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등 상대 가슴에 대못을 쿵쿵 박습니다.
급기야는 '너를 계속 앞으로 알고 지내야 한다는게 끔찍하다, 재수없다', '나는 아침에 눈 뜰 때마다 네가 몹쓸 병에 걸려 죽거나 차에 치여죽길 간절히 바란다'는 등 악담을 넘어 거의 저주를 퍼붓기에 이릅니다. 이쯤되면 정말 막가자는 건데요.
그렇게 악을 쓰고 죽일 것 처럼 싸우던 두 사람은 흐느껴 울며 그 자리에서 바로 서로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마음에 없는 말로 서로를 죽이려했던 자신의 추악한 민낯을 본 겁니다. 이 영화의 최고의 한 장면이라면 아마도 이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10분간 이어지는 피비린내는 부부 말싸움 롱테이크씬. 여러분도 꼭 한번 보세요. 아마 누구도 저렇게 싸우며 살고싶진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나라는 생각도요. 결혼한 사람이라면, 아마 또르륵 눈물이 떨어질 지도 모릅니다.
▲ 또다른 버전의 포스터. 니콜(스칼렛 요한슨)의 세상은 L.A이며 찰리(애덤 드라이브)의 세상은 뉴욕이다. 마주보고 있지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부의 꿈과 바람을 표현한 재미있는 포스터 ⓒ 넷플릭스, 판시네마(주)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혼이라는 게임
결국 니콜과 찰리는 이혼을 합니다. 영화에서는 니콜이 이기고, 찰리가 지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이혼에 이르는 과정은 결국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없는 그저 상처만 남는 전쟁인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바닥을 모두 봐 버린 후에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두 사람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 상대의 매력에 대해 본인들이 직접 쓴 글입니다. 이혼조정관이 이혼을 하기 전, 상대에 대한 매력을 써올 것을 부탁합니다. 이혼에 들어가면 서로가 추악해지니, 그 전에 상대에 대한 사랑의 불씨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조정해보려는 노력이었죠. 하지만 막상 낭독하는 자리에서 니콜은 거부합니다. 그리고 둘의 사이는 더욱 급랭상태가 되며 본격적인 이혼 소송에 들어가는데요.
아뿔싸!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찰리는 그 글을 우연히 읽게 되고 니콜의 진심을 알게 되죠. 이미 이혼해 버린 후인데, 그딴 거 읽어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늦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 않을까요. 이혼했다고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은 그대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더 이상 부부는 아니지만 두 사람에게는 부모라는 역할이 남아있습니다.
이혼이 더 이상 흉허물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현실 속 이혼은 조금 더 구차하고 치사할 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결혼이야기>는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결혼생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홥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인생 영화라는 평가에도 한 표 던집니다. 물론 애덤 드라이브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독설을 날릴 땐 정말 징글징글 미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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