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하지만 즐거운 '친환경 지구별 여행'
환경재단 주최 제14회 그린보트 승선기
"쓰레기란 인간이 남긴 욕망의 흔적입니다. 욕망이 많아지면 쓰레기가 늘어나기 때문에 욕망을 줄입시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지난 7일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그린보트' 선상에서 <오마이뉴스>에 한 말이다. 최 이사장은 특히 "그린보트에 타면 육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깊이 생각할 수 있다"면서 "배 안에선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같이 교류하며 신나게 즐기는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좋다"고 말했다.
지구를 생각하는 아주 특별한 항해, 제14회 그린보트가 지난 7일 부산항에서 불편하지만 즐거운 항해를 시작했다. 출항일 오후, 부산국제여객터미널 3층엔 항해를 떠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지에서 온 참가자 1200여 명을 태울 5만 7천t 규모의 네오로만티카호로 향하는 출국장에 모인 사람들은 설렘 가득한 표정이었다.
망망대해에서 지루함을 버리다
오후 4시경부터 승선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피난 훈련을 시작으로 그린보트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마음껏 쓰기 어려운 공해상에서 지루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유익한 강의와 전문 댄서들의 공연, 선상 마술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배 위에서의 지루함을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환경재단이 일본 피스재단과 함께 진행했던 '피스&그린보트'는 2005년 첫 항해를 시작했다. 각 분야 명사들의 선내 강연과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가능한 여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에는 환경재단 단독으로 주최했다. 7박 8일간 유시춘 EBS 이사장,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등 20여 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환경을 주제로 한 여정을 시작했다.
대만 기륭, 타이베이와 제주를 방문한 뒤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구성된 이번 그린보트는 '즐거운 불편'을 주제로 '고기 없는 한 끼 : MEAT FREE DAY', 'NO 일회용 캠페인', '그린 무비 나이트' 등 다양한 선내 프로그램을 통해 실생활에 밀접한 환경 이슈를 즐겁게 나누는 자리도 마련했다.
매일 저녁 객실에는 선상 신문이 배달됐다. 소설가 은희경, 정유정, 시인 오은의 선상 낭독회로 평소 마주하기 어려운 게스트와 가깝게 소통할 수 있다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 신문을 통해 소개됐다. 그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위기를 주제로 한 조천호 연세대 대기과학과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의 릴레이 강연은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린보트 참가자 김광식(30, YWCA)씨는 "전문가의 강연을 들으니 실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잊을 때가 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노력해야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평소 실천하기 어려운 에코라이프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선내 생활용품 대여소인 '그린 대여소'를 통해 필요한 물건을 빌릴 수 있고 '그린미션'에 참가해 스티커를 받으면 셔츠, 텀블러, 칫솔 등 다양한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박채린(25, 한겨레중학교 교사)씨는 "학생들과 통합 수업으로 참가한 이번 여행에서 학생들은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는 그린챌린지에 가장 관심이 많다"며 "평소 실천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 여행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뜻깊다"고 이야기했다.
각 기항지에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첫 기항지인 타이완 최북단의 항만도시 기륭에서는 해양 생태계 자원인 예류지질공원,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지우펀,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대만 국립고궁박물관 등 자연, 역사, 문화 관광지를 선택해 관광할 수 있다.
다음 기항지인 제주에선 국내 하나뿐인 분화구인 산굼부리, 환상숲 곶자왈 등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국내 천혜의 환경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또한 선상신문을 통해 평소 제주를 관광하면서 가보지 못했던 친환경 가게, 채식 식당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선상신문에 소개된 친환경 가게인 '지구별가게'를 방문해 보았다. 입구 한 쪽 작은 나무판자에 천을 붙여 써놓은 '지구별가게' 간판에서 지속가능한 제로 웨이스트와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이경미 대표('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대표)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혼자 실천하는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보다 많은 사람이 조금씩 실천하는 제로 웨이스트가 훨씬 더 효과적이란 걸 알게 돼서 시작했다"고 '지구별가게'를 열게 된 이유를 이야기했다.
<삽질> 출연자 최열 이사장을 만나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작년에 이어 이번 그린보트를 단독으로 진행하면서 생긴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환경재단이 일본 피스재단과 10여 차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쌓은 경험을 통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배 안에서 하루에 100여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고 기항지에 내려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해야 하니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일본 피스재단과 함께할 때 여러 협의가 필요했지만 이번엔 환경재단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 예를 들어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강연을 독자적으로 기획해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제가 사업을 반대해 1년 형을 받아 못 간 걸 빼면 13번 다 갔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당시 최 이사장이 구속됐던 황당한 상황은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제작진에 밝힌 아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운하 반대했다 옥살이 최열 "MB와 임무교대해야"' http://omn.kr/pgu5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영화 '삽질'에 등장하기도 하는 최 이사장은 "환경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게 현장이다, 현장을 가지 않고 이야기하는 건 관념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삽질>은 현장을 오랜 기간 직접 취재하면서 권력이 잘못된 정책을 세우면 얼마나 많은 사람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지 알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환경, 역사, 문화를 한 번에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일상에서 겪지 못한 여유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테마 크루즈인 그린보트. 지구별을 지키는 즐거운 항해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그린보트에 승선하자. 제15회 그린보트 일정은 내년 1월 중 그린보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지난 7일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그린보트' 선상에서 <오마이뉴스>에 한 말이다. 최 이사장은 특히 "그린보트에 타면 육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깊이 생각할 수 있다"면서 "배 안에선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같이 교류하며 신나게 즐기는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좋다"고 말했다.
▲ 14회 그린보트 참가자 단체 사진 ⓒ 환경재단 그린크루 김범석 포토그래퍼
지구를 생각하는 아주 특별한 항해, 제14회 그린보트가 지난 7일 부산항에서 불편하지만 즐거운 항해를 시작했다. 출항일 오후, 부산국제여객터미널 3층엔 항해를 떠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지에서 온 참가자 1200여 명을 태울 5만 7천t 규모의 네오로만티카호로 향하는 출국장에 모인 사람들은 설렘 가득한 표정이었다.
▲ 그린보트 출항 전, 부산항 체크인 카운터에 보인 참가자들 ⓒ 환경재단 그린크루 천승환 포토그래퍼
망망대해에서 지루함을 버리다
▲ 그린보트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마술쇼 ⓒ 김혜주
환경재단이 일본 피스재단과 함께 진행했던 '피스&그린보트'는 2005년 첫 항해를 시작했다. 각 분야 명사들의 선내 강연과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가능한 여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에는 환경재단 단독으로 주최했다. 7박 8일간 유시춘 EBS 이사장,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등 20여 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환경을 주제로 한 여정을 시작했다.
대만 기륭, 타이베이와 제주를 방문한 뒤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구성된 이번 그린보트는 '즐거운 불편'을 주제로 '고기 없는 한 끼 : MEAT FREE DAY', 'NO 일회용 캠페인', '그린 무비 나이트' 등 다양한 선내 프로그램을 통해 실생활에 밀접한 환경 이슈를 즐겁게 나누는 자리도 마련했다.
▲ 그린보트에서 진행된 채식 프로그램 ‘고기 없는 한 끼 : MEAT FREE DAY’ ⓒ 환경재단 그린크루 천승환 포토그래퍼
매일 저녁 객실에는 선상 신문이 배달됐다. 소설가 은희경, 정유정, 시인 오은의 선상 낭독회로 평소 마주하기 어려운 게스트와 가깝게 소통할 수 있다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 신문을 통해 소개됐다. 그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위기를 주제로 한 조천호 연세대 대기과학과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의 릴레이 강연은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 릴레이 강연을 듣는 참가자들 ⓒ 환경재단 그린크루 천승환 포토그래퍼
그린보트 참가자 김광식(30, YWCA)씨는 "전문가의 강연을 들으니 실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잊을 때가 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노력해야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평소 실천하기 어려운 에코라이프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선내 생활용품 대여소인 '그린 대여소'를 통해 필요한 물건을 빌릴 수 있고 '그린미션'에 참가해 스티커를 받으면 셔츠, 텀블러, 칫솔 등 다양한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 그린보트 내 마련된 그린 대여소 ⓒ 환경재단 그린크루 윤주성 포토그래퍼
박채린(25, 한겨레중학교 교사)씨는 "학생들과 통합 수업으로 참가한 이번 여행에서 학생들은 에코라이프를 실천하는 그린챌린지에 가장 관심이 많다"며 "평소 실천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 여행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뜻깊다"고 이야기했다.
각 기항지에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첫 기항지인 타이완 최북단의 항만도시 기륭에서는 해양 생태계 자원인 예류지질공원,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지우펀,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대만 국립고궁박물관 등 자연, 역사, 문화 관광지를 선택해 관광할 수 있다.
▲ 자연이 빚어낸 기묘한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 예류지질공원 ⓒ 환경재단 그린크루 김범석 포토그래퍼
다음 기항지인 제주에선 국내 하나뿐인 분화구인 산굼부리, 환상숲 곶자왈 등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국내 천혜의 환경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또한 선상신문을 통해 평소 제주를 관광하면서 가보지 못했던 친환경 가게, 채식 식당을 확인해 볼 수 있다.
▲ 제주에 위치한 친환경 가게 ‘지구별가게’ ⓒ 김혜주
<오마이뉴스>는 선상신문에 소개된 친환경 가게인 '지구별가게'를 방문해 보았다. 입구 한 쪽 작은 나무판자에 천을 붙여 써놓은 '지구별가게' 간판에서 지속가능한 제로 웨이스트와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이경미 대표('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대표)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혼자 실천하는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보다 많은 사람이 조금씩 실천하는 제로 웨이스트가 훨씬 더 효과적이란 걸 알게 돼서 시작했다"고 '지구별가게'를 열게 된 이유를 이야기했다.
▲ ‘지구별가게’의 친환경 간판 ⓒ 김혜주
<삽질> 출연자 최열 이사장을 만나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작년에 이어 이번 그린보트를 단독으로 진행하면서 생긴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환경재단이 일본 피스재단과 10여 차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쌓은 경험을 통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배 안에서 하루에 100여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고 기항지에 내려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해야 하니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일본 피스재단과 함께할 때 여러 협의가 필요했지만 이번엔 환경재단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 예를 들어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강연을 독자적으로 기획해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 환경재단 그린크루 윤주성 포토그래퍼
최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제가 사업을 반대해 1년 형을 받아 못 간 걸 빼면 13번 다 갔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당시 최 이사장이 구속됐던 황당한 상황은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제작진에 밝힌 아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운하 반대했다 옥살이 최열 "MB와 임무교대해야"' http://omn.kr/pgu5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영화 '삽질'에 등장하기도 하는 최 이사장은 "환경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게 현장이다, 현장을 가지 않고 이야기하는 건 관념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삽질>은 현장을 오랜 기간 직접 취재하면서 권력이 잘못된 정책을 세우면 얼마나 많은 사람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지 알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14회 그린보트에 탑승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 환경재단 그린크루 윤주성 포토그래퍼
환경, 역사, 문화를 한 번에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일상에서 겪지 못한 여유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테마 크루즈인 그린보트. 지구별을 지키는 즐거운 항해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그린보트에 승선하자. 제15회 그린보트 일정은 내년 1월 중 그린보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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