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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문화원 시민방문단, 일본 고카시 방문 "한일 관계 녹이는 시발점"

지난 1992년부터 27년간 이어진 시민문화교류

등록|2019.12.18 11:19 수정|2019.12.18 11:19

▲ 지난 13일 이천문화원 시민방문단은 일본 고카시를 방문하여 고카시국제교류협회와 문화교류 일정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마사키 센지로 고카시 부시장, 조성원 이천문화원 원장, 나카지마 노리요시 고카시국제교류협회 회장 ⓒ 김희정

이천문화원(원장 조성원)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일본 고카시를 방문하여 고카시국제교류협회(회장 나카지마 노리요시)와 시민문화교류 시간을 가졌다.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한·일 시민문화교류는 첫날 고카시 가모시카 호텔에서 환영회로 막을 열었다.

이번 환영회에서 고카시 측은 마사키 센지로 고카시 부시장과 타니나가 켄지 고카시의회 의장, 야마시타 요시유키 고카시 교육위원회 교육장, 오오하라 고오조 시가라끼 도자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지역인사와 고카시 관계자, 재일동포 등 40여 명이 참석해 이천거북놀이보존회 사물놀이 공연팀, 이천문화원 일본어동아리가 포함된 이천문화원 시민방문단 15명을 환대했다.

환영회에서 마사키 센지로 고카시 부시장과 조성원 이천문화원 원장, 나카지마 노리요시 고카시국제교류협회 회장과 우에니시 레이노스케 고카시국제교류협회 부회장은 양 도시는 각각 일본과 한국에서 가장 품질 좋은 쌀과 도자기를 생산하는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교류로 얼어붙은 두 나라의 관계를 따뜻하게 녹이는 시발점이 되자는 인삿말을 주고 받았다.

이어 소개된 '고카시 고카 녹차 및 고카 지방주를 시가라끼 도자기 그릇에 대접하는 조례'는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고카시 의회는 2015년 3월 11일 이 조례를 제정했는데 이는 고카시의 전통 산업인 고카 녹차 및 고카 지방에서 빚은 술을 시가라끼 도자기 그릇에 담아 대접하는 습관을 확산시킴으로써 지역 특산품을 보급시키고 지방의 전통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에 근거하여 고카시에서 생산한 차와 술을 시가라끼 산 도자기 잔에 담아 방문단을 대접하고 환영했다.
 

▲ 14일 오전 고카시 ‘마을만들기활동센터 마룸’에서 이천문화원 시민방문단과 고카시 국제교류협회의 문화교류회가 열렸다. 이날 고카측에서는 일본 전통음악인 '아악'을 선보였다. ⓒ 김희정


이날 환영회에서 이천도자기와 고카시 공예품 등 특산품 교환 이후 한·일 참석자들 간의 소통과 대화의 장이 마련됐는데 이 또한 의미가 깊었다. 행사 일정을 최대한 간소화하고 테이블마다 한·일 참석자가 함께 앉도록 자리를 배치하여 양국 시민들이 한류문화와 양측 도시의 산업,  대중문화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는 시간을 갖도록 구성했다.

이날 양국 관계자들의 대화는 밤이 늦도록 이어졌다. 양측은 문화교류의 회수가 오래 된 만큼 실질적인 교류와 향후 새로운 발전 가능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고카시 측에서는 농촌청년유입정책 및 농촌 문화 활성화 방안, 재해대책 방안, 근로자교육, 환경, 교육, 다문화, 이천의 축제 시 일본 동아리 부스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이천문화원 측에서는 교류 분야를 너무 넓히기 보다는 도예, 전통민속, 전통음악, 요리문화, 어르신 및 청소년 문화교류, 한국어반과 일본어동아리 교류 등 생활문화 분야의 실질적인 민간교류를 제시했다. 아울러 양측은 도예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 차원의 미래지향적이고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이튿날 오전에는 고카시 미나쿠찌정에 있는 '마을만들기활동센터 마룸'에서 양측 문화교류회가 열렸다. 이날 양측 교류단은 물론 재일본 대한민국부녀회 시가현 지방본부 회원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와나가 히로끼 고카시장은 "고카시와 이천시는 2005년 시민방문단의 교류를 시작으로 중학생 교류 사업 등 다양한 교류활동을 계속하면서 우호관계를 돈독하게 다져왔다. 고카시국제교류협회와 이천문화원의 인연과 우정을 귀중히 여기며 앞으로도 더욱 깊은 교류를 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14일 오전, 고카시 ‘마을만들기활동센터 마룸’에서 열린 이천문화원 시민방문단과 고카시국제교류협회의 한일 시민문화교류회에서 이천거북놀이보존회 사물놀이 공연팀은 '삼도 사물놀이'를 연주해 교류단으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 김희정


이날 고카시측에서는 일본의 전통아악 연주를 선보였으며 이어서 이천거북놀이보존회의 '삼도 사물놀이' 공연으로 흥을 돋았다. 아울러 재일본 대한민국부녀회 시가현 지방본부 회원들이 손수 준비한 김치와 잡채와 부침개, 이천문화원 측에서 준비한 이천 산수유차와 한과, 고카시국제교류협회 등에서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교류회의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이번 이천문화원 시민방문단 가운데 3명은 고카시국제교류협회 회원 집에서 2박3일간 홈스테이를 했다. 그 중 이미경(49)씨는 "이천문화원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다가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한국에서 우려했던 한일 양국의 갈등으로 혹시나 가정을 방문했을시 불편한 느낌이나 감정을 받게 될까봐 걱정했는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라면서 "인간적으로 굉장히 호의적이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감동받았고 진심으로 그 가족 모두를 우리집으로 초대하고 싶은 맘이 들었다. 역사의 아픔은 분명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양국의 좋은 점은 서로 배우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일본 대한민국부녀회 시가현 지방본부 회원들은 "한국에서 이렇게 방문하여 기쁘고 힘이 된다. 양국 관계가 속히 원활해져서 이러한 민간차원의 문화교류가 쉼 없이 계속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 14일 오전, 고카시 ‘마을 만들기 활동센터 마룸’에서 한일 양측 시민 문화교류회가 열렸다. 2020년에는 고카시국제교류협회가 이천시를 방문한다. ⓒ 김희정



이번 한·일 시민문화교류는 2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양도시간 자매결연이 처음 시작된 것은 시가라끼정 관광협회가 일본에 도자기를 전파한 한국의 도자도시와 교류를 희망하던 중 1992년 12월 시가라끼정 관광협회 관계자가 이천문화원을 방문하면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1996년 이천문화원과 시가라끼정 관광협회는 우호친선제휴를 맺고 다양한 문화교류를 활발히 추진했으며 1999년 10월 23일에는 이천시와 시가라끼정은 자매결연을 맺었다. 2004년 10월 1일 시가라끼정을 비롯한 4개 정이 고카시로 통합되면서 2005년 이천문화원은 고카시국제교류협회와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격년제로 상대방 도시를 방문하며 민간 차원 문화교류 창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또한 이번 한·일 시민문화교류는 당초 10월11일~13일까지 3일간 고카시의 시가라끼도예축제 기간에 맞춰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태풍 19호의 영향으로 축제가 취소되어 교류를 연기했다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민간교류의 장을 위축시킬 수 없다는 양측의 공감대가 이루어져 성사됐다. 이천문화원 시민방문단은 행사 후 '미호뮤지엄', '비와호','시가라끼 도예의 숲' 등을 견학하고 15일 저녁 귀국했다.

2020년에는 고카시국제교류협회가 이천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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