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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향해 소리 지른 검사... 역대급 '정경심 재판'

[4회 공판준비기일] 검찰, PPT 띄워 재판부 지적하려 했으나 판사 불허

등록|2019.12.19 14:52 수정|2019.12.20 12:49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4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시민들이 방청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9.12.19 ⓒ 연합뉴스


검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재판장은 "앉으시죠"라는 말을 반복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법정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급기야 재판장의 "몇 번 이야기했습니까!"라는 지적과 검사의 "한 마디도 못하게 하시고!"라는 고성이 오갔다.

재판장의 강경함에 검사들은 수시로 머리를 맞대며 이야기를 나눴고, 일부는 팔짱을 낀 채 연신 "후" 한숨을 내쉬었다. 안경을 벗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내젓는 검사도 있었다. 엄중한 분위기 속에 이따금 방청객들이 술렁이자 법원 직원은 "조용히 하세요"라며 이를 제지했다.

재판이 끝난 뒤엔 검찰과 변호인측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방청석에선 양측이 나눈 대화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지만, 결국 한 검사가 김칠준 변호사를 향해 "변호사님도 검찰 모욕하시잖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정을 나온 검사들은 낮은 목소리로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야?", "잘 참았어요"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부장검사 포함, 재판에 검사 9명 투입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부장판사 송인권)가 19일 오전 진행한 정경심 동양대 교수(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의 4회 공판준비기일은 재판부와 검찰, 그리고 검찰과 정 교수 변호인측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이따금 감정적인 발언이 오갔고, 특히 검찰이 재판부를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 총 9명의 검사를 투입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소속의 고형곤 부장검사, 이광석·강백신 부부장검사, 김진용·천재인·강일민·안성민·곽중욱 검사와 이번 수사를 위해 외부에서 투입된 한문혁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법정에 자리했다. 검사 9명, 그것도 부장검사가 직접 법정에 나왔다는 점은 그만큼 검찰이 이 재판에 신경을 쏟고 있음을 의미한다.

변호인측도 김칠준·조지훈(법무법인 다산), 김종근·유지원·서형석·이재규·박재형(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 등 7명이 법정에 나왔다. 법정 또한 기존 일반법정에서 417호 대법정으로 바뀌었는데, 재판 시작 1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져 있을 만큼 방청객이 몰렸다.

앞서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정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기소). 하나가 지난 9월 6일 기소한 동양대 표창장 건(사문서 위조 혐의), 다른 하나가 지난 11월 11일 기소한 사모펀드·입시비리·증거조작 건(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이다.

그런데 검찰은 동양대 표창장 건 공소장(검찰이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하는 문서)을 변경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관련기사 : 정경심 재판부 "검사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 안 하나?"). 그러자 검찰은 본래 동양대 표창장 건 기소를 유지하면서도, 같은 사안으로 재차 기소 절차를 밟은 상황이다(관련기사: 법조계도 갸우뚱... '동양대 표창장' 의혹, 이상한 재판되다).

이날 법정이 얼어붙은 이유는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은 지난 3회 공판준비기일 때문이었다. 재판에 앞서 검찰은 재판의 중립성과 조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이날 추가로 PPT를 띄워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재판 시작 전 일찍 법정에 나온 검찰은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점검하며 미리 '제3회 공판준비기일 조서 관련 의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란 제목의 PPT 문서를 열어두기도 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9.10.23 ⓒ 이희훈


재판부 "중립성,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겠다"

하지만 송인권 부장판사는 검찰이 미리 제출한 의견서에 대한 답변을 내놓으며, 검찰의 PPT 설명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광석 부부장검사 = "지난 공판기일 진행과 관련해서 저희들의 의견을 사전에 좀 밝히고자 합니다."

송인권 부장판사 = "재판부가 먼저 말씀드리고 진행과정을 논의하려고 합니다. 앉으시죠. 검찰에서 (사전에) 녹음을 요청했습니다. 저희가 녹음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녹취할 여건이 되지 않으니 녹음만 하겠습니다. 그리고 공판준비기일 조서에는 모든 상황을 담을 수 없습니다. 재판장이 중요하다고 판단된 것만 담기 때문에 추가 내용이 판단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녹음이 되고 있으니 조서 기재는 필요 없을 듯합니다."

이광석 = "재판장님, 3회 공판준비기일 조서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했습니다만, 공판중심주의 내지 구두변론주의 원칙에 맞춰 저희가 법정에서 구두로 먼저 말씀을 드리고 재판장이 의견을 말씀하시는 게 맞는 절차입니다."

송인권 = "저희가 의견서를 다 읽어봤습니다. 법에 따라 저희도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12월 11일(3회 공판준비기일 다음 날) 이후 검찰에서 많은 의견서를 내줬습니다. 그 중 제목이 좀 특이한 의견서가 있습니다. 재판부의 예단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과 (3회) 공판준비기일 조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신 내용입니다.

먼저 재판부의 중립성을 지적하신 것은 그런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재판부 입장에서도 검찰 의견서를 계기로 재판부의 중립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판준비기일 조서의 이의제기와 관련해선 조서에 모든 내용을 기재할 수 없습니다. 법에도 그렇고 실무에서도 그렇습니다. 다만 지난 기일에 핵심적 내용은 검사가 신청한 공소장 변경신청을 허가하지 않은 것이고, 이에 검사가 분명 이의를 신청했음에도 그 부분이 조서에 기재되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에 한해서 수정하는 방법을 법에 따라 검토하겠습니다."

이후 송 부장판사가 재판 절차를 이어가려고 하자 여러 검사가 돌아가면서 일어나 "검찰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이의를 제기할 내용이 있다"라고 제동을 걸었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불만을 이야기하는 검사들의 이름을 각각 물어보며 "○○○ 검사님, 앉으시죠", "의견서를 다 읽어봤고 저희가 유감을 표명했다"라고 대응했다.

이후 절차에 따라 변호인측이 검찰 증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검찰은 더욱 거세게 반발했다. 강일민 검사는 고성을 내지른 뒤 재판부가 아닌 방청석을 바라보며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강일민 검사 = "변호인의 의견은 들으시면서 검찰은 한 마디도 못하게 하시고! 왜 검찰 의견은 듣지 않으시고 변호인은 실물 화상기까지 띄워 설명하게 합니까. (방청석을 바라보며) 검찰은 실물 화상기를 띄울 기회도 없어 제대로 말씀드릴 수도 없지만 (변호인측의 의견은) 명백히 허위입니다. 제가 지금 재판에 지장을 주려고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닙니다."

송인권 부장판사 = "앉으세요."

강일민 = "앉으세요? 공문서에 대한 이의제기인데 (재판부는) 단 한 마디도 듣지 않고 있습니다."

송인권 =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 다 읽어봤습니다. 앉으세요."

이광석 부부장검사 = "저희에게 진술 기회를 주십시오."

송인권 =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허가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강백신 부부장검사
 = "허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송인권 = "일단 좀 앉으세요. 재판진행에 방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강백신 = "일단 알겠습니다."
 

▲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이종배 대표(왼쪽)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정경심 교수 사건과 관련,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송인권 판사를 직권남용죄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2019.12.13 ⓒ 연합뉴스


마지막까지 신경전

재판 마무리 즈음에는 변호인측도 의견을 보탰다.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이) 공판중심주의를 이야기했는데 이는 재판부의 소송지휘를 충실히 따르는 것을 전제로 한다"라며 "30년 동안 재판을 해봤지만 이 같은 재판진행은 본 적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 모두가 한 분도 예외 없이 재판장의 발언을 제지하거나 일방적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법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나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재판장에게 발언권을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형곤 부장검사는 "마지막으로 저희 검찰에서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많은 이의를 제기했는데, 재판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 책임을 통감한다"라면서도 "재판이 신속하게, 정확하게 진행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의견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러한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차후 불필요한 잡음이나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선 검찰이 수집한 증거의 문제점을 지적한 변호인측과 이에 반박하는 검찰 사이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이날 재판 직전 변호인측 의견서가 제출된 탓에, 송 부장판사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다. 또 동양대 표창장 건 외 사모펀드·입시비리 건 중 어떤 것을 먼저 진행할지도(검찰은 "입시비리 먼저"를, 변호인은 "사모펀드 먼저"를 주장) 다음 공판준비기일에 결정하기로 했다. 동양대 표창장 건 추가기소 사건을 기존 사건과 병합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후 검찰과 변호인측 의견을 듣기로 했다.

피고인은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날 정 교수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다음 5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9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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