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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을 '개'에 빗댄 한국당 "좌파충견 노릇했다"

심재철, 긴급 기자회견 열고 "문희상, 입법부 수장으로 인정 못 해, 법적대응 하겠다"

등록|2019.12.24 11:31 수정|2019.12.24 14:41

한국당 농성장 바닥에 놓인 '나를 밟고 가라!' 현수막자유한국당만 뺀 4+1 협의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을 도출해 자유한국당의 저지를 뚫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다음날인 24일 오전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 뒤로 황교안 대표가 무기한 농성 돌입 당시 펼친 '나를 밟고 가라!' 대형 현수막이 바닥에 놓여 있다. ⓒ 남소연


[기사 수정 : 24일 오후 2시 38분]

"어제 문희상 국회의장은 참으로 추했습니다. 의장의 권위도 위신도 팽개치고 좌파의 충견 노릇, 충실하게 했습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24일 심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23일) 본회의에 상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문희상 의장을 "문 의장 당신"이라고 칭하며 "충견 노릇을 했다"라고 개에 비유했다.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라, 부끄럽기 그지없고 추하다"라는 힐난도 덧붙였다.

문 의장은 지난 23일 오후 9시 40분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난항 끝에 도출해낸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이 바로 그것이다(관련 기사: 카운트다운 들어간 선거법...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시작됐다). 당시에도 한국당은 국회의장 단상 앞에 몰려가 상정에 반발하며 "날강도"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문희상 의장에 항의하는 심재철-강효상 의원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임시국회 회기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거절하자 자유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과 심재철 원내대표, 김학용 의원이 의장석에 올라가 문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의장석 아래 강효상 의원 등도 문 의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심재철 '마이크 앞으로!' 자유한국당만 뺀 4+1 협의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을 도출해 자유한국당의 저지를 뚫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다음날인 24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마이크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 남소연


심 원내대표는 "문 의장은 지난 10일 예산안 날치기 때도 책무를 팽개치더니 어제는 더 야비해졌다"라며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문 의장의 이런 파렴치한 진행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회기 결정에 대한 무제한토론은 국회법상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라며 이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제는 위헌"이라며 "첫째, 지역구-비례 투표를 연동시키기 때문에 직접선거 원칙에 위배되고, 둘째로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되면 비례대표가 적어 여당·제1야당의 표 중 약 80%가 사표가 될 수 있으므로 평등선거 원칙에도 위배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추태 정부와 민주당, (민주당의) 2·3·4중대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깎아내리며 "즉각 연동형 비례제를 포기하라"라고 덧붙였다.

"문희상, 수장으로 인정 못 해"... 형사고발 등 법적대응 시사
  

침구류만 남은 자유한국당 국회 농성장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인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던 황 대표의 건강 이상으로 입원 소식이 알려진 24일 오전 로텐더홀 자유한국당 농성장이 휑한 가운데 농성에 대비한 침구류 등이 쌓여 있다. ⓒ 남소연

  

4+1 선거법 상정 다음 날 기자회견 자청한 심재철자유한국당만 뺀 4+1 협의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을 도출해 자유한국당의 저지를 뚫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다음날인 24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만희 대변인, 심 원내대표,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 ⓒ 남소연


한국당은 국회의장을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문 의장을 더는 입법부 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며 "한국당은 문 의장을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하고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뒤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국회의장이 책무를 저버리면 탄핵할 수 있게 조항을 신설하도록 국회법도 개정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 민주당과 심손정박(심상정·손학규·정동영·박지원)을 꼭 심판해주십시오" "국민들에게 호소한다, 한국당을 도와주십시오"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심 원내대표는 회견 모두 발언 뒤 "(이 정도면) 충분하시죠"라며 걸어 나갔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왜 질문은 안 받느냐" "기자회견이지 않느냐"라며 웅성거렸지만, 곁에 있던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모두발언만 하는) 간담회"라며 "고생들 많으시다"라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한국당 공보실 관계자는 이후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 "원내대표가 걸어 나가는 동안에도 기자들이 따라가거나 외치며 질문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며 "원내대표가 질문을 받지 않은 게 아니라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편, 전날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금지된 예산안 부수법안에 대해서도 무더기 수정안을 제출하는 등 의사 진행을 지연하려 한 한국당은 선거법이 상정되자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반대토론), 김종민 민주당 의원(찬성토론)에 이어 24일 오전 10시 40분 현재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약 4시간 15분째 반대토론을 진행 중이다. 선거법 표결 시점은 오는 26일 오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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