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받지 못한 채로 전면 개통한 '원산안면대교'
어민들 항의로 개통식도 못 열어... 태안군수, 보령시장도 불참
▲ 태안~보령간 해상교량 개통식 날 집회에 나선 고남어민들축포가 터져야 할 해상교량 개통식 날 해상교량 건설로 인해 어장이 황폐화됐다는 어민들의 시름소리만 높아갔다. 이날 개통식은 태안군과 보령시간 명칭 갈등 탓인지 이례적으로 열리지 못했다. ⓒ 박용성 제공
"그동안 해상교량 명칭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지역 발전을 위한 일에 갈등이 존재한다면 그 의미는 반감되고 퇴색되기 마련이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보령과 태안은 함께 협력해야 할 동반자다. 그 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과 상생발전 방안을 함께 모색해 주시길 거듭 당부드린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난 23일 제69차 충남도 실국원장 회의 중 모두 발언 중 한 말이다.
특히, 줄곧 주장하던 '솔빛대교'가 아닌 '원산안면대교'로 명칭을 빼앗겼다고 판단한 안면도주민들이 간소하게나마 개통식이 열릴 예정이었던 해상교량 입구에서 집회를 열면서 개통식은 열리지도 못했다. 오히려 해상교량 앞은 해상교량 건설로 인해 어장환경이 변화됐고, 어장 황폐화로 이어지면서 바지락 생산량이 급감했다는 고남면 10개 어촌계 주민들의 시름소리로 가득찼다. 이로 인해 '상생'의 상징이 되어야 할 해상교량이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축포 대신 어민들의 신음만 가득
▲ 26일 전면 개통한 해상교량7개월간 명칭 갈등을 겪었던 태안~보령간 해상교량이 26일 전면 개통했다. ⓒ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7개월간 이름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던 태안~보령간 해상교량이 국가지명위원회로부터 '원산안면대교'로 명명된 가운데 26일 전면 개통했다. 이로써 서해안 관광벨트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원산도와 안면도를 연결하는 연육교 해상교량(보령~태안 2공구)은 올해 준공사업으로, 전국의 해상교량 가운데 6번째로 긴 다리이며, 명칭은 지난 13일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원산안면대교'로 최종 의결, 결정됐다.
참고로 국내 해상교량 연장 중 가장 긴 다리는 천사대교 2공구 현수교로 3640m이며, 두 번째도 천사대교로 1공구 사장교가 3584m다. 세 번째는 목포대교로 3060m, 네 번째는 거금대교로 2028m이며, 다섯 번째는 1820m의 칠산대교다. 그리고 1755m의 원산안면대교가 여섯번째로 뒤를 잇고 있다.
보령~태안 2공구(6.1㎞, 2~4차로)는 총사업비 2082억 원을 투입해 10년여 만에 공사를 완료함으로써 그동안 안면도와 원산도간 섬으로 단절됐던 국도77호선(부산에서 남해안~서해안~한강을 거쳐 황해북도 개성특급시에 이르는 도로로 총 연장 728.125km)을 연결하는 성과를 이루게 됐다.
특히, 기존 일일 2~3회 운행하는 여객선을 이용하던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은 이번 해상교량 개통으로 24시간 원산도와 육지를 오갈 수 있게 됐고, 지난 추석연휴 간에는 비공식적인 임시개통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호응을 받았다.
아울러, 원산도 테마랜드 조성사업 등 지역개발 가속화로 충남 서해권의 관광‧휴양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추가로 국내 최장 해저터널(L=6,927m)이 포함된 1공구가 2021년 말 완공되면 대천해수욕장에서 안면도 영목항까지 운행거리가 기존 75㎞에서 14.1㎞로 무려 60.9㎞가 단축되고, 소요시간도 80분이 절약된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원산도와 안면도를 잇는 해상교량 등 3건의 도로 개통이 충남 서북부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도 지역발전과 국민들의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로환경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원산안면대교가 서해안 관광벨트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26일 전면 개통되며 축포가 터졌어야 할 원산안면대교에는 어민들의 신음소리로 가득 찼다.
'태안-보령은 협력해야 할 동반자' 강조한 양 지사… 하지만 현실은
▲ 개통식날 원산안면대교 앞 전경명칭 갈등으로 인해 환영받지 못한 원산안면대교의 개통식 날 태안 방면 입구에는 해상교량 건설로 인해 어장이 황폐화됐다고 하소연하는 어민들이 펼침막을 들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 박용성 제공
이날 원산안면대교 앞에 선 고남면 10개 어촌계 어민들은 손에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피해어민 시름 외면 말라', '엉터리 피해조사기관 전남대 감사 착수하라', '피해어민 농락하는 한국감정원과 엉터리 피해조사기관 전남대를 즉각 감사에 착수하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엉터리 피해조사 묵인한 책임을 인정하고 어민들의 재조사 요구 즉각 수용하라' 등의 펼침막을 들고 원산안면대교 시행사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겨냥했다.
고남면 10개 어촌계 어민들은 지난 여름이었던 8월 14일 해상교량 시행사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앞에서 해상교량 공사로 인해 어장이 황폐화됐다며 피해어장에 대한 현장조사와 함께 어업피해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어 9월 3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어업피해 예측조사를 담당했던 전남대학교와 보상업무를 담당했던 한국감정원과 함께 피해어장을 찾아 현장실사에 나섰지만 이들은 퇴적된 현재의 갯벌에서 바지락이 살 수 없다면서도 해상교량과의 연관성은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개연성은 있지만 재조사할 예산도, 명분도 없다"고 통보해오자 어민들이 이날 개통식에 맞춰 단체 행동에 나서게 됐다는 게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 박용성 태안군의회 부의장의 부연이다.
어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명칭 문제다. 지난 5월 21일 충남도지명위원회가 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단 한번도 거론된 적 없는 제4의 명칭인 '원산안면대교'를 태안~보령간 해상교량의 명칭으로 심의, 의결하면서 태안군이 반발, 갈등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결국 양승조 충남지사의 중재로 태안군과 보령시가 참여한 공동법률자문을 받아 그 결과에 따르기로 했고, 지난 10월 11일 3곳의 공동법률자문 의뢰 결과 충남도지명위원회가 '원산안면대교'로 결정한 절차가 모두 적법하다는 회신을 받고 곧바로 국가지명위원회에 상정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 12월 13일 국가지명위원회는 지리적 위치, 교량의 상징성, 역사성, 미래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태안~보령간 해상교량의 명칭을 '원산안면대교'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태안~보령간 해상교량 개통과 관련해 양승조 지사는 지난 23일 열린 제69차 충남도 실국원장회의에서 "빼어난 자연경관과 휴양‧위락 시설을 고루 갖춘 우리 도 서해안을 하나의 관광벨트로 연결해 사계절 국민관광지로 만들자해서 바다 위에 다리를 놓고 해저터널을 뚫는 대단위 프로젝트는 그렇게 추진됐다"면서 "해저터널 개통도 2021년 12월 예정돼 있는 만큼 서해안 관광벨트 완성의 꿈은 무르익어가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태안과 보령이 동반자적 관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 해상교량의 사업 노선도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보도자료를 통해 제공한 사업 노선도. 이곳에도 해상교량 명칭이 솔빛대교로 명시되어 있는 게 눈에 띤다. ⓒ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하지만 양 지사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충남도지명위원회에서 시작된 7개월간 겪었던 명칭 갈등은 국가지명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감사와 행정소송까지 앞두고 있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26일 이례적으로 개통식도 열리지 못하면서 표면적으로도 갈등 양상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감사원에 충남도지명위원회를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한 박용성 태안군의회 부의장은 "오늘이 해상교량 전면 개통일인데도 불구하고 (축하해야 할 자리에) 고남면 10개 어촌계 어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대전국토관리청이 어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재조사할 예산도 없고 명분도 없다고 답변해왔기 때문"이면서 명칭 논란과 관련해서도 "감사원과도 연락을 해봤는데, 공익감사 청구한 부분에 대해 1차 검토는 했고, 현재 다른 감사가 상당히 많이 밀려있어 우선순위를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 부의장은 이어 "행정소송까지 무조건 갈 작정이고, 향후 1인 릴레이 시위까지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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