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잘 들어라? 원고에 없던 추미애의 '애드리브'
조직논리 벗어난 검찰 내 개혁 주문... 취임사 중간중간 박수 유도, "박수쳤으니 약속한 것" 농담도
▲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 검찰 잘 들어라? 원고에 없던 추미애의 '애드리브' ⓒ 유성호
"밖에서 알을 깨려고 하는 사람 누구겠습니까."
추 장관의 '애드리브'는 "(밖에서 알을 깨려는 사람은) 바로 국민이다"라는 말로 이어졌다. 그는 "그리고 안에서 알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검찰 조직이 아니라 개개 검사들이고, 법무부 조직이 아니라 개개의 법무부 가족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직논리에서 벗어난 검찰 내 개혁을 비유적으로 주문한 것이다(준비된 원고 전문 : 추미애 취임사 "검찰 민주적 통제, 속도 내겠다").
'검찰 인사' 관련 질문엔 침묵
▲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과 직원들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직후 추 장관은 박수를 유도하며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듯한 요청을 이어갔다.
원고에 적힌 대로 "저부터 성공적인 검찰개혁을 위해 소통하고 경청하겠다.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개혁의 동반자로 삼아 국민이 바라는 성공하는 검찰개혁 이뤄나가겠다"라고 말한 추 장관은, 곧장 "그래서 여러분 잘 부탁드리겠다"라며 예정에 없던 말을 내놨다. 이 말에 취임식에 참석한 법무부 직원 및 검찰 관계자들의 박수가 나오자, 추 장관은 "이제 박수치셨으니까 약속하신 것"이라며 옅은 미소를 내보였다.
추 장관의 박수 유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추 장관은 "법무부와 소속 기관의 구성원 모두는 스스로 인권옹호관이 된다는 각오로 각자의 업무에 임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는 원고를 읽어내려 간 직후에도, "여러분 호응의 박수 한 번 부탁드린다"라고 요청했다. 박수가 나온 뒤에도 "이 박수 소리는 다 녹음, 녹취가 됐기 때문에 여러분 꼭 지키셔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취임사 마무리 역시 원고에 없는 말로 채웠다. 그는 "조직 내 특권의식을 배제해 개개인이 국민을 위한다는 긍지와 신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법무행정 조직내부 쇄신을 통한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는 원고 말미 내용을 읽은 뒤, "이것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약속이기도 하다. 이제 저도 한 식구가 됐다. 잘 받아주셔서 감사드리고 새 가족으로서 인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곧장 추 장관은 단상 옆에 서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무대 아래로 내려와 법무부 직원 및 검찰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이 검찰 인사 계획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조금 이따가 취임사에서 말씀 올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취임식 이후에도 별도로 취재진과 만나지 않고 곧장 장관실로 향했다.
조국 취임식과 달랐던 점
▲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 주요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추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 유성호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 취임식 관례대로 이날 추 장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 주요 관계자 30여 명이 취임식에 참석해 앞자리를 메웠다. 통상 서열에 따라 30여 명이 취임식에 참석했는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및 현 정부 관련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이들도 여럿 자리했다.
이날 추 장관의 취임식은 여러모로 조 전 장관의 취임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지난해 9월 9일 조 전 장관의 취임식에 참석한 검찰 관계자는 한 명(김영대 서울고검 고검장) 뿐이었다. 장소 역시 이날처럼 대강당이 아닌, 규모가 훨씬 협소한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취임식 규모를 최소화하라'는 당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이유도 있었고, 인사청문회 후에도 임명 여부가 확실치 않았던 터라 취임식 준비에 긴 시간을 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취임식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이날 추 장관은 농담을 건네거나 박수를 유도하는 등의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으나, 조 장관은 검찰개혁으로 가득 채운 취임사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읽어 내려갔다. (관련기사 : 조국의 취임사, '검찰개혁 그리고 검찰개혁')
▲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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