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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거린 황교안 향한 유승민의 일격, 보수 빅텐트 불발?

황교안의 '보수재건 3원칙' 수용 선언 무산에 맹비판... "조그만 기득권 집착해 보수 앞날 망쳐"

등록|2020.01.08 12:35 수정|2020.01.08 12:35

▲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오른쪽)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당 대표단·청년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가 마치 자유한국당의 무슨 지분,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 같이 얘기하는 분들은 스스로 퇴출 대상이 되고, 스스로 자기 자리를 잃을까 봐 그러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말로 조그만 기득권에 집착해서 보수의 앞날을 망치는 것이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8일 한국당을 겨냥해 한 말이다. 정확히는 새보수당의 '보수 재건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개혁보수로 나아가자·새 집을 짓자)을 수용하려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가로막은 것으로 알려진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한 것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단·청년 연석회의에서 "보수 재건 3원칙을 배척하는, 부정하는 세력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황교안 대표가 전날(7일) 보수 재건 3원칙을 수용하는 공식 행사를 진행하려다가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당내 강경 친박의 항의를 받아 못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황 대표에게 연락해 '유승민 의원에게 안방을 다 내줬다간 광장에 나온 사람들이 다 짐 싸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는 김진태 의원과의 통화 내용과 함께 친박계 의원 일부는 보수 통합에 따른 4.15 총선 공천 지분 분할을 염려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유 위원장의 일갈은 이를 향한 것이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재차 '새보수당은 통합에 따른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유 위원장은 "한국당 일부에서 오래된 친박을 중심으로 '새보수당이 공천권을 요구한다'고 하는데 보수 재건 3원칙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이걸 행동으로 옮길 각오만 돼 있다면 다른 건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새보수당이) 공천권을 가지려 한다는 일각의 보도가 있지만, 우린 원칙만 확인되면 공천권은 다 내려놓겠다"라며 "(통합 후) 중립적 지도부가 구성된다면 지도권도 내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항상 당내 반발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무서워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도 동의 못한다면 국민들이 상식적인 당이라고 보겠나"라면서 황 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어제 상황을 보면, 한국당은 보수 재건 3원칙도 못 받는 비개혁적·비상식적 정당임이 드러난 것 아니냐"라며 "유승민의 3원칙이 황교안의 3원칙이라고 주장하시라, 왜 못하나"라고 말했다.

보수 재건 3원칙에 동의하는 다른 정당·정파를 구성원으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를 꾸릴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황교안 대표가 앞서 밝힌 '통합추진위원회' 구상과 별개로 움직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만약 새보수당이 이대로 이탈하게 된다면 결국, 황 대표의 '보수 빅텐트론'도 기초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당 내부에선 찬반 논란... 말 아끼는 황교안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한편, '보수 재건 3원칙' 수용 논란에 따른 한국당의 내부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은 8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보수 재건 3원칙 수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찬밥, 더운밥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지난 지방선거와 대선 모두 보수가 분열해서 패하지 않았냐"라고 주장했다. 또 "선거에 지고 나서 땅을 치고 통곡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면서 보수 재건 3원칙 수용을 반대한 일부 친박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 최고위원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이제 우리 당은 친박·비박·친황·비황이 아니라 통합이냐 분열이냐, 혁신이냐 기득권이냐로 나뉘고 있다, 황 대표의 통합 혁신 의지를 가로막는 순간 분열과 기득권 편에 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 안팎에서 '벽'을 만난 황 대표의 난처한 상황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도 확인됐다. 황 대표는 이날도 "다음 총선에서 이겨서 우리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역시 통합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환영식 후 통합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는 "오늘은 인재영입에만 집중해달라"면서 말을 아꼈다.

참고로, 황 대표는 전날(7일) 보수 재건 3원칙 수용 행사 취소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제 기자회견을 한다고 했느냐"면서 관련보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관련 기사 : 목소리 높인 황교안 "내가 언제 기자회견 한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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