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이런 수업,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최은희 선생님의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2010년의 일이다. 초임 교사로 발령 난 나는, 5학년 1학기 사회 시간에 환경교육의 일환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심은 사람>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과 저울질하다가 고른 영상이었는데 살짝 지루한 감이 들어서 내심 걱정도 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우리반 아이가 도서관에서 <나무를 심은 사람> 그림책을 들고 와 읽는 모습을 보고 아주 실패한 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교육학에 잠재적 교육과정(교육을 하는 동안 의도하지 않은 학습 결과가 발생하는 교육 과정)이란 용어가 있는데 나름 아이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안심하고 뿌듯해한 기억이 난다.
교육이란 건 그렇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효과가 없기 때문에, 투입이 곧바로 산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로서 내가 하는 이 길이 최선인가 하는 의구심이 밀려올 때가 있다.
시간을 할애해 최대한 효과적인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준비하고 노력해도 돌발 상황과 변수에 따라 또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는 것이 교육인 것 같다. 한 예로 딴에는 우리반 제자들에게 진로탐색의 경험과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진로교육에 열과 성의를 다했지만, 소감문에 한 아이가 아무런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고 작성해서 심각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창의성 교육과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교사의 의도와 학생들의 바른 성장이 일치한다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번에 읽은 책 최은희 선생님의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는 그런 면에서 하나의 길을 안내해주는 책이었다.
그림책 평론책인 것 같으면서 교단일기같기도 한 책을 읽어나가자니 교실 속 풍경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진다. 수업 내용을 녹취 후 기록했는지 아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아이들의 삶과 연결된 그림책은 아이들의 기억과 삶에 스며들어 생기 있는 말들로 변주된다. 나도 이와 같은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강아지똥>, <지각대장 존>, <무지개 물고기>, <돼지책>, <으뜸 헤엄이>, <까마귀 소년>, <장갑> 등등. 과거에 내가 읽어봤던 그림책들이 많이 나와서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최은희 선생님은 그림책들을 고르고 골라 아이들의 상황에 맞게 여러 발문과 함께 읽어준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으면 경직됐을지도 모를 아이들이 그림책 속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하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와아, 고소하다", "난 너무 착해서 탈이야", "쓸쓸해 보여요" 등등. 자신과 연결 지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강아지똥>을 읽으며 자존감을 되찾고, <무지개 물고기>를 읽으며 나눔의 기쁨을 깨닫는다. <돼지책>을 읽으며 엄마의 고충을 이해하고, <으뜸 헤엄이>를 읽으며 협동의 중요성을 느낀다. 그림책과 함께 아이들 마음이 치유되고 성장해가는 것이다.
아이들만 성장하는가? 아니다. 최은희 선생님은 <지각대장 존>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기도 했다. 이렇듯 교사 학생 너 나 할 것 없이 함께 마음의 키가 쑥쑥 자라는 것이 그림책 교육의 장점인 듯하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림책을 읽어 주는 일은 나에게 즐거움 그 자체다. 아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이해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더 큰 기쁨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기대 본다면, 나야말로 진정한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는 사람이리라.'
나도 2011년에 1학년 아이들 6명을 맡으며 매주 수요일 돌봄시간에 그림책을 읽어주곤 했었다. 옹기종기 둥그렇게 앉아 그림책으로 함께 마음을 나누던 그 시간들이 참 즐겁고 행복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진솔한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아이들의 가족 이야기, 상처, 꿈, 추억, 환경, 우정, 더불어 사는 삶, 희망, 용기 등등. 이 책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를 읽고 나니 그림책은 더없이 좋은 교육 자료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3월에 만날 아이들과는 새롭게 그림책 읽기를 시작해봐야겠다.
그런데 며칠 뒤에 우리반 아이가 도서관에서 <나무를 심은 사람> 그림책을 들고 와 읽는 모습을 보고 아주 실패한 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교육학에 잠재적 교육과정(교육을 하는 동안 의도하지 않은 학습 결과가 발생하는 교육 과정)이란 용어가 있는데 나름 아이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안심하고 뿌듯해한 기억이 난다.
시간을 할애해 최대한 효과적인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준비하고 노력해도 돌발 상황과 변수에 따라 또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는 것이 교육인 것 같다. 한 예로 딴에는 우리반 제자들에게 진로탐색의 경험과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진로교육에 열과 성의를 다했지만, 소감문에 한 아이가 아무런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고 작성해서 심각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창의성 교육과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교사의 의도와 학생들의 바른 성장이 일치한다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번에 읽은 책 최은희 선생님의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는 그런 면에서 하나의 길을 안내해주는 책이었다.
▲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 마음을 여는 그림책 읽기. ⓒ 에듀니티
그림책 평론책인 것 같으면서 교단일기같기도 한 책을 읽어나가자니 교실 속 풍경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진다. 수업 내용을 녹취 후 기록했는지 아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아이들의 삶과 연결된 그림책은 아이들의 기억과 삶에 스며들어 생기 있는 말들로 변주된다. 나도 이와 같은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강아지똥>, <지각대장 존>, <무지개 물고기>, <돼지책>, <으뜸 헤엄이>, <까마귀 소년>, <장갑> 등등. 과거에 내가 읽어봤던 그림책들이 많이 나와서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최은희 선생님은 그림책들을 고르고 골라 아이들의 상황에 맞게 여러 발문과 함께 읽어준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으면 경직됐을지도 모를 아이들이 그림책 속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하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와아, 고소하다", "난 너무 착해서 탈이야", "쓸쓸해 보여요" 등등. 자신과 연결 지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강아지똥>을 읽으며 자존감을 되찾고, <무지개 물고기>를 읽으며 나눔의 기쁨을 깨닫는다. <돼지책>을 읽으며 엄마의 고충을 이해하고, <으뜸 헤엄이>를 읽으며 협동의 중요성을 느낀다. 그림책과 함께 아이들 마음이 치유되고 성장해가는 것이다.
아이들만 성장하는가? 아니다. 최은희 선생님은 <지각대장 존>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기도 했다. 이렇듯 교사 학생 너 나 할 것 없이 함께 마음의 키가 쑥쑥 자라는 것이 그림책 교육의 장점인 듯하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림책을 읽어 주는 일은 나에게 즐거움 그 자체다. 아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이해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더 큰 기쁨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기대 본다면, 나야말로 진정한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는 사람이리라.'
나도 2011년에 1학년 아이들 6명을 맡으며 매주 수요일 돌봄시간에 그림책을 읽어주곤 했었다. 옹기종기 둥그렇게 앉아 그림책으로 함께 마음을 나누던 그 시간들이 참 즐겁고 행복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진솔한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아이들의 가족 이야기, 상처, 꿈, 추억, 환경, 우정, 더불어 사는 삶, 희망, 용기 등등. 이 책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를 읽고 나니 그림책은 더없이 좋은 교육 자료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3월에 만날 아이들과는 새롭게 그림책 읽기를 시작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75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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