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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스파이더맨'처럼 벽 타고 올라갈 수 있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42] 물로 공기 차단벽 만들어 흡입력 크게 향상 시켜

등록|2020.01.23 11:47 수정|2020.01.23 12:04
진공청소기를 사용해 베개나 옷에 달라붙어 있는 티끌 같은 걸 제거할 때가 있다. 이때 강력한 진공으로 인해 청소기의 흡입구 부분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진공으로 발생한 흡입력은 청소 외에 실생활에서도 종종 응용된다. 예를 들어 차량에 앞 유리 쪽에 내비게이션 장치 등을 설치할 목적으로 부착되는 거치대 중에는 진공의 원리를 활용한 것들도 있다.
  

▲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물을 이용한 진공발생장치에 의지해 빌딩 벽면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 중국 저장대학교


최근 중국의 연구팀이 이 같은 진공의 힘을 이용해 빌딩 벽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스파이더맨' 같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 저장대학교 유체역학 및 메카트로닉 시스템 연구소는 물을 이용해 거칠거칠한 표면에서도 강한 진공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냈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입구가 접촉하는 표면이 미끈하지 않을 경우, 공기가 새들어와 진공 상태가 유지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 문어나 오징어의 빨판과 같이 생긴 여러 개의 진공 장치를 하나로 연결해 놓았다. ⓒ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팀은 물이 유체인 까닭에 우툴두툴한 공간도 자유자재로 메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는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장실 변기의 표면이 완벽하게 미끈하지 않더라도 물을 채움으로써 악취를 품은 공기가 올라오는 걸 차단하는 것과 크게 보면 같은 이치이다.

중국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는 진공청소기의 공기 흡입구에 해당하는 부분에 원형으로 물을 돌릴 수 있게 함으로써, 공기 차단벽을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은 원심력을 이용해 돌리도록 했는데, 일부 밖으로 흘러나가기는 했지만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아가는 물의 속도는 초속 90회전 안팎 정도로 한 상태에서 실험이 이뤄졌다.
  

▲ 자동차 앞 유리 면에 설치된 내비게이션 거치대. 유리 표면이 매끄럽고 공기가 스며 들어올 수 없게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소재로 흡착 부위를 만들었다. ⓒ 김창엽


연구팀은 실제로 이 장치를 이용해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빌딩 벽을 타고 올라가는 걸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이 장치 개발을 주도한 리신 연구원은 "진공 차단벽을 만드는 데 이용되는 물의 양을 줄이고, 소모되는 전력을 절감하는 게 향후 목표"라며 이번에 개발한 장치의 원리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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