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레스테나스에서 생명평화 한마당잔치 열다
2020 1-2월 유럽 생명평화 고운울림 순례: 스웨덴 레스테나스
▲ 늦은 저녁이었지만 길벗들이 도착했다는 소식 듣고 레스테나스 공동체 식구들이 하나둘 찾아와 삼삼오오 이야기꽃 피웠다. ⓒ 밝은누리
덴마크를 거쳐 스웨덴에 도착한 길벗들은 레스테나스 공동체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레스테나스는 스웨덴 예테보리 북부 지역에 위치한 공동체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찾아와 삶을 변화시키는 훈련을 받는 곳입니다. 지금은 30명의 어른과 15명의 어린이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 합니다.
▲ 아침밥상 후 레스테나스 공동체의 이삭 님과 레스테나스 산책에 나섰다. ⓒ 밝은누리
▲ 이삭 님이 공동체의 역사와 현재, 미래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 밝은누리
▲ 생명평화 고운울림 순례 길벗이 순례 소개를 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궁금증으로 열띤 질의응답이 오갔다. ⓒ 밝은누리
아침밥상을 나눈 오전 10시, 길벗들과 레스테나스 공동체가 만났습니다. 함께 노래 부르며 마음 모으고, 순례 길벗과 레스테나스에서 각각 한 명이 나와 준비한 삶 나눔을 전하며 교제 나눴습니다. 나눔을 들으며 생긴 궁금증은 점심밥상 뒤에 열린 소개 시간에 풀어냈습니다. 각각 준비한 이야기를 나누고 궁금한 것들 묻고 들으며 관계가 깊어지는 시간입니다.
소개 시간 후 '피카(FIKA)'가 이어집니다. 스웨덴어 '피카'는 '커피와 주전부리를 마시며 쉬는 시간'을 뜻한다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차를 나누며 다른 사람들과 뜻 깊은 교제를 나누는 스웨덴의 문화입니다. 용어는 낯설지만 교제 자체는 낯설지 않습니다. 서로 섞여 앉아 차와 주전부리를 나누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 바쁜 일상에서도 라스테나스 공동체는 차와 주전부리를 나누며 교제하는 '피카(FIKA)' 시간을 가진다. ⓒ 밝은누리
▲ 길벗들과 레스테나스 공동체가 둥글게 서서 한 목소리로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밝은누리
▲ 노래를 부르던 도중 마이크를 잡고 순례 길벗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레스테나스의 믹 님. ⓒ 밝은누리
오후 4시 즈음, 바깥에 나가 둥글게 둘러서서 생명평화를 구하는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순례 노래를 부르는 도중, 레스테나스의 믹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최근 레스테나스에 깊은 대립과 갈등이 있었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담긴 기도를 노래해 주어 고맙다는 말이었다 합니다. 부슬부슬 비는 내렸지만 평화가 가득하길 원하는 간절한 마음 담은 길벗들은 순례 노래를 끝까지 불렀습니다.
▲ 준비해 간 재료로 잔치국수와 채소전을 만들어 대접하며 한껏 잔치 분위기를 냈다. ⓒ 밝은누리
먼저 어린이 길벗들이 윤동주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눈 감고 간다'를 불렀고, 레스테나스에서는 스웨덴 민속춤을 길벗들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몇 가지 춤을 함께 추었는데 둥글게 둘러서서 어우러지는 놀이가 '강강술래'와 빼닮아 길벗들이 '강강술래'도 가르쳐 주며 한껏 흥을 돋우었다 합니다.
▲ 어린이 길벗들이 윤동주 시인의 <눈 감고 간다>에 가락을 붙여 노래를 불렀다. ⓒ 밝은누리
▲ 레스테나스에서는 스웨덴 민속 춤 가운데 하나인 개구리 춤을 길벗들에게 가르쳐주었다. ⓒ 밝은누리
▲ 우리의 강강술래와 비슷한 스웨덴 민속춤을 함께 배우는 모습. ⓒ 밝은누리
▲ 스웨덴 민속춤이 강강술래로 이어졌다. 레스테나스 공동체에서는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익숙한 듯 호흡을 잘 맞췄다. ⓒ 밝은누리
이어서 홍천에 살고 있는 어린이 길벗들이 갈고닦아 온 택견을 선보였고, 레스테나스에서는 '눈 감고 무슨 맛인지 맞히기' 놀이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보는 스웨덴 말글과 처음 맛보는 식재료들이 낯설었지만 열심히 참여하니 여기저기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놀이가 끝나고선 인수와 대야미 마을에 살고 있는 길벗들이 나와 전통 노동요인 '뱃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길벗들과 레스테나스 모두 두 모둠으로 나뉘어 돼지씨름으로 한껏 웃고 잔치 갈무리했습니다.
▲ 어린이 길벗들이 그간 갈고 닦은 우리 민속 무예 택견을 선보였다. ⓒ 밝은누리
▲ '눈감고 무슨 맛인지 맞히기' 놀이를 진행했다. 스웨덴에서는 종종 하는 놀이라고 한다. ⓒ 밝은누리
▲ 잔치는 다함께 어우러지는 돼지씨름으로 마무리했다. 나이와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한마음 되어 놀았던 시간이다. ⓒ 밝은누리
▲ 준비해 간 족자와 하늘땅살이 절기달력을 선물로 나눴다. ⓒ 밝은누리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길벗들과 레스테나스 공동체는 꼬박 하루를 같이 지내며 많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점점 밝아지는 표정을 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합니다. 함께 마음 나누고 위로를 전하며 생명을 꽃 피우고 평화를 만들어가는 기쁨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 뒷동산에 오르기 전, 함께 올라갈 짝을 정했다. ⓒ 밝은누리
▲ 손잡고 동산으로 가는 길 오르는 어린이들. ⓒ 밝은누리
한편 어린이 길벗들은 레스테나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른 곳은 레스테나스 아이들이 즐겨가는 뒷동산입니다. 스웨덴의 습하고 흐린 기후 속에 질퍽거리는 바닥과 미끄러운 바위를 딛고 산책하긴 쉽지 않았겠지만 비옷 입고, 형광색 조끼를 입고 준비를 합니다.
한국에서 10년 전 이곳에 정착해 살아온 민지 님께서 산책을 이끌어주셨습니다. 라스테나스 아이들은 여름에는 산에 올라 블루베리, 라즈베리를 따 먹고, 가을에는 버섯도 채취하고, 겨울에는 장작에 불을 피워 몸을 녹이며 논다고 합니다.
▲ 솔방울 주워 던져 넣기 놀이도 했다. ⓒ 밝은누리
▲ 레스테나스 뒷동산에 함께 오른 기념 사진. ⓒ 밝은누리
▲ 아이들이 함께 주운 '융'으로 만든 생명평화 순례 꽃다발. ⓒ 밝은누리
▲ 레스테나스 동무들에게 주기 위해 어린이들이 손수 그린 엽서를 나누었다. ⓒ 밝은누리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내려 장작불은 피우지 못했지만 한국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솔방울도 줍고, 예쁜 나무 조각, 잎사귀들도 모아보고 그중에 '융'이라는 예쁜 식물로는 꽃다발도 만들어 봅니다. 레스타나스가 위치한 곳이 '융실레'인데 '융'은 바로 이 예쁜 식물을 이야기하고, '실레'는 바다가 움푹 들어간 모양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곳에 생명평화 곱게 울리길 희망하며 길벗들은 '융' 꽃다발을 만들어 생명평화 고운울림 순례 이름표로 장식을 해보았습니다.
다소 험해 보이는 산책길임에도 아이들은 새로운 동무와 함께하니 더 흥분되고 재밌었나 봅니다. 짧은 시간 레스테나스 아이들의 일상을 나눌 수 있어 아이들은 무척 기쁜 표정이었습니다.
▲ 레스테나스에서 10분 정도 걷자 바다가 나왔다. 환히 트인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도 탁 트인다. ⓒ 밝은누리
다음 날 아침. 스티나(STINA) 님의 인도로 길벗들은 바닷가를 산책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바다 구경입니다. 순례 여정 시작한 지 닷새째, 길벗들은 환하게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스웨덴과 우리나라가 바다로 이어져 있음을 느껴봅니다.
아침 피카(FIKA)와 이른 점심밥상 시간. 헤어지기 전 마지막 교제를 나눴습니다. 어젯밤 '레스테나스 생명평화 한마당잔치'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환한 웃음과 이야기가 꽃핍니다. 먼 길 떠나는 길벗들에게 꼭 밥상을 차려주고 싶다는 레스테나스 길벗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왔고 레스테나스의 믹(MICK)님이 길벗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앞으로 잘 만나가자며 다가올 미래에 벌어질 일이 기대된다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레스테나스 길벗들의 진심이 담긴 마음에 순례 길벗들의 마음에도 평화가 깃듭니다.
▲ 헤어지기 전 교제 나누고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 나누었다. ⓒ 밝은누리
이제 길벗들은 프랑스 떼제(Taizé) 공동체로 떠납니다. 레스테나스에서 만난 길벗들 마음마다 온 생명 곱게 어울리는 밝은 누리 씨알이 뿌리 내리길 기도하며 길벗들이 걷는 길도, 레스테나스가 걷게 될 새로운 길도 아이들의 즐거운 어울림처럼 한데 어우러져 가슴 벅찬 희망을 열어가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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