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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고전이 아니다... '작은 아씨들'의 차별성

[리뷰] 그레타 거윅 감독의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태어나다

등록|2020.02.02 16:14 수정|2020.02.02 16:17
 

▲ <작은 아씨들>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작은 아씨들>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고전 중 한 편으로 가장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 남북 전쟁을 배경으로 가난과 역경, 도덕적인 유혹과 좌절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네 자매의 성장담은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의 힘을 지니고 있다.

1933년 작을 시작으로 세 번의 영화화가 이뤄진 이 이야기는 그레타 거윅 감독에 의해 새로운 색을 지니게 되었다. 아역부터 시작해서 성장하는 자매들의 모습을 보여줬던 원작의 구조에서 벗어나 현재와 과거를 교차로 진행한다. 이런 구성은 화면의 색감을 통해 자매들이 겪는 현실의 차이를 보여준다.

성인이 되어 집을 나서기 전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네 자매는 비록 가난하지만 꿈을 지니고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남북 전쟁에 나선 아버지 대신 집을 지키는 어머니는 가난한 집안 사정에도 남을 돕는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어머니의 뜻에 따라 네 자매 역시 타인에게 사랑을 주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 <작은 아씨들>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성숙한 메그와 작가가 꿈인 여장부 조, 마음씨 착한 베스와 말괄량이 에이미는 이웃집 소년 로리와 함께 조가 쓴 글을 연기하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때의 색감은 따스하다. 어둠 속에도 포근하게 밝혀주는 불빛이 있고 밝은 색감을 통해 자매들의 활기차고 밝은 성격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메그가 결혼을 하고 조는 글을 쓰며 에이미는 화가가 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난 현재는 차가운 화면과 단조로운 색감으로 고난과 역경을 표현한다. 자매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즐겁게 글을 썼던 조는 냉정한 평가에 좌절을 겪고 에이미는 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메그는 사랑만으로는 채우기 힘든 가난에 아쉬운 마음을 표하기도 한다.

이런 과거와 현재의 교차 편집은 따뜻한 온실이란 집에서 벗어난 후 겪는 차가운 성장통과 이를 이겨내는 사랑과 연대의 자세를 보여준다. 자매의 삶이 변하게 되는 순간은 로리를 통해서다. 로리는 자매들을 물질적인 측면에서 돕는 건 물론 그들의 절친한 친구가 된다. 로리가 이들을 처음 발견한 순간은 엄마를 따라 가난한 가정에 아침밥을 나눠주기 위해 길을 떠난 때이다.
  

▲ <작은 아씨들>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서로 수다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는 그녀들의 모습은 차가운 전쟁의 시대 따스한 천사의 마음을 보여준다. 로리는 이 마음을 바라봤고 진심으로 그녀들을 도와주고자 한다. 특히 셋째 딸 베스는 자식을 잃고 말 안 듣는 손자 때문에 외로움을 겪는 로리의 할아버지 미스터 로렌스를 진심으로 위해주며 나이를 초월한 진정한 우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시트콤과 같은 구성은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현재에서 과거로 교차되는 순간 과거는 시트콤의 에피소드와 같은 유쾌한 리듬감을 선보인다. 특히 조와 에이미, 조와 로리 사이에 티격태격하는 관계는 웃음을 더해주며 관계로 인한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메그-조-베스-에이미의 분량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조가 지닌 당돌하고 주체적인 캐릭터성을 부각시키는 노력을 잊지 않는다.

감독 그레타 거윅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레이디 버드>를 통해 평단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섬세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감성을 담아낸 그 능력은 소설 <작은 아씨들>의 캐릭터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보다는 자신이 원작에서 느낀 감정에 맞춰 개개인마다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 <작은 아씨들>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이는 영화의 문구인 '우리의 인생은 모두가 한 편의 소설이다'와 잘 어울리는 구성이라 볼 수 있다. 네 명의 작은 아씨들과 로리의 감성을 센스와 유머로 담아내며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개의 이야기를 그들 각자의 목소리로 듣는 깊이를 전한다. 비록 아무도 안 읽을 것만 같은 사소한 이야기 같지만 그 사소함이 공감과 따스함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작은 아씨들>은 고전이 지닌 이야기의 힘을 바탕으로 현대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미를 선사한다. 대사는 센스 있고 에피소드는 유머러스하며 인물 사이의 관계는 더욱 촘촘해지고 감정은 풍부해졌다. 여기에 <브루클린>, <체실 비치에서> 등의 작품을 통해 고전적인 매력을 보여준 시얼샤 로넌은 이번 영화에서 조 역을 통해 당차면서도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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