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먼저' 법무부, 울산시장 선거의혹 공소장 비공개
국회 요구에 원문 대신 요지 자료 제출 "제도 개혁 고민의 결과... 새로운 원칙 맞춰 제출할 것"
▲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설명하는 추미애 장관추미애 법무부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 계획'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앞으로 형사사건 공소장 공개가 어려워진다. 법무부가 인권 보호에 중점을 둔 형사사건 공개금지규정 마련에 따라 국회 등에 원문 대신 요지자료를 제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국회는 법무부에 '울산시장 선거의혹' 공소장 원문 제출을 요구했다. 다음날 대검찰청은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피고인 13명과 사건관계인의 정보를 가린 공소장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법무부는 국회에 이 자료를 바로 전달하지 않았다.
다음은 기자들에게 공개한 비공개 사유 전문이다.
○ 금일(2.4) 법무부는 국회의 '울산시장 등 불구속기소 사건' 공소장 제출 요청에 대해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소장 원문은 제출하지 않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소사실 요지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였습니다.
○ 법무부는 앞으로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공소장 원문 대신 공소사실 요지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피고인과 사건관계인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가 보다 충실히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알권리 등을 고민했지만 최근 수사관련 환경 변화의 기조가 사건관계인의 인권보호를 제일 우선시하고 있다"며 "공소장은 아니어도 저희가 마련한 원칙에 따라서, 그 기준에 맞게끔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법무부는 피고인의 죄명과 요지, 공소제기 일시와 방식 등을 표로 정리한 4쪽짜리 자료를 국회에 냈다.
하지만 '공소장 비공개'의 첫 타자가 현 정부 관련 사건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저희는 제도 개혁에 따라 실제로 어떻게 할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왔고, 이번 사안은 그 결과물"이라며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 사건은 수사 중인 사람들도 있고, 본인이 공소장을 받기도 전에 언론 보도로 낙인효과가 생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고민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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