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임종석-호남 선대위원장' 발언, 왜 나왔을까
이낙연·김두관·김영춘·김부겸·이광재 등과 함께 호명... 대선 후보 키우기 전략?
▲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월 30일 오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경남-김두관, 부산-김영춘, TK-김부겸, 강원-이광재... 충청-이인영, 호남-임종석?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지역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선임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대권 후보 키우기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지난 3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임종석 전 실장에게 (호남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따로 요청했다"고 발언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서울 지역의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양 원장의 발언은 임 전 실장을 호남을 근거지로 하는 대선 후보로 키우겠다는 큰 구상에서 나왔을 것"이라며 "김두관·김부겸·이광재·임종석 등 최근 거론되는 지역 선대위원장들의 구도를 보면 차기 잠룡들이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붐을 일으키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는 기본적으로 정당과 그 정당 후보들이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는 모멘텀"이라며 "위용을 갖추기 위해 오죽하면 서울에서만 3선 한 이인영 원내대표의 이름까지 나오겠나"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양 원장의 임종석 호남 선대위원장 발언에 대해선 "양 원장의 단순 실수"라고 거듭 부인하면서도, 차기 잠룡군을 염두에 둔 지역별 선대위원장 체제에 대해선 "당이 차기 대선주자군을 잘 후원하는 것은 도리이자 책임"이라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충청 지역 선대위원장 자리에 "충북이 고향인 이인영 원내대표 이름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매머드급 지역별 공동선대위... 이낙연 힘빼기?
▲ 이낙연 전 국무총리. ⓒ 남소연
잠룡 육성 차원의 지역별 선대위원장 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한 중진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해서 잠룡군으로 성장한다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강원 지역의 경우 7석밖에 없는데 그 선거 이긴다고 이광재 전 지사가 단숨에 대권 후보가 되겠나? 그럼 승리가 쉽지 않은 대구·경북에서 지면 김부겸 의원은 대선 주자 실격이냐?"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특히 임종석 실장의 경우 지역에만 매몰되는 게 본인 정치 앞길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도 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매머드급 지역 선대위원장 체제가 각종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독주를 하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한 견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렇게나 많은 대선 후보군이 한꺼번에 지역 선대위원장을 맡는 경우는 처음 본다"라며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한 힘 빼기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이번 주 중 공동선대위를 발족시키려 했던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선대위 출범을 미루고 있다. 다만 경선 일정이 맞물려 있는 만큼, 내주에는 선대위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 불안감이 줄어드는 추이를 살피며 다음 주 중에는 선대위원장단과 경선기구, 정책본부, 홍보기획단 등을 1차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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