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길로 새는 이재용 재판, 가만 있으면 안 돼"
[스팟인터뷰] 파기환송심 비판 성명 주도한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법원이 '이재용 봐주기' 재판진행을 한다는 비판 여론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학자, 시민사회계 인사 등 500명이 파기환송심의 공정한 정의로운 재판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내놓는다.
진보성향 경제학자 이병천 강원대학교 명예교수는 1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3인방 중 한 사람이고, 이 재판은 촛불개혁의 마지막 선"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이어 "삼성이 제대로 거듭나려면 (총수 일가 등이) 죄에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며 "재판의 생명은 공정과 정의인데 재판부가 그걸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이재용 부회장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진행을 비판하는 지식인 선언을 준비한 계기가 궁금하다.
"가만 있으면 안 되는 사건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농단 3인방 중 한 사람이지 않나. 소수가 아닌 국민 다수가 그렇게 본다. 달리 말하면, 이 재판은 촛불개혁의 마지막 선이다. 이 재판이 제대로 안 되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가자고 한 2016년 촛불개혁의 기본이 실패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고등법원이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을 지난해 대법원이 포괄적 현안으로써 승계작업이 존재한다는 판결로 바로잡았다. 이 정도면 아마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뒤집으려는 것 같다."
- 재판부 행동이 이상하다?
"그렇죠. '준법감시제도를 만들라'는 뜬금없는 주문을 했다. 재판부가 왜 그런 주문을 하나. 지은 죄를 공정하게 판결하면 될 일이다. 또 첫 공판 때엔 양형과 관계 없다고 했다가 4차 공판에선 양형을 참작했다고 했다. 그러니 이 재판이 엉뚱한 길로 빠지고 있다고 보는 거다. 한두 사람이 보는 재판이 아니지 않은가."
- 그래서 '지식인 선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인가.
"그렇다. 전성인 교수가 연구년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제안했다. 지난주부터 서명을 받기 시작했는데 벌써 500명 정도 참여했다. 근래에 (연대성명이 나오는) 단일 사건으로는 참여인원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끌고 가는 식으로 가면 다 망가뜨려진다. 이 재판이 어그러지면, 촛불은 완전히 꺼진다."
"이재용 부회장, 지은 죄에 대한 응당한 벌 받아야"
▲ 2018년 7월 18일 한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가운데). ⓒ 권우성
- 경제학자로서 오랫동안 재벌 문제를 지적하며 삼성을 지켜봤는데, 최근 삼성이 재판부 지시대로 만든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했다.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가.
"전혀 안 한다. 조직 자체가 법적인 위상도 없고, (삼성 사람인) 이인용 사장도 들어와 있지 않은가. 이사회를 제대로 고치든가 해야지 법 밖에 이상한 걸 만들어선... 제 역할을 하겠나? 강제력도 없고, 정보도 얻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신뢰할만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재판부 스스로 한 말을 번복해 이렇게(양형에 반영) 하면, 이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 삼성이 정말 새롭게 거듭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죄에 대한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다 빠져나가지 않았나. 이재용 부회장은 한 번도 실질적 경영능력을 보여준 바 없으면서 부와 경영권을 다 승계하려다 이번 일이 빚어졌다. 지은 죄의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또 준법감시위를 해체하고, 제대로 된 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면 내부 감시가 제대로 돌아갈 것 아닌가. 이 사건은 뇌물뿐 아니라 횡령 혐의도 있다. 회삿돈으로 뇌물을 주는 바람에 회사 자체가 큰 손해를 입었다. 이런 걸 다 정상화해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가 된다. 삼성은 일개 기업이 아니다. 이 재판이 제대로 되면 우리나라 대기업 전체가 거듭나는 계기가 된다."
- 재판부에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재판의 생명은 공정과 정의다. 왜 그걸 스스로 무너뜨리는지. 나라 전체에 먹칠할 뿐 아니라 재판부가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자기 기만적 행위다. 그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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