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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보수·진보 교회단체에서 쓴소리 듣고...동문서답 대처?

[현장]한교총 "주말 집회 나가지 않게 반듯한 정치를"...NCCK "정치권에서 분열의 언어 쏟아져"

등록|2020.02.12 20:16 수정|2020.02.12 20:25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을 방문해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종로에 위치한 중도·보수성향 교계와 진보 성향 교계를연이어 찾았다가 두 곳 모두에서 쓴소리를 들었다.

중도·보수 성향인 한국교회총연합회(아래 한교총)은 "성도들이 주말에 광화문 집회에 나서지 않도록 반듯한 정치를 하라"라고 했고, 진보 성향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아래 NCCK)은 "광장을 나선 종교인들이 정치와 협력해 혐오의 언어들을 쏟아내고 있다"라며 황 대표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두 교단 중 황교안 대표가 먼저 찾은 곳은 한교총이었다. 황 대표는 12일 오후 3시께 한국 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 등 한교총 대표회장 목사 3명을 만났다. 황 대표는 "나라를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덕담으로 첫 마디를 뗐다.

한교총은 극우 성향이라 평가받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에서 분리돼 만들어진 교단연합기관이다.

한교총 대표회장 "반듯하게 정치하면 광화문 나설 일 없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을 찾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김태영 목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황교안 대표의 말 이후 입을 뗀 김태영 목사의 반응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김 목사는 "성도들이 광장으로 나오지 않도록 반듯하게 정치를 해주면 감사하겠다, 정치를 제대로 하면 나올 필요도 없지 않냐"라고 물었다.

이에 황 대표는 "법에 안 맞는 조치를 하니까"라며 "정상적으로 대화가 되지 않으니 국민들이 광장까지 나섰다, 한국당뿐 아니라 국민들, 기독교 성도들도 분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목사님들께서 나라를 지키는 방향으로 기도해 달라"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김 목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다시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 목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모두가 불안해 하고 있다, 이들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한교총이 늘 중심을 잘 잡아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상황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내놓았다. 머쓱해진 분위기 탓에 몇 초간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먼저 깬 건 김 목사였다. 그는 "기자들이 이렇게 많아 익숙하지 않다"라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에 황 대표는 "내가 어디를 가도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오지 않는다, 나라 걱정이 많다는 데 대한 방증이자 교회에 대한 기대의 표시"라고 짚었다.

김 목사는 웃으면서 "교회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나라에 대한 기대가 포함돼 있다"라며 "정치라는 게 국민을 편안하게, 행복하게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맞받아쳤다. 다시 한 번 정적이 흘렀다.

NCCK 목사 "종교인이 정치와 협력해 혐오와 배제 언어 쏟아내"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곧바로 황 대표는 진보 성향 교단연합기구인 NCCK를 찾았다. 오후 3시 40분께 도착한 황 대표는 NCCK 총무인 이홍정 목사를 향해 "환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뵙고 싶었다"라면서 역시 덕담으로 운을 뗐다.

NCCK는 대한성공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진보 성향 교단의 연합기구로, 전광훈 목사의 한기총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들은 "전광훈 목사의 정치 도발은 반 기독교적 행위"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 목사는 황 대표의 말을 들은 뒤 쓴소리를 시작했다. 그는 "황 대표는 법조인이자 독실한 신앙인"이라면서 "한국의 정치현실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어, (황 대표) 마음이 어떨까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광장이 극단의 언어로 분열되고, 종교인들이 그 한 축을 담당하며 혐오와 배제·차별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라며 "이를 보며 그들의 존재의식은 어디 있을까, 황 대표는 어떻게 고민하고 있을지 생각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표현 방식의 차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라가 어려운 상황이라 걱정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라면서 "이를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절된 사회가 아니라 통합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자유 민주 세력이 대통합을 이루고자 한다"라며 '보수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건전한 통합은 다양한 의견 속에서 모두가 공존하고 상생하는 것"이라며 "총선 국면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분열의 언어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 정치가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에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황 대표의 답변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신교계 특정 세력이 정치집단화 되면서 교회의 정치 참여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고, 개신교 신뢰 또한 추락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정치라는 건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게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기준으로 정치를 새롭게 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난감한 듯 "교계가 균형을 잘 찾아 과거의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라며 또 다시 맥락과 다른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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