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선거 찬양' 동영상 올렸다가, '돌발 삭제'한 헌법기관
[보도뒤] “불허 결정과 상관없다”던 중앙선관위, 취재 들어가자 곧바로 지워
▲ 중앙선관위가 만든 '청소년 모의선거' 프로그램 끝 부분. ⓒ 중앙선관위
▲ 13일 중앙선관위는 자신들이 지난 해 올린 '모의선거 찬양' 동영상을 유튜브 등에서 '돌발 삭제'했다. ⓒ 유튜브 갈무리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중앙선관위가 운영하는 <한국선거방송> 사이트 등에 올려놓은 '학교 모의선거 찬양' 동영상 2편을 '돌발 삭제'했다. 14일 <오마이뉴스>가 이들 동영상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고 1시간쯤 뒤에 벌어진 일이다.
동영상 삭제 직후 이 기관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기자에게 오해를 살만한 내용인 것 같아 삭제했다. 오얏나무에서 갓끈을 고치지 않는 심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지난 6일 중앙선관위 전체회의의 모의선거 불허 결정과 해당 동영상은 전혀 관련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해명을 내놓은 뒤 중앙선관위가 해당 동영상을 갑자기 삭제해 국민들이 더 이상 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동영상 삭제 소식을 들은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중앙선관위가 만든 2개의 동영상은 모두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 계획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었다"면서 "선거교육을 위해 교사 연수 자료로 쓰려고 했는데 선관위가 삭제했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과거 감추려고 돌발 삭제? 헌법기관으로서 수치스러운 일"
강민정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는 "삭제로 자신의 과거 행동을 감추려고 하는 것은 헌법기관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는 중앙선관위 스스로 모의선거 금지 조치가 자신들의 기존 방침과 위배되는 것이란 점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와 "동영상을 완전히 삭제한 것이 아니라 바뀐 선거법 상황에서 해당 동영상이 오해를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수정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관련 팀에서 기존 동영상에 문구를 넣는 등 수정한 뒤 다시 탑재할 것이란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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