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20년을 설계하자
[오연호 대표]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사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직원들이 창간일을 앞둔 2000년 2월 21일 창간호를 준비하는 모습. ⓒ 이종호
2000년 봄, 우리는 이런 꿈을 가졌습니다.
새 천년이다, 언론판을 바꿔보자, 시민이 본격 참여하는 새 인터넷신문을 만들자.
오마이뉴스는 창간하면서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선언했습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시민기자제도를 선보였습니다. 창간 때 727명의 시민기자가 함께했고, 지난 20년간 8만여 명의 시민기자가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창간사에서 "뉴스의 생산-유통-소비 문화의 혁명"을 선언했습니다. 시민은 시민기자로서 뉴스를 생산할 뿐 아니라 유통과 소비에서도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가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세계 최초로 모든 기사의 말미에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시민들이 좋은 기사에 원고료를 주는 시스템도 세계 최초였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CNN 등 세계 언론들이 "오마이뉴스는 21세기 저널리즘의 미래인가"라며 주목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미래로 가는 문을 열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모든 시민은 기자다'는 이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전 세계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하나같이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창간 선언을 그들의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또 창간하면서 '언론권력의 교체'를 선언했습니다. 소수의 언론사와 직업기자들이 여론형성을 독점해온 시대를 끝내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20년은 어찌 보면 언론권력 분산의 과정이자 여론형성의 민주화 과정이었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로 무장한 개인과 소규모 실핏줄 언론이 오마이뉴스 안팎에서,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키워왔습니다. 이제 시민의 목소리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집단지성은 개별 방송사나 신문사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여론형성 과정에 시민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가를 따져본다면 한국은 최상위권에 자리할 것입니다.
독자들과 함께 울고 웃은 지난 20년 동안 이렇게 시민기자제도가 구현되었고, 언론권력 민주화도 이뤄졌습니다. 그 사이 정권도 진보에서 보수로, 다시 보수에서 진보로 오갔습니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오마이뉴스 앞에 새로운 사명이 생겼습니다.
첫째, 시민참여언론의 대표주자인만큼 참여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일에 기여하겠습니다. 여론형성과정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더 많은 갈등, 반목, 상처가 되지 않고 집단지성이 되어 사회적 합의를 생산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오마이뉴스는 앞장설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중을 현혹하는 가짜뉴스를 가려내고, 비판과 이성을 마비시키는 집단쏠림을 경계하며,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기 위해 상대방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를 지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때부터 '시민기자와 상근기자의 환상적 결합'을 추구해왔습니다. 8만 시민기자의 활동이 책임 있는 참여가 될 수 있도록 100명의 상근기자와 직원이 편집자이자 동지이자 서포터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기본 모델을 더욱 발전시켜 배려 있는 참여, 책임 있는 참여, 생산적인 참여가 한국 민주주의의 특산품이 될 수 있도록 오마이뉴스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둘째, 지나온 20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20년을 설계하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21세기 100대뉴스>, <스무살 머릿속>, <2000년 사건 그 후>를 시작한 것이 그 출발입니다. 제대로 된 성찰을 위해 언론으로서 '왜'와 '무엇을 위해서'라는 근본 질문을 던지는 데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이 질문을 중심에 두겠습니다.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구성원들은 열심히 살았고 많은 실천을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어느 정도 이뤄졌는가?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로는 세계 15위권 안에 들지만 안타깝게도 '삶의 질'은 그에 비례하지 못합니다. 그 상징지표의 하나가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20년 전부터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이 번갈아가며 저출산 대책을 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합계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2018년 0.98명이 되었고, 2019년 3분기는 0.88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서울만 보면 0.69명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저출산입니다. 출산율이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출산파업'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선언으로 보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권하는 것이 미안하고 부담스럽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새로운 출발은 오랜 관성과의 결별을 요구합니다. 이제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시도했지만 제대로 풀지 못한 문제의 핵심에 우리 모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멈춰 서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열심'은 진정 무엇을 향하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2014년부터 <사단법인 꿈틀리>와 함께 '행복사회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오늘, 지금, 나부터, 꿈틀'을 실천하려는 시민들과 '꿈틀박람회', '꿈틀비행기'를 주최하고, '꿈틀리인생학교'와 '섬마을인생학교'를 만들고, 1200회에 달하는 전국 순회강연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15만 명의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이 꿈틀거림과 함께했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는 지난 6년간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사회에 20/20 운동을 제안합니다.
20년 전, 2000년이라는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개인, 가정, 기업, 조직, 정부가 저마다 새로운 꿈을 꾸었습니다. 올해 2020이라는 숫자는 우리에게 중간점검을 요구합니다. 지난 20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앞으로의 20년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지난 20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20년을 설계하는 일에 개인·가정·조직·회사·정부가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올 한해 지속적으로 이곳저곳의 20/20 흐름을 중계하겠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당당히 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꿈틀거리는 개인과 조직의 사례를 적극 조명하겠습니다.
돌아보면, 오마이뉴스는 지난 20년 동안 참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랑해주시고 채찍질해주신 독자, 시민기자, 10만인클럽 후원자, 광고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세계언론역사의 새 장을 연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청춘을 바쳐 헌신적으로 일해온 전현직 직원과 그 가족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오마이뉴스가 초심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와 크고 작은 인연을 맺은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2020년 2월 21일
창간20주년을 맞으며
오마이뉴스 대표이사 오연호
[창간 20주년 영상 축사] 문재인 대통령 "오마이뉴스 20년은 언론 혁신의 역사"
▲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동영상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을 맞아 20년의 역사를 동영상에 담았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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