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평범하고 불안한 일상... 모두가 잘 버텨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우리의 일상, 언제 끝날진 몰라도 버텨냅시다

등록|2020.02.25 15:48 수정|2020.02.25 16:05
안녕들 하신가요.

저는 대구 시민도 아니고, 가까운 지인 중에 확진자가 있지도 않아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지도 않은, 평범한 20대 대학생입니다. 저는 요즘 핸드폰을 켜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뉴스를 쓱 훑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요. 걱정이 태산인 나날입니다.

어제는 주변 약국과 편의점을 1시간 가량 돌아다니면서 마스크 구입을 시도했습니다, 이것은 평범하게 불안한 일상을 보내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면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자괴감의 기록
 

▲ 25일 부산 동래구 메가마트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날 메가마트는 방역 마스크 5만장이 입고돼 1인당 10장이 한정 수량으로 판매 됐다. ⓒ 연합뉴스


어제는 조금 여유롭게 일어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가까운 지하철 역 근처를 또 한 바퀴 돌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제 손에 쥐어진 결과물은 KF94 마스크가 5개 들어 있는 제품 두 세트, 그리고 KF94와 KF80이 혼재된 마스크 5장였습니다.

이것도 많이 구한 거긴 합니다. 하지만 보통 제가 들을 수 있던 얘기는 "언제 들어올지 몰라요"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코로나19 정국에 한 번쯤 들어봤을 그 얘기. 지하철 안에 있는 편의점에는 한 달 내내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떤 약국 앞에는 네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기에 저도 따라 섰습니다. 앞서 말한 KF94 5입짜리가 총 여섯 세트가 있었죠. 결과적으로는 네 명의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 때문에 줄을 선 것은 아니었지만, 한 명이 두 개 이상을 살 경우 나는 그냥 돌아갈 수 없는건가 불안해했습니다. 제발 한 개 이상 사지 말길. 그래놓고 저는 두 개를 집었습니다.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하나만 사세요'라고 하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두 세트를 결제하고 나서 집에 와서야 두 세트의 가격이 5만 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마 평소였다면 그 가격에 마스크를 살 일이 없었을 텐데, 모두가 아무 생각 없이 마스크를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어떤 편의점에서는 한 개 이상 팔지 않았으며, 다른 편의점은 몇 개를 집어와도 딱히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내가 남들에게 피해를 준 게 아닌가 걱정이 되다가도, 아마 다른 사람이 남은 마스크를 다 집어 갔으면 저도 똑같이 이기적이라고 비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괴감이 드는 나날입니다.

약 1시간 동안 돌아다니면서 제가 제일 많이 본 광경은 약국에서, 혹은 편의점에서 들어가자마자 빈손으로 나온 사람들의 무리였습니다. 이게 현실이라는 게 잘 안 믿깁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들은, 잘 버텨내고 계시나요?

그래도 혐오하지 않을 수 있기를 

사회적 불신이라는 게 사실 별거 아닐지도 모릅니다. 공포 앞에 인간은 하염없이 나약하고,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뿐인데 그것이 '불신'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겠죠. 저는 사회적 재난 앞에 개인은 어쩔 수 없이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공포가 내 것이 되는 순간, 이런 다짐은 별로 쓸모가 없어지더군요.

다짐한대로 행동하기 힘든 때일수록 더 굳게 다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가 누구 탓인지, 누구 책임이 제일 큰지 따지기에 바쁜 나날입니다. 누구는 중국인을 막지 않는 정부 탓이라고 하고, 누구는 이게 다 신천지 탓이라면서 누군가에게는 관심 없을 '이단 논쟁'을 갑자기 끌어오곤 합니다.

저는 방역 전문가가 아니라서, 누구를 막아야 하는지, 신천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전염병 앞에서는 모두가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고, 바이러스가 의도적으로 누군가는 피해가진 않는다는 것이겠죠. 최근에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천지 신도들이 모여 있는 채팅방에 침입해서 '분탕질'치는 행위가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입니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는데 그 공포로 남들을 골탕 먹이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착잡합니다.

저는 오늘도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려고 합니다. 과연 몇 개의 마스크를 살 수 있을까요. 부디 혐오하지 않고 우리 모두 잘 버텨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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