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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공천신청도 안한 사람" 홍준표 대타로 검토... 왜?

양산 전 시장과 김두관 두고 가상대결... 지역, '낙동강 벨트' 밀릴까 우려

등록|2020.02.28 17:58 수정|2020.02.28 17:58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 신청자 면접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미래통합당의 PK(부산‧울산‧경남) 지역 공천이 늦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한강 벨트'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낙동강 벨트'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핵심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이다. 통합당 공관위는 홍준표 전 대표 등을 서울 험지에 배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황교안(종로)·나경원(동작을)·오세훈(광진을) 등을 중심으로 소위 '한강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것.

반면 홍 전 대표는 본래 자신의 고향이 포함된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에 출마하려다가, 공관위의 서울 험지 출마 요구에 경남 양산을을 타협안으로 내놓은 상황이다. PK 지역 중 현 여권이 강세를 보이는 곳에서,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꺾고 PK 선거 전체를 견인하겠다는 것. 'PK 수문장'을 자처하며, 잃었던 '낙동강 벨트'를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일, 공관위 면접을 치르고 나오면서, 양산을 공천이 안 될 경우 "정계 은퇴나 무소속 출마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배수진을 쳤다. 이미 예비후보로도 등록한 상황. 그러나 아직까지 당 공관위는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홍준표 "양산을 공천 안 되면 정계 은퇴 혹은 무소속 출마")

황교안 대표 측의 견제? 당사자는 부정하지만

이처럼 통합당이 홍준표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해 빨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에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 측의 견제가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가 김두관 전 지사에게 승리하고, 황교안 대표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패배한다면 향후 대권 가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황 대표 주변에서 이를 의식해 홍준표 전 대표를 견제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황교안 대표 측과 공관위 모두 부정하고 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 우리는 서울 종로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국가적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누구를 견제하고 말고 할 그런 게 어디있겠나"라고 말했다. 공관위 관계자 역시 "공관위는 정무적 이해관계와 전혀 상관 없이, 원칙대로 공천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PK 지역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공천을 마무리한 뒤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당내 일부 인사가 홍준표 전 대표의 공천을 껄끄러워하는 기류는 분명히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준표 전 대표 대신 나동연 전 양산시장을 양산을 후보로 두고, 가상 여론조사까지 실시해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 전 시장 측은, 대외적으로 당의 요구에 발을 맞추겠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다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나 전 시장은 이번 총선에 공천 신청도 하지 않았다. 그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자 황교안 대표와 가까운 관계자 중 한 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왜 공천 신청을 하지 않느냐'라고 묻기도 했다는 것.

나 전 시장 측 관계자는 "나 전 시장은 사실 양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준비 중이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일권 현 양산시장은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되어 항소심까지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형이 확정되면 오는 4월 총선 때 양산시장 재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또한 나 전 시장은 홍준표 전 대표가 경남지사이던 시절 시장직을 역임했고, 그가 대표 시절에 양산을 당협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두 사람을 경선 후보로 경쟁시키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이다. 나 전 시장 측 관계자 역시 "정치에도 넘어서는 안 될 금도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에둘러 불편함을 표했다.

"이럴수록 유리해지는 건 민주당" 불만도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선 공천 신청자 면접을 준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처럼 홍준표 전 대표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역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PK 지역의 한 현역 의원은 "한강 벨트만 중요한 게 아니라, 낙동강 벨트도 매우 중요하다"라며 "PK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면, 수도권 선거는 보나마나"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 지역 민심이 많이 돌아섰다"라며 "이 기회를 잘 살려야 정권 심판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대한 빨리 공천을 마무리해서, 선거운동 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 자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중량감 있는 인물이 선거에 나서주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나 전 시장 측 관계자는 홍 전 대표의 양산을 출마에 대해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라 (찬반이) 반반이기는 하다"라면서도 "기존의 후보들로는 김두관 전 지사를 꺾을 수 없기 때문에, 홍준표 전 대표 같은 후보가 와서 김 전 지사를 꺾어줘야 한다는 기대가 분명히 있다"라고 전했다.

다른 지역 캠프 관계자는 "여당 쪽 캠프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쪽에서는 명함도 제대로 못 돌리고 있으니 답답하다"라며 "중앙에서 너무 서울만 신경 쓰는 것 같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홍준표 전 대표의 거취를 놓고 갈등할수록, 유리해지는 건 결국 민주당"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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