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환자 발생" 속보 후, 마트 진열대는 텅텅 비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첫 사망자 발생한 곳에서 보내는 현지인의 통신
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현지시각 2월 28일 오전 9시 즈음, 긴급 뉴스가 휴대폰으로 전달되면서 시애틀 지역은 무거운 긴장감에 쌓이기 시작했다.
"킹 카운티(King County)에서 새로운 환자(1명) 발생"
"밀크릭(Mill Creeke)에서 새로운 환자(1명) 발생"
더군다나 내가 살고 있는 킹 카운티에서 발생한 50대 환자가 최근에 대구를 방문했다고 하니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이 위치하여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애틀 인구 증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킹 카운티다.
학군이 좋다 하여 중국인, 한국인 그리고 기타 유럽인까지 모여들어 부동산 가격을 부채질하는 곳. 바로 그곳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공감한 주변의 지인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잠시 메시지 창이 분주해졌다. 이러다 잠잠해지겠지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긴 밤을 선 잠으로 채웠다.
'속보' 이후 분주해진 메신저
오전 10시쯤 화창하게 개인 날씨에 상큼한 공기가 폐를 자극했다. 바이러스의 공포쯤이야 충분히 이겨낼 수 있겠지 하며 동네를 산책하며 마주치는 이웃과 가볍게 인사를 나우었다. 그 누구에게서도 불안해하는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지난밤을 채웠던 미증유의 공포심은 내가 한국인이라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한 결과였으리라.
오후 1시 30분경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다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긴급뉴스였다.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첫 번째 사망자 발생." 그와 동시에 언론은 두 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나왔다고 보건 당국의 발표를 보도하고 있었다. 사망자가 치료를 받았던 병원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불과 10킬로 떨어진 벨뷰시에 위치한 오버 레이크 종합병원(Overlake Hospital), 그리고 20킬로 떨어진 커클랜드(Kirkland) 시에 위치한 에버그린 종합병원(Evergreen Health Medical Center)이다. 새로 밝혀진 두 명의 확진자 역시 커클랜드에 위치한 라이프케어(Life Care, 노인요양병원)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시애틀 인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는 모두 5명, 이 중 한 명이 사망했고 4명이 격리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가 발생한 분포를 살펴보면 시애틀에서 약 50킬로 떨어진 북부의 에버렛시로부터 남쪽의 커클랜드까지 포함된다. 두 지역 모두 시애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종사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는 곳이다. 자칫 시애틀 전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확진 환자의 신상은 다음과 같다.
이 중에 두 건의 케이스에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첫 번째 확진자인 고등학생과 두 번째 확진자인 여성 간호사의 경우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이나 바이러스 보균자와의 접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이 예의주시 하는 곳은 50여 명의 노인이 상주하고 있는 LifeCare(요양원)이다. 이곳에서는 이미 다수의 환자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기에 무더기로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겠냐며 우려가 집중된다.
한국을 방문한 50대 중년 여성에 관한 정보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보건 당국과 병원, 그리고 언론의 적극적인 통제 정책으로 개인의 정보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이 다행스럽다. 다만 트위터를 통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개인 정보가 솔솔 새어나가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연방 정부와 마찬가지로 주 정부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침과 저녁으로 브리핑을 했다.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의 발표에 의하면 미국에는 22건의 확진자가 있으며,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의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충분한 양의 마스크도 비축해 놓고 있으며, 추가로 관련사와 협력하여 다량의 마스크를 우선적으로 공급받는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그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여러분은) 불안에 떨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워싱턴 주정부에서는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 주지사의 행정 명령으로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란 필요에 따라서는 주 방위군을 동원할 수 있고 강제적으로 집회를 해산하거나 일부 지역을 고립시킬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주지사에서 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워싱턴(주)의회 역시 마치 이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이 지난주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퇴치를 위해 방역예산을 대폭 늘릴 것을 주정부에 요청했다.
회사들은 재택근무 적극 권장, 마트는 사재기로 몸살 앓아
시애틀에 둥지를 튼 아마존을 비롯하여 구글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대처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미 수 주 전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회사 차원의 대응책을 직원들에게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하고, 해외 출장 금지, 모임과 회동의 자제 등등의 내용이 담긴 지침서가 전달된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이미 많은 직원들이 그 지침에 따라 재택 근무를 하고 있었다.
지난달 28~20일 대형 마트는 사재기에 뛰어든 인파로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확인되지 않은 수십 건의 흉흉한 소문 탓인지 아침부터 코스코, 타깃, 월마트 등 대형 마트에는 불안심리에 이끌린 쇼핑객의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코스코와 타깃을 방문해 보았다. 식료품과 생필품 등 비상사태를 대비한 제품은 이른 시간에 동이 나고 없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카트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계산대마다 긴 행렬이 이어졌다.
타깃 역시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 생필품과 의료품 그리고 식료품의 진열장은 텅 비어 있었다. 정작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려고(예컨대 기저귀, 분유 등) 찾아온 소비자는 발을 동동 굴렸다며 매장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부가 발 빠른 대응을 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대통령의 담화도 일부 주민의 동요를 막지는 못하는 듯하다. 주말이 지나면 어떤 모습으로 시애틀의 풍속도가 바뀌게 될지 머릿속이 아련해질 뿐이다.
"킹 카운티(King County)에서 새로운 환자(1명) 발생"
"밀크릭(Mill Creeke)에서 새로운 환자(1명) 발생"
학군이 좋다 하여 중국인, 한국인 그리고 기타 유럽인까지 모여들어 부동산 가격을 부채질하는 곳. 바로 그곳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공감한 주변의 지인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잠시 메시지 창이 분주해졌다. 이러다 잠잠해지겠지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긴 밤을 선 잠으로 채웠다.
'속보' 이후 분주해진 메신저
▲ '코로나19' 관련 기자 질문 받는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AP
오전 10시쯤 화창하게 개인 날씨에 상큼한 공기가 폐를 자극했다. 바이러스의 공포쯤이야 충분히 이겨낼 수 있겠지 하며 동네를 산책하며 마주치는 이웃과 가볍게 인사를 나우었다. 그 누구에게서도 불안해하는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지난밤을 채웠던 미증유의 공포심은 내가 한국인이라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한 결과였으리라.
오후 1시 30분경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다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긴급뉴스였다.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첫 번째 사망자 발생." 그와 동시에 언론은 두 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나왔다고 보건 당국의 발표를 보도하고 있었다. 사망자가 치료를 받았던 병원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불과 10킬로 떨어진 벨뷰시에 위치한 오버 레이크 종합병원(Overlake Hospital), 그리고 20킬로 떨어진 커클랜드(Kirkland) 시에 위치한 에버그린 종합병원(Evergreen Health Medical Center)이다. 새로 밝혀진 두 명의 확진자 역시 커클랜드에 위치한 라이프케어(Life Care, 노인요양병원)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시애틀 인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는 모두 5명, 이 중 한 명이 사망했고 4명이 격리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가 발생한 분포를 살펴보면 시애틀에서 약 50킬로 떨어진 북부의 에버렛시로부터 남쪽의 커클랜드까지 포함된다. 두 지역 모두 시애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종사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는 곳이다. 자칫 시애틀 전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확진 환자의 신상은 다음과 같다.
- 에버렛(Everett)에 사는 Jackson High School의 학생
- 벨뷰시(Bellevue)에 위치한 Overlake Hospital에서 치료받고 있는 여성 간호사
- 커크랜드(Kirkland) 에 위치한 Evergreen Health에서 치료받고 있는 Life Care(요양원) 환자
- 최근에 한국(대구)을 다녀온 50대 여성
- 커크랜드(Kirkland) 에 위치한 Overlake Hospital에서 치료받다 사망한 50대 남성
이 중에 두 건의 케이스에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첫 번째 확진자인 고등학생과 두 번째 확진자인 여성 간호사의 경우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이나 바이러스 보균자와의 접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이 예의주시 하는 곳은 50여 명의 노인이 상주하고 있는 LifeCare(요양원)이다. 이곳에서는 이미 다수의 환자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기에 무더기로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겠냐며 우려가 집중된다.
한국을 방문한 50대 중년 여성에 관한 정보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보건 당국과 병원, 그리고 언론의 적극적인 통제 정책으로 개인의 정보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이 다행스럽다. 다만 트위터를 통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개인 정보가 솔솔 새어나가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연방 정부와 마찬가지로 주 정부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침과 저녁으로 브리핑을 했다.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의 발표에 의하면 미국에는 22건의 확진자가 있으며,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의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충분한 양의 마스크도 비축해 놓고 있으며, 추가로 관련사와 협력하여 다량의 마스크를 우선적으로 공급받는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그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여러분은) 불안에 떨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워싱턴 주정부에서는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 주지사의 행정 명령으로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란 필요에 따라서는 주 방위군을 동원할 수 있고 강제적으로 집회를 해산하거나 일부 지역을 고립시킬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주지사에서 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워싱턴(주)의회 역시 마치 이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이 지난주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퇴치를 위해 방역예산을 대폭 늘릴 것을 주정부에 요청했다.
회사들은 재택근무 적극 권장, 마트는 사재기로 몸살 앓아
▲ 시애틀 코스코 사재기사재기 인파로 몸살을 앓는 시애틀 코스코 ⓒ 김영석
시애틀에 둥지를 튼 아마존을 비롯하여 구글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대처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미 수 주 전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회사 차원의 대응책을 직원들에게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하고, 해외 출장 금지, 모임과 회동의 자제 등등의 내용이 담긴 지침서가 전달된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이미 많은 직원들이 그 지침에 따라 재택 근무를 하고 있었다.
지난달 28~20일 대형 마트는 사재기에 뛰어든 인파로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확인되지 않은 수십 건의 흉흉한 소문 탓인지 아침부터 코스코, 타깃, 월마트 등 대형 마트에는 불안심리에 이끌린 쇼핑객의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코스코와 타깃을 방문해 보았다. 식료품과 생필품 등 비상사태를 대비한 제품은 이른 시간에 동이 나고 없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카트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계산대마다 긴 행렬이 이어졌다.
타깃 역시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 생필품과 의료품 그리고 식료품의 진열장은 텅 비어 있었다. 정작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려고(예컨대 기저귀, 분유 등) 찾아온 소비자는 발을 동동 굴렸다며 매장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부가 발 빠른 대응을 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대통령의 담화도 일부 주민의 동요를 막지는 못하는 듯하다. 주말이 지나면 어떤 모습으로 시애틀의 풍속도가 바뀌게 될지 머릿속이 아련해질 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