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골에도 마스크 대란... 우체국에 긴 줄
[코로나19가 바꾼 시골 풍경] 지리산 토지, 마산면의 아침
▲ ⓒ 김창승
▲ ⓒ 김창승
산골 우체국 앞으로 길 줄을 섰습니다. 맨 앞에 서 있는 분에게 물었더니 오전 7시에 아침도 거른 채 나왔다 합니다.
지리산 토지우체국에 배달된 오늘의 마스크 물량은 85세트(425장), 어제보다 5세트 늘어난 공급량입니다. 1인당 5매, 1세트(장당 1천원)로 판매하므로 긴 줄을 선 사람은 오늘도 85명 한정으로 조기 마감될 것입니다.
▲ ⓒ 김창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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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된 물량을 알길 없는 시골 이모님들은 지금도 유모차나 자전거에 몸을 의지한 채 우체국 앞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11시에 번호표 배부를 시작으로 서명을 한 뒤 마스크를 손에 쥐게 될 것입니다.
폐부를 치르는 맑은 바람을 쐬며 청명한 아침을 맞이하던 지리산 사람들이 마스크를 눈높이까지 쓰고 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어색합니다. 이 모든 게 자연과 공존하지 못한 인간들의 이기적이고 지배적인 생활형태에 대한 하나의 경고가 아닐까 싶어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 ⓒ 김창승
오늘도 산수유, 매화, 광대나물, 노루귀, 바람꽃은 지천으로 피어날 것인데 우체국 앞에만 긴 줄을 섰고 꽃그늘 아래는 썰렁 하기만 합니다. 지리산 맑은 바람, 짙은 꽃 향기로 코로나19가 어서 빨리 잠잠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르신과 이모님들 마스크 나누워 잘 쓰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일선에서 방역과 치료에 헌신하시는 의료진과 관계자 어려분 힘 내시기 바랍니다. 그대들을 믿고 의지 합니다.
<지리산 아래 토지, 마산 우체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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