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도 피 나도록 무는 비글...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리뷰] KBS 2TV <개는 훌륭하다> 반려견에게 강형욱이 꼭 듣고 싶은 말
▲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앞으로 개들의 수명이 늘어나서 최대 20년까지도 산다는데, 이런 공포감을 가지고 잘 키울 수 있을까? 피가 철철 날 정도로 무니까 너무 배신감이 느껴지는 거죠. '내가 왜 키우고 있는 거지?'라는 나쁜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12년을 키운 내 새끼 같은 개인데 잘 키워서 끝까지 지켜주고 싶거든요."
무려 12년을 함께 살아 온 반려견 강달이를 바라보는 보호자의 눈빛은 남달랐다. 애정이 철철 넘쳤다. 보호자에게 강달이는 가족 그 이상의 존재였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언제나 곁에 있어줬고, 퇴근 후 귀가할 때마다 반갑게 맞아줬다. 그렇게 쌓인 세월이 어느덧 12년이었다.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건 강달이의 공격성이었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 공격을 멈추기 마련인데, 강달이는 어블 어택(여러 번 연속으로 무는 형태)을 하는 케이스였다. 겁이 많기로 유명한 비글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아래 <개훌륭>)의 제작진도 현관에서 등을 보였다가 다리를 사정없이 물렸다(이후 제작진은 다리 보호대를 착용 후 촬영에 임했다). 강달이의 상태는 매우 심각해 보였다.
▲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강달이는 심지어 보호자에게도 달려들었다. 발톱을 깎을라치면 으르렁거리더니 보호자의 손을 향해 달려들었다. 겁에 질린 보호자는 벌을 서듯 두손을 올리고 얼음이 됐다. 그 과정에서 강달이는 보호자의 팔 부위를 물어 상처를 내고야 말았다. 보호자는 점점 걱정이 커졌다. 12년을 함께 살아온 반려견이 마냥 사랑스럽지 않아졌다. 이젠 배신감이 들기도 하고 공포심까지 느껴졌다.
"강달이가 4살 때부터 물었다고 했죠?"
"네."
"무슨 4살부터예요? 그 전부터 물었지."
"그 전에도 물었는데, 크게 상처가 날 정도는 아니라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강달이는 왜 보호자도 위협하는 개가 되었을까. 강형욱 훈련사는 언제부터 강달이가 사람을 물었는지 질문했다. 보호자는 4살부터라 했지만, 사실 강달이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무는 '습관'이 있었다. 단지, 피가 날 정도가 아니라 문 게 아니라고 여겼던 것이다. "내 개가 누굴 물었는데 피가 안 나면 '안 문 거예요'라고 할 거예요?"라는 강 훈련사의 말에 보호자는 할 말을 잃었다.
"저 친구(강달)가 사람 물 때마다 (가슴이) 쿵쾅 거리지 않아요?" 그랬다. 보호자는 매번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보호자가 원하는 건 강달이가 사람만 물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자 강 훈련사가 재차 물었다. "따님을 물고 나를 물어도 괜찮아요?" 보호자는 "다른 사람을 안 물면 집에 있는 사람도 안 물까요?"라고 대답했으나 그건 정반대였다. "내 가족을 안 물어야 밖에 있는 사람도 안 물어요."
보호자와 강달이의 관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통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보호자는 강달이가 짖을 때 통제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지만, 사실 강달이가 통제되지 않는 건 보호자가 통제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아무것도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달이는 '위협'으로 모든 걸 해결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되자 보호자에게 허용된 건 그저 강달에게 '제발 물지 말아줘'라며 비는 것뿐이었다.
"겁이 많은 비글들이 공격적이 된 이유는 규칙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강 훈련사는 12년 동안 아무런 규칙 없이 살아왔던 강달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훈련에 돌입했다. '기본적인 생활 변화'와 '습관 개선하기'를 통해 강달이는 더디지만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만 해도 강 훈련사에게도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을 가했지만, 점차 앉기와 엎드려를 익혀갔다. 강 훈련사는 반려견의 장단에 맞추는 게 아니라 기준을 세우고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또 반려견에게 애정을 주지 말라고 언급했다. 말을 걸거나 쓰다듬고 만지는 행동을 금지시키는 건 이전의 솔루션 과정에서도 반복됐던 조언이었다.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솔루션이기도 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애정을 줄 때 대개 미안함이나 무서움 등 다른 감정들이 개입돼 있다며 정돈된 감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애정 표현을 삼가라고 했던 거라고 설명했다.
강달이는 규칙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평생 그런 걸 모른 채 살아왔는데, 갑자기 몸에 익히려니 얼마나 혼란스럽고 힘들겠는가. 강 훈련사는 "나쁜 개라서 그런 게 아니라 모든 개는 그럴 수 있어요"라며 강달이와 보호자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리고 훈련 과정에 집중하는 강달이에게 화답했다. 마음을 다잡은 보호자도 단호함과 끈기를 갖고 솔루션에 임했다.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을 것이다.
<개훌륭>을 보고 있자면 '보호자'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수많은 개들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극단적인 폭력성을 가진 개도 있고, 분리불안을 겪는 개도 있다. 단순히 현상만 보면 '개'만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언제나 '보호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반려견을 키울 여견이 되지 않는데도 무리를 하거나 아무런 규칙없이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많았다.
▲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보호자님, 이 친구가 갈 때 어떤 소리 듣고 싶어요? 언젠가 세상을 떠날 거 아니에요."
"나 잘 살다 간다."
"지금은 그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아니요. 못 들을 거 같아요."
대부분의 경우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견보다 오래 산다. 이별은 불가피하다. 그 순간 당신은 반려견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 강 훈련사의 질문에 보호자는 '나 잘 살다 간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대답했다. 누구라도 그런 생각일 것이다. 강 훈련사도 12살 된 반려견이 있는데, "당신이 내 보호자여서 행복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반려인과 반려견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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