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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야생동물 카페의 공중보건학적인 위험성

[주장] 신종 바이러스 감염에 대비하기 위해 야생동물카페 규제부터

등록|2020.03.05 16:56 수정|2020.03.05 17:11
ibric.com(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서 <신종 인간 바이러스? 중국 해산물 시장과 관련된 미확인 폐렴>이라는 기사를 발견한 것이 올해 초 1월 9일이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스나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HIV등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온 바이러스 유래 감염병의 대유행은 우리 사회가 인간과 동물, 환경 사이의 균형이 깨졌다는 증거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가 심각해지고 있는 이때 새로운 감염병은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은 늘 있었다. 국내 확진자가 생긴 후 두 달. 마스크를 사기 위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긴 줄을 선 사람들은 공포 그 자체다. 애초에 문제의 발단지였던 우한의 해산물시장은 이미 폐쇄되었지만 최근 중국정부는 강경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야생동물의 거래와 식용은 당분간 금지되며, 중국의 선전시는 개 고양이 식용 금지법안까지 발의했다.

중국은 야생동물 거래 문제에 대처 시작, 정작 우리는?

여기에서 냉정하게 한국이 놓인 현실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괜찮을까? 흔히 야생동물을 먹는 습관은 중국인들에게 있지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감염병은 동물을 먹어 우리의 소화기관에 들어온 이후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동물을 먹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동물을 잡고 만지고 도축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동물의 체액과 혈액 등이 사람에게 묻게 된다. 그 동물이 감염원인 세균,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면 결국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이다. 학자들은 에볼라 바이러스와 HIV는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도축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인간에게 전염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야생동물뿐 아니라 개와 고양이의 식용 금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개와 고양이는 식용을 위해 방역, 소독, 질병예방을 위한 백신, 미생물 통제 등의 과정이 필수적인 축산업의 시스템 밖에 있다. 어떤 질병에 걸려 있는지 아무도 모른 채 유통되고 있고 도축되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이런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다. 신종 바이러스 확진자 전 세계 2위인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2012년부터 전국의 동물원을 다녔다. 이미 기존의 공영 동물원은 지역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낡을 대로 낡아 낙후되어 가는 사이 신종 동물원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른바 동물들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체험동물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 쪽에서는 음료수를 마시고 한 쪽에서는 동물을 만지는 동물카페까지 등장했다. 과연 이래도 되는 걸까.

  

▲ 카페에서 코아티에게 입맞추는 관람객. 인수공통전염병 감염의 위험이 높다.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원은 어린이들에게는 꿈의 공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신종 감염병 대부분이 야생동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온 아이들이 야생동물을 만지고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그 시스템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 동물들은 잘 관리되고 있을까? 아이들은 안전할까? 신종 전염병의 창궐은 인간과 자연의 균형이 깨지면서 자연 상태에 있는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로 옮겨가 생존하기 좋은 조건에서 일어났다. 동물원은 바이러스에게 있어 생존과 진화를 위해 좋은 환경이다.

       
무방비 상태로 급증하고 있는 한국의 체험동물원과 야생동물카페

우리나라 동물원의 현실에서 가장 비상식적인 조건은 이것이다. 우리나라의 동물원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동물원을 자격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둘째, 다종다양한 야생동물들이 한 번에 모인 곳인데 검역, 방역, 질병예방 시스템이 전무하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는 동물원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어떤 질병이 우글우글할지 모르는 곳에 어머니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환상과 꿈을 선물'하고자 동물원으로 온다. 이것은 사뭇 악몽이다.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 2조 제 1호에 따른 야생동물' 또는 축산법 '제 2조 제1호에 따른 가축'을 총 10종 이상 또는 50개체 이상 보유한 시설은 동물원으로 등록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종과 개체수가 미달하는 경우 관리 대상이 아니다.

또한 동물보호법 제 32조에 따라 등록의 의무가 있는 동물전시업의 경우 개와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만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 종 외의 동물을 전시하는 경우 어떤 법적 제제도 없다. 또한 야생생물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2절에는 동물의 상업적 거래를 규제하는 조항이 있으나 그 범위를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제한하고 있고, 사육시설 기준과 점검에 대한 사항 역시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따라서 야생동물 카페에서 주로 전시되는 라쿤, 미어캘, 왈라비, 코아티 등은 제외된다.

전국적으로 체험동물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동물카페가 가장 심각한 상황인 것은 바로 관람객이 동물을 만지고 바로 식음료를 먹는 공간이 함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엄격하게 손을 씻는다 해도 실수는 생기게 마련이다. 아이들은 무심코 동물을 만지고 그 손으로 음료수를 마시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게 된다.
 

▲ 야생동물카페에서 무방비 상태로 라쿤과 놀고 있는 아이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조사한 야생동물 카페의 현황

2019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전국의 야생동물 카페를 조사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야생동물카페는 2017년 35개 업소에서 2019년까지 64개소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육되는 종은 라쿤으로 현재 36개 업체에서 전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웨어의 조사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생과 안전 문제다. 조사 대상 12개 중 8개 업소는 사람과 동물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라쿤이나 제넷고양이 등 높은 곳에 쉽게 오르는 동물들이 사람이 먹는 음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다. 12개 업소 중 9개가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는데, 소독제를 바르지 않아도 무방한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어떤 소독제를 쓰고 있는지 불분명한 것도 문제다.

12개 업소 중 4개 업소만 동물병원에서 발급한 예방접종 증명서를 가지고 있었는데, 모두 개의 종합백신(DHPPL)과 광견병백신의 접종 증명뿐이었다. 또한 12개 업소 모두 먹이주기 체험을 하고 있다. 상시적으로 사료를 먹는 동물들은 비만 상태가 되기 쉽고 먹이에 흥분한 동물들이 서로 물거나 사람을 물 수도 있다. 이는 큰 위험요소다. 또한 대부분의 업소에서 방문객은 직원의 개입 없이 동물을 만질 수 있게 되어 있다.

둘째, 너무도 다양한 종이 종별 특성에 맞는 사육시설 없이 전시되고 있다. 라쿤, 미어캣, 제넷고양이, 자칼, 바위너구리, 코아티, 프레리독, 개, 고양이, 페럿, 토끼 등 동물종은 다양하지만 이들은 임신, 출산, 부상, 다툼 등의 문제가 생겨도 분리 사육할만한 별도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분리할 일이 생기면 사실상 갈 곳은 좁은 케이지 밖에 없다.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을 그냥 합사한 곳도 많고, 케이지에 격리되어 있거나 방치된 동물이 정형행동(Stereotyped Behaviour)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방문객의 접촉에 노출되어 은신처를 제공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음도 심했다.
  

▲ 케이지에 갇혀있는 라쿤. 전시공간이 모자르면 대부분 이런 곳에 갇혀 지내게 된다. ⓒ 전채은


셋째, 심각한 질병문제다. 아래 사진은 얼굴 부위에 염증이 있는 왈라비다. 이 왈라비는 세균성 골수염(Fusobacterium necrophorum)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왈라비는 만지기 체험에 이용되고 있다. 캥거루과의 세균성 골수염은 부적절한 먹이급여와 세균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심한 경우 사망하게 된다. 초식동물은 살아있는 풀을 뜯어먹어야 하는데 카페에서는 말린 풀이나 펠렛형태로 만든 것을 먹이는데 이것은 다소 딱딱해져 입 안에 상처가 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 질병이 심각한 왈라비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어웨어측에 따르면 카페에는 먹이주기 체험에 동원되어 비만에 걸린 라쿤, 미끄러운 실내에서 지내느라 발톱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미어캣과 왈라비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일부 동물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과 신경질적이고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전한다.

라쿤은 22개의 아종이 있어 각각의 서식지에 따라 필요한 먹이도 다르다. 그러나 카페에서 주로 주는 개용 배합사료는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고 섬유질 등이 부족하여 비만이 오기 쉽다. 결국 야생동물 카페는 다종다양한 야생동물의 섭생과 서식조건을 전혀 맞출 수 없어 동물의 건강에도 치명적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 먹이주기 체험을 하는 라쿤, 대부분 비만 상태이며 아이들은 무분별하게 만지는 과정에서 감염의 우려가 크다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 곳에는 상주하는 수의사가 없으며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거나 질병관리를 하는 법적 주체도 없는 상태다. 무법천지인 것이다. 이런 곳은 당연히 공중 보건학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다.
                       
야생동물 카페의 공중보건학적 위험

현재 한국에서 전시, 유통, 사육되고 있는 동물은 그 출처 및 건강상태 정보에 대해 공개하거나 기록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할 의무가 없다. CITES종에 속하는 일부 동물의 경우 수출국에서 발행한 수출증명서는 자국의 생태계를 위협하지 않는 한에서 획득한 동물을 수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현지에서 이것이 잘 지켜진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국내로 들어온 이후 양도, 양수, 그리고 페사시에만 서류로 신고하게 되어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멸종위기 종이 아닌 야생동물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그러나 이 어설픈 검역과정을 지나가면 이후 개인이 번식, 사육, 유통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가나 등록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어디에서도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야생동물 카페에서 주로 전시되는 라쿤의 경우 2013년에서 2017년까지의 농림축산검역본부 기록을 기준으로 보면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이다. 미국에서 라쿤은 광견병 숙주로 개인 사육이 금지된 주가 많다. 광견병은 중요한 인수공통감염병임에도 불구하고 라쿤에 대한 별도의 검역조건이 없다. 5일간 계류기간 동안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통과 가능하다. 그러나 라쿤에서의 광견병 잠복기는 최소 1주에서 6년까지라는 보고된 바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야생동물 카페에서는 기준 없이 다양한 동물들이 합사되고 있다. 그러나 야생동물의 경우 번식기나 기타 여러 환경적 변화로 공격성이 증가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서로 외상을 입히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타액이나 혈액이 동물 간에 섞일 수 있고 이를 말리거나 관리하는 직원, 그리고 이를 체험의 형식으로 만지는 시민까지도 위험하다. 물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동물들 대부분 어떤 검진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무분별한 합사로 서로 공격해 다치게 되면 타액과 혈액을 통해 감염의 우려가 높다.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예측 불가능,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이 최우선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사실 개와 고양이에게는 더 흔했다. 고양이의 전염성 복막염도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했다. 그런데 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강력한 공포가 된 것은 2002년 사스로부터였다. 이루 2015년 한국에 상륙한 메르스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이었다.

이렇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화무쌍하게 변화된 것은 바로 돌연변이 떄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single strain 즉 한 가닥으로 된 RNA바이러스다. DNA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 안정적인 반면 상대적으로 불안전하니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것이다. RNA바이러스는 이런 이유에서 백신 개발이 어렵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앞으로 어떤 변이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공포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치사율이 낮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바이러스 역시 끊임없이 생존하고 번창하기 위해 스스로 진화한다.

바이러스는 자연 숙주가 아닌 새로운 숙주에 정착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숙주에서 과도하게 증식하면 숙주 자체도 안정적일 수 없고 이것은 바이러스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새로운 숙주로 진입하여 성공하게 되면 이후 숙주 자체에 대한 병원성은 줄이고 개체간 전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낮은 대신 전염성이 강한 이유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변종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주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뛰어난 의료진이 포진해 있다 해도 결국 그들도 인간이다. 한 국가의 의료 시스템과 인프라가 언제까지 버텨 줄 것인가. 결국 우리 사회를 다시 점검하고 돌아보면서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고 어려운 논의를 할 것도 없다. 우리 주변에 있는 야생동물과 우리의 거리가 과연 타당한가를 돌아볼 때다.

이미 우리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 안에 들어왔다. 그것도 모자라 야생동물을 도심 한 가운데 데려와 만지고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동물은 어떤 건강검진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것은 그야말로 시한폭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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