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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어때] 코감기 바이러스의 거의 모든 것 '바이러스 빌리'

등록|2020.03.10 20:11 수정|2020.03.10 20:11
"엄마, 엄마! 여기 이 책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와!"
"응? 정말? 진짜네."


몰랐다. 아이들이 학습만화(<내일은 실험왕> 19 지형의 대결 편)를 들고 오면서 증거를 내밀 때만 해도 작가에게 예지력이라도 있나 했다. 아니었다. 내가 잘 몰랐을 뿐,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있던 거였다.
 

▲ 선생님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원에 급히 검사를 받으러 가셨다고 나오는 대목. '내일은 실험왕' 19권. 이 책은 2011년에 출간되었다. ⓒ 최은경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리노바이러스와 함께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로, 사람과 다양한 동물에 감염될 수 있는 유전자 크기 27~32kb의 RNA 바이러스'다. 원래는 동물에게서 발견되던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로 넘어온 것.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현재 세계를 혼란으로 내몰고 있는 코로나19도 이 바이러스의 변종이다.

차이가 있다면 사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후통·기침을 동반한 코감기를 주 증상'으로 한다고 나오는데, 이 학습만화는 '호흡기계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이 온다고 설명하고 있는 거다.
 
"가설 선생님은 어제 무시무시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셨다. 호흡기계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이 심해져 병원에 급히 검사를 받으러 가셨다. 그 질환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서 너희들과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구나."

'가만 있자, 이건 지금 전 세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 코로나19 증상에 가까운데...' 이게 실제라면 "그냥 감기잖아!" 할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접촉한 교장선생님과 아이들은 모두 자가격리되어야 할 판이다.

특히나 코로나19는 긴 잠복기에 전염성이 높고 치료제도 아직 개발되지 않아 감염되지 않고 예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사회적으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요즘, 대체 이 바이러스는 어떻게 인간의 몸에 들어오는 건지 답답할 때 나타난 그림책이 있었으니 바로 <바이러스 빌리>다.

마스크 쓰기 싫다는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바이러스 빌리' 표지 ⓒ 스콜라


그런데 책 표지가 심하게 귀엽다. '바이러스 너 이렇게 귀엽기야?' 하고 책장을 넘기면 지금 상황에서 너무 위험해 보이는 면지가 등장한다. 당장 마스크를 써야 할 것만 같은 순간, 이 책의 주인공 빌리가 반갑게 인사한다(그런데 어쩌지? 지금 너 별로 안 반가운데...).
 

▲ 당장이라도 마스크를 써야할 것 같은 분위기의 면지. ⓒ 최은경


코감기를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여러 종류가 있다) 빌리는 직접 자신을 소개하며 우리 몸속에 바이러스가 어떻게 들어오고, 몸속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사람들에게 전염되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매일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불안한 엄마 마음과 달리 '마스크 안 쓰고, 콧구멍 후비고, 눈 비비고, 손 안 씻는 아이들'과 함께 보면 정말 좋은 그림책이다. 나도 몰랐던 다양한 바이러스의 종류에 대해 알려주는 건 기본이고,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빨리 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독특한 방법으로. 이렇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한 다음에, 그 손으로 바로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는 거야.
코를 푼 손으로 문손잡이를 만진 뒤, 다른 사람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전등 스위치를 켠 다음 바로 그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는 거야.
이럴 때 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너희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 리노바이러스 빌리가 알려주는 우리 몸 속에 바이러스가 빨리 들어오게 하는 방법. ⓒ 최은경


코로나19 국민 예방수칙과는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지만 이러는 아이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감염병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답답한데 왜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기보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읽어주면 어떨까. 바이러스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쉽게 알려주는 빌리 덕에 친구들 사이에서 '똑똑 박사'로 불릴지도 모르겠다.

빌리는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너희들은 나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우리는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고. '여자든 남자든 크든 작든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우리는 인간들 모두를 좋아한다'고.

특히 '우리(바이러스)는 가을과 겨울에 찾아가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 '차가운 공기가 코 점막을 마르게 해서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몸이 재빠르게 방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또 만날 거라고 인사한다.

어쩐지 오싹한 이야기다. 빌리는 귀엽지만 만나기는 꺼려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빌리가 알려준 방법을 기억하고 피할 수밖에. 아이들에게 무조건 공포감을 조성하기보다는 바이러스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일상 속에서 함께 실천하는 데 빌리 이야기가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바이러스 빌리>는 현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이 2016년 옮긴 책으로, 같은 해 미래창조과학부인증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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