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까지 소독? 코로나19 대중교통 방역현장을 가다
[현장] 시내버스도, 지하철도 종점 들어올 때마다 방역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는 교통 최전선을 다녀왔습니다. 상편에서는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공항을, 하편에서는 시민들의 발, 버스와 지하철의 꼼꼼한 방역 현장을 담았습니다. [편집자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방역의 중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서 있거나 앉아 있고 봉을 잡는 등 간접적인 접촉이 많아 우려되지만, 꼭 이용할 수밖에 없는 대중교통에 관심이 쏠린다.
[시내버스] 차고지 들어올 때마다 방역... 소독 작업도 꼼꼼히
▲ 11일 도원교통 정릉동 차고지에서 미화원들이 버스 곳곳을 살균소독하고 있다. ⓒ 박장식
3개 노선 60대의 버스가 매일 4만여 명의 승객들을 싣고 달리는 도원교통 정릉동 차고지. 운행을 마친 버스가 차고지로 돌아오면 일손이 바빠진다. 기다렸다는 듯 회사에 소속된 미화원들이 항균 소독제를 승객들이 닿았던 모든 곳에 뿌리고 깨끗하게 닦아내기 시작한다.
미화원들이 청소를 끝내자 이문주 정비사가 소독제 분무장치를 들고 나섰다. "정비사들이 돌아가면서 방역작업에 나선다"며 그는 버스 안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 모두에 구석구석 소독제를 뿌렸다. 소독이 끝난 뒤에야 버스 기사가 차량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러한 방역작업이 포함된 청소 시간은 평소의 두 배. 평소보다 긴 청소 시간으로 인해 방역을 담당하는 직원도 새로 뽑았다. 도원교통 박용덕 차장은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모든 버스가 종점에 들어오는 대로 방역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승객 안전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운행을 위해 버스에 오른 소속 기사에게 코로나19 때문에 걱정되는 점이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버스 안에 소독 다 하고 일할 때는 마스크를 쓰니까 '혹시 감염될까?' 하는 부담이 없다"면서 "오히려 손님들이 먼저 다 알아서들 마스크를 하고 다니신다"고 웃으며 말했다.
▲ 11일 서울 도원교통 이문주 정비사가 버스 내를 소독하고 있다. ⓒ 박장식
방역용품이나 추가 고용 인건비 등 방역에 필요한 비용은 서울시가 지급한다. 확진자가 버스를 이용했을 때, 기사가 자가격리되었을 때 등에 따른 매뉴얼도 마련되어 있다. 더욱이, 기사들이 사용하는 일회용 마스크 역시 넉넉지는 않지만 부족하지 않다. 준공영제의 장점이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드러난 셈이다.
"기사분들 역시 마스크를 쓰다 보니 운전하기 힘드실 텐데, 한 분도 빠짐없이 무조건 마스크를 쓴다"라는 박용덕 차장은 최근에 구내식당도 음식을 마주 앉아 못 먹게 의자를 뺐다며 웃었다. 운수종사자 개개인이 방역 최전선에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상황이다.
박 차장은 "버스 안은 좁은 공간이니 다른 승객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안전 수칙을 많은 분들이 지켜주셨으면 한다. 특히 감염 예방을 위해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 버스에 탑승해 주신다면, 더욱 안전한 버스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승객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지하철] 회차 시간 2분, 빠르고 안전하게 방역 끝내야
▲ 11일 김포도시철도 김포공항역에서 김광섭 방역관리원이 역 개찰구를 방역하고 있다. ⓒ 박장식
최근 확진자가 매일 출퇴근을 위해 이용했다고 알려진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을 찾았다. 확진자가 열차를 이용한 풍무역에 긴급 특별방역이 실시되기도 했을 만큼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이곳도 매일 일손이 바쁘기는 마찬가지이다. 김포공항역에서 대기하는 열차는 물론, 김포공항역 곳곳에 소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김포공항역 정양기 역장은 "이 역에서 김포로 돌아가는 열차는 모두 방역을 한다. 이 역에서만 쓰는 살균제가 4리터짜리 다섯 통일 정도다. 관제실에서도 CCTV로 열차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한다"면서 "역 내에 손 소독제 여섯 개를 비치해놓는데 하루에 세 번 이상을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섭 방역관리원이 역사 내 방역에 먼저 나섰다. 맞이방의 의자는 물론, 사람들의 손이 닿는 승차권 발매기와 개찰구,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역을 꼼꼼히 방역했다. 그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까지, 사람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는 하루에 여러 번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작업은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이루어진다. 김광섭 방역관리원이 엘리베이터 방역을 위해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자, 승객들 역시 "우리를 위한 일인데 괜찮다"며 웃는 모습을 보였다. 정양기 역장은 "시민들이 눈앞에서 직접 방역 현장을 보다 보니 안심하고 열차를 탄다"고 했다.
승객들이 가장 오랫동안 머무르는 열차도 방역에 바쁘기는 마찬가지이다. 양촌역과 김포공항역 등에서 이루어지는 방역은 열차가 회차선에 들어가 있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다. 오전·오후 시간대에는 충분한 시간이 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2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열차의 방역을 꼼꼼히 마쳐야 하는 셈이다.
▲ 11일 김포도시철도 김포공항역 회차선에 정차한 열차에서 방역관리원들이 살균제를 살포하고 있다. ⓒ 박장식
다른 방역관리원은 "5시부터 사람도 많아지고 차도 많아져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서 방역작업에 임했다. 두 명의 방역관리원이 열차에 탑승해 열차가 회차하는 동안 열차의 한 면씩을 맡아서 작업하는데, 시트와 손잡이, 창문 등 손길과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소독제가 뿌려질 수 있도록 짧은 시간 동안 꼼꼼히 작업한다.
소독제를 열차 곳곳에 모두 뿌리고 코드를 뽑는 순간, 다시 김포 방면 승강장으로 돌아온 열차의 문이 열린다. 이런 작업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계속해야 하는 것이 방역관리원의 임무다. 방역관리원들은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포시에서도 김포골드라인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방역관리원을 시에서 채용하고 손 소독제 지원 등 충분한 대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은 없을까. 정양기 역장은 "살포기가 전선 코드를 연결해야 해서 손님들이 걸릴 위험이 있고 작업이 용이하지 못하다"며 "배터리를 쓰는 무선 살포기로 바꿨으면 어떨까 싶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중교통 이용은 안전... '마스크' 꼭 착용하세요
이렇듯 방역 최전선에 선 이들의 '열일' 덕분에 시민들은 안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12일 질병관리본부 정례브리핑에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전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 "승객들이 과도한 불안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역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중교통 이용과 관련해 "소독, 환기 등 전반적인 위생관리 강화에 대해서는 철도 등 대중교통의 관계자들이 같이 노력을 하고 계신다"라면서 "전체적인 위생 환경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게 최대한의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KTX, 무궁화호 등 장거리 대중교통편을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방역 정책을 이어나가고 있다. 열차 승객들이 최대한 멀리 배치될 수 있도록 예매 시스템을 바꾸는 하면, 열차가 종점에 도착했을 때마다 방역작업을 하는 등 열차 내 감염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용 전후로 손을 비누로 씻거나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 쓴다면 안전하다 할 수 있는 대중교통. 그런 대중교통을 더욱 안전하게 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 조정으로 혼잡도를 낮추는 등 정책 마련이 뒷받침된다면 앞으로도 '코로나19로부터 청정한 대중교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