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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의협 회장 비판 "코로나19 자문이 비선? 매우 저열"

10일 최대집 회장 비판 성명 "비과학적 혐오선동과 근거 없는 마녀사냥 중단하라"

등록|2020.03.10 19:58 수정|2020.03.10 19:58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의 '우한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대집 회장의 반민주적 언행에 분노하는 많은 의사·보건의료인·시민들과 함께 이를 비판한다."

의사들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아래 인의협)는 10일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은 비과학적 혐오 선동과 근거 없는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그는(최대집 회장) 방역조치에 노력해온 동료 의사 전문가들에 대해 정치적 비난과 낙인을 찍는 행태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이는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행위"라고 꼬집었다.

인의협이 언급한 것은 지난 3일 보건당국의 코로나19 전문가 자문단(범학계 코로나19대책위원회, 아래 대책위)이 일부 야당과 의협 공격에 돌연 해체된 일이다. 의협과 일부 야당은 대책위를 이른바 '비선 전문가 자문단'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와의 사적 인연으로 형성된 곳이라는 주장이다(관련기사 : "멀쩡한 전문의를 빨갱이로... 의협, 선 넘었다").

이와 관련해 인의협은 성명서에서 "이들은(대책위) 2015년 메르스 때도 같은 역할을 해왔던 의사들"이라며 "아무런 공적 직함도, 전문지식도 없는 일개 개인이 정부를 좌지우지하며 국정을 농단하던 최순실 사건과 이것이 어떤 조금의 관련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전진한 인의협 정책국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 외에도 그는 3일 전까지도 언론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공공병원 부족, 의료 현장 인프라 부족 문제는 말하지 않고서 혐오만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 정책국장은 이번 사건이 끼칠 사회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의협 회장이 비선 자문단이나 의료 사회주의자와 같은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중앙 일간지가 이런 잘못된 주장을 사회적으로 공론화 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의 의견 개진이 부당하게 낙인 찍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갖는 자유로운 공론 역할이 크게 위축될 것 같다. 사회적 방역 역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이날 인의협은 성명서에서 "(현 상황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동료 의사들의 전문가로서의 학술활동에 훼방을 놓는 대표를 두고 있는 것은 한국 의사들의 비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최대집 회장도 아집과 비과학적 선동을 중단하고 협회장에 걸맞은 언행과 최소한의 사회적 역할이라도 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인의협 성명서 전문이다.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은 비과학적 혐오선동과 근거 없는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지난 3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중앙일보 인터뷰 이후 정부 자문을 하던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가 해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부가 의료사회주의자 비선 전문가들 자문만 듣고 중국 전역 입국금지를 하지 않아 사태가 악화됐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중국 입국금지는 국제적으로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비과학적 주장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다수의 분별력 있는 의사들과 전문가들이 합리적 근거로 반박해 자유로운 공론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극단적 주장의 하나가 돼 왔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는 방역조치에 노력해온 동료 의사 전문가들에 대해 정치적 비난과 낙인을 찍는 행태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이는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될 행위다. 우리는 최대집 회장의 이러한 반민주적 언행에 분노하는 많은 의사·보건의료인·시민들과 함께 이를 비판한다.

첫째, 중국 입국금지는 비과학적이고 혐오만 부추길 정책이다. 최대집 회장은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 중국인 입국금지 혹은 중국 국경폐쇄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국경폐쇄나 이동제한에 반대해왔다. 이 같은 조치가 감염병을 차단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비정상적 입국이 늘어나 검역과 추적관리가 불가능해지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인플루엔자, 에볼라, 사스 유행에 대한 많은 과학적 연구들이 외국인 입국금지로 감염을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국내 감염자들 간 확산이 주되게 벌어지고 중국 유입형 감염자를 찾아볼 수 없게 된지 매우 오래된 지금 상황에서 국경폐쇄는 더더욱 실효성이 없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러한 주장을 계속하는 것이 과연 감염병 차단을 위한 것인지 정치적 의도인지 거꾸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의 역할은 무엇보다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해 불필요한 공포나 혐오감정에 휩싸이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최대집 회장은 반대로 잘못된 중국인 혐오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보수언론과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

둘째, 잘못된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치적 프레임을 동원해 공격하는 방식도 매우 저열하며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정부와 협조하여 자문역할을 하는 것이 문제일 리 없다. 이들은 2015년 메르스 때도 같은 역할을 해왔던 의사들이다. 아무런 공적 직함도, 전문지식도 없는 일개 개인이 정부를 좌지우지하며 국정을 농단하던 최순실 사건과 이것이 어떤 조금의 관련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의료사회주의라니 황당하다. 공공병상이 10%인 나라에서 공공의료 확대 주장이 사회주의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 공공병상 평균이 73%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만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 낡은 매카시즘을 꺼내든 것에 불과하다. 최대집 회장의 평소 지론대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가 '사회주의'라면 그가 꿈꾸는 것은 국민건강보험제도 조차 없어 적절한 방역이나 감염병 치료가 어려운 미국 같은 의료시스템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많은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대구경북 등 인력이 부족한 곳에서 제 역할을 하며 전국적 위기 극복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동료 의사들의 전문가로서의 학술활동에 훼방을 놓는 대표를 두고 있는 것은 한국 의사들의 비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국가방역체계 개선에 기여하는 한편, 지혜를 모아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대집 회장도 아집과 비과학적 선동을 중단하고 협회장에 걸맞는 언행과 최소한의 사회적 역할이라도 하기 바란다.

2020. 3. 10.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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