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 장모에 대한 수사와 보도, 어디로 가나
[주장] 윤 총장 장모 둘러싼 의혹, 원칙대로 수사하고 보도해야
▲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 20일 오후 광주고등·지방검찰청을 방문,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극히 당연한 소리였다. 지휘고하, 권력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의혹이 있다면 조사를 받아야 하고 죄가 드러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는 일반 시민부터 대통령에게까지 누구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적용되어야 하는) 사회 공동체의 '룰'이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 모두는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하니까".
그러나 현실은 조 기자의 멘트와는 상반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방송 내내 마음 한쪽에서 씁쓸함과 불편함이 밀려왔던 이유였다. 물론 이날 <스트레이트>가 조명한 의혹은 주류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을 뿐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다. 2018년 10월 국정감사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던 의혹이기도 하다.
요약하면 이렇다. 윤 총장의 장모 최씨는 지난 2013년 부동산업자 안씨와 성남시 도촌동 땅 55만 m²(감정가 170억)를 40억 원에 공매받아 각각 50%의 지분을 나눠갖는다. 이후 안씨는 공매대금으로 대출받은 돈을 갚기 위해 땅 매각을 시도하지만 공동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최씨가 거부하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안씨의 몫이었던 50% 지분이 경매로 처분되고, 이를 최씨의 아들이 대표로 있는 부동산업체가 사들이면서 도촌동 땅은 사실상 최씨의 소유가 됐다. 최씨는 이후 130억 원에 땅을 매각해 3년 만에 90억 원의 막대한 차익을 올린다. 문제는 도촌동 땅 계약과정에서 최씨가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는 것.
지난 2019년 9월 도촌동 땅 매입 의혹과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등으로 법무부에 진정서가 제출되면서 해당 사건은 의정부지검으로 배당된 상태다. 이와 관련 최씨는 2016년 안씨의 형사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300억 원대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최씨는 당시 안씨 변호사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안씨의 부탁으로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편집자 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수사를 통해 사문서위조가 얼마나 위중하고 악질적인 범죄인지가 온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표창장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행태를 떠올린다면, 350억 원 상당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최씨의 죄질은 가히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씨가 법정에서 혐의 사실을 시인한 상태이고 보면 더욱 그럴 터다.
그러나 누가 봐도 처벌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검찰로 넘어간 수사는 시쳇말로 '며느리도 모르는' 지경이 됐다.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해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을 투입하고, 공소장까지 변경하는 등 수사에 열의를 보이던 검찰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인디언 기우제' 같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 전력해온 검찰이 사문서위조가 뚜렷해 보이는 최씨에 대해서는 아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같은 사문서위조 혐의인데 조 전 장관 일가와 윤 총장 장모 최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행태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같은' 사문서 위조 의혹... '다른' 검찰·언론의 모습
다른 것은 비단 검찰 뿐만이 아니다. 언론의 보도 행태 역시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조국 사태 당시를 상기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이후 이른바 검찰발 보도가 쏟아졌다. 피의사실이 유포되는가 하면, 내용의 진위를 알 수 없는 추측성 보도가 잇따랐다. 조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모욕·망신주기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보도도 적지 않았다.
반론권이 주어지지 않은 가운데 검찰만 알 수 있는 수사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고, 그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기 일쑤였다. 법리적 공방을 펼치기도 전에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에 대해 이미 '잠정적 범죄자'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의혹의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조 전 장관의 '유죄'를 가정사실화하는 보도가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 장모 최씨의 경우는 그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스트레이트> 보도 이후 주류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이렇다할 후속 보도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이슈도 아닌 현직 검찰총장의 장모가 개입된 사문서위조 혐의다. 그것도 4차례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해 9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표창장 위조와는 차원부터가 다른 죄질이 지극히 불량해보이는 범죄 의혹이다.
이쯤되면 고개를 갸웃가릴 수밖에 없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철저하게 대응해왔던 언론이라면 윤 총장 장모 최씨의 경우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더욱이 법리를 다투고 있는 조 전 장관 일가와 달리 최씨의 경우는 본인 스스로 위조 사실을 법정에서 인정했을 만큼 위법 정황이 뚜렷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사문서위조 혐의가 명백한 최씨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 언론이라면, 조 전 장관 의혹에 사활을 걸고 매달렸던 언론이라면 범죄 혐의가 명확해보이는 윤 총장 장모 최씨에 대해서도 후속 심층보도가 이어져야 마땅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로 흘러간다. 관련 의혹이 제기됐던 2018년 국정감사, 2019년 인사청문회 당시와 마찬가지로 최씨는 이번에도 언론의 레이더망 밖으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아니라면 현직 검찰총장 장모가 개입된 범죄 혐의에 대해 주류 언론이 이처럼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조 전 장관 의혹 당시 생산됐던 어머어마한 보도량을 떠올려보라).
"대한민국의 검사가 2000명이 넘습니다. 이중에는 현직 검찰총장의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의혹이 있다면 조사는 일단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검사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저희한테 연락을 주세요. 그동안 취재한 자료 다 넘겨드리겠습니다. 아울러 추가 제보도 기다리겠습니다."
<스트레이트>의 조 기자는 방송을 마무리하며 검찰에 저렇게 읍소했다. 그러나 조 기자의 저 당부가 어디 대한민국 검사에게만 해당되는 하소연일까. '기자'라는 이름의 무게와 책임, '저널리스트'로서의 상식과 자존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적용되는 간곡한 당부이자, 일침일 게다.
조국 사태로 검찰의 '선택적 수사'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뜨겁게 분출됐다. 법과 원칙이 아닌 검찰의 자의적 판단과 주관대로 검찰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주류 언론 역시 이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 전 장관 일가와 윤 총장 장모 의혹을 대하는 언론의 이중적 태도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표창장 위조 의혹에 온 나라가 떠나갈 듯 난리를 펴던 검찰과 언론이 범죄 혐의가 뚜렷한 검찰총장 장모의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과 언론을 향한 불신과 함께 비판 여론이 갈수록 확산되는 이유일 터다.
없는 혐의를 수사하라는 것도, 없는 의혹을 보도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법대로, 원칙대로 '수사'하고 '보도'해 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문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윤석열 검찰과 주류 언론에게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수사와 보도를 바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무리한 요구인가. 정말 그러한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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