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마흔을 넘긴 나이에 인생 2막을 시작하고자 큰 맘 먹고 교습소를 오픈했다. 영어 전공자로서 평소 영어를 무척이나 좋아하였고 쉽지 않은 영어 공부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아이들을 위하여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스킬을 전수해 주고 싶었다.

아들과 아들 친구 2명으로 시작한 교습소는 입소문을 타면서 개원 1년 만에 목표 인원인 15명이 채워졌다. 그렇게 난생 처음 시작한 사업이 막 빛을 발하려던 찰나, 예상치 못한 사회적 재난 코로나19가 찾아 왔다.

교습소 운영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고 신학기, 신학년을 맞아 등록 대기 중이던 아이들도 여럿 있었는데 모두 잠정 연기되어 버렸다.

언제든 망할 수도 있다라는 각오는 하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생각지도 않은 사태로 '이렇게 망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 불안은 직장 생활을 하던 때와는 완벽하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처음 코로나19가 대구에 급속도로 번질 때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원에 동참했다. 2주가 넘도록 주변에서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섣불리 학부모님들께 아이들의 등원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조심스레 의사를 물어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아직은...'이라며 등원을 꺼려하셨다.

결국 지난 달 수입은 0원을 찍었다. 다달이 나가던 공과금, 보험료, 대출이자는 어김없이 통장에서 술술 빠져나갔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출금을 정지하고 싶을 만큼 절박한 심정이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도대체 내가 뭘 잘 못했을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 이번 사태는 나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이라고 애써 마음을 달래볼 뿐이다. 4월에는 나아지겠지 기대할 수밖에.

23일 예정인 개학이 다가오면 숨통이 트이겠지라는 희망찬 기대를 가져보지만 연일 뉴스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고통을 겪어야 끝이 날까.

매일매일 생계에 대한 불안감으로 보내던 하루를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대구로 보내준 수많은 국민들의 응원이었다. 이 글을 쓰고 난 2~3주 후에는 정말 모두가 "이젠 괜찮다"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