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강남병 공천 철회, 책임지고 사퇴한다"
통합당 공천 갈등 폭발... 김미균 후보 '문재인 지지자' 논란... 홍준표 "공관위원들도 사퇴해야"
▲ 사의 표명한 김형오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관위원직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저는 오늘부로 공관위원장직을 사직하기로 했다."
앞서 당 안팎에선 서울 강남병에 전략공천 된 김미균 시지온 대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논란이 불거졌다. 김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추석 선물을 SNS에 올린 점 등이 집중 표적이 됐다. 해당 지역구에서 컷 오프된 현역 이은재 의원은 물론, 지역구와 보수야권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급기야 김미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본인이 문 대통령 지지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SNS 때문에 제가 하룻밤 새 '문빠'가 돼 있다.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며 "기업인으로서 정치인과 소통한 것이지, 누구를 강하게 지지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서울 강남병에 우선공천(전략공천)했던 김미균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한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공천된 데 따른 입장과 포부를 밝힌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김 위원장은 "김미균 후보 같은 원석 같은 존재를, 앞길이 창창하신 분을 어렵게 영입했는데 부득이 철회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간적인, 도의적인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러서 사직하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 통합당 강남병 후보로 전략공천된 김미균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병 후보로 전략공천받은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소연
김형오 위원장은 이날 "우리 공관위원들께서 당과 나라만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해주셨다"라며 "제가 그 분들의 뜻을 다 받들지 못하고, 거둬드리지 못하고, 때로는 실수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저의 사직으로 인해 더욱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의 중심 가치를 잘 지켜나가고, 더 정성을 많이 들여서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받는 그런 당으로 커나가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제가 사직하겠다고 말을 꺼내니까, 우리 공관위원들 전부가 사직하겠다고 해서 말렸다"라며 "여러분들의 책임이 없다고 했고, 아직 공관위로서는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형오 위원장의 사직으로 이석연 부위원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그는 최근의 '사천', '지역구 돌려막기' 등의 비판을 두고 "어렵게 힘들게 영입을 하면 사천이라고 하고, 경륜 있는 분을 추천하면 돌려막기·구태라고 이야기하는 지적은 극소수"라며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를 비롯한 모두가 이 부분에 있어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임했다"라고 사천 논란을 일축했다.
다만 "아무리 우리가 잘해도 진심으로 보지 않으려는 분들에게는 설명 도리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김미균 대표 공천 철회 등을 언급하며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좋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 공관위원들께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것이 유권자의 취향과 거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황교안 대표와 사전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이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이 나왔으나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면 말씀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직무대행을 맡게 된 이석연 부위원장은 "저도 물러났어야 하지만, 남은 위원들과 함께 끝까지 공천 혁신으로, 반드시 정권의 폭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틀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남기로 했다"라며 "위원장 뜻을 받들겠다"라고 덧붙였다.
곳곳에서 나오는 반발... 홍준표 "공관위원들도 같이 사퇴하라"
그러나 김형오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관리위원회는 당 안팎의 반발에 부딪히며 위기를 맞는 상황이었다. 당장 컷 오프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들이 적지 않다. 당 최고위원회가 직접 나서서 6개 지역구의 공천 재의를 요구했고, 공관위는 이 중 2곳을 수용했다. 그러자 공천이 번복되고 경선을 치르게 된 민현주 전 의원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도로친박당이 됐다"라며 반발하기까지 했다.
경남 양산을에서 컷 오프된 뒤, 대구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형오 위원장의 사퇴가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에 "공당의 공천을 막천으로 만들고 혼자서 사퇴한다고 해서 그 죄상이 묻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같이 부회뇌동하고 거수기로 따라간 허수아비 공관위원들도 같이 사퇴하는 것이 맞다"라며 공관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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