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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금 때문에 돌잔치 취소 못했는데... 이런 일이

[코로나19가 이웃에게 미치는 영향] 거래 줄어 걱정, 일거리 줄거나 감염 위험으로 퇴사하기도

등록|2020.03.22 18:37 수정|2020.03.22 18:37
처음 코로나19가 이웃 나라에서 발병했을 때, 둔감한 성격의 나는 사스나 메르스 때처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몇몇이 바이러스에 걸리고 사망하는 일이 뉴스에 나오는 정도를 예상했을 뿐이다. 이토록 전염력이 강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야외 활동이 불안할 줄은, 심지어 회사에 다니는 것도 두려울 만큼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주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말이다.

내가 시간제로 하고 있는 두 가지 일 가운데 '평생학습센터 학습 동아리 매니저' 일도 스톱 상태다. 동아리 활동이 전면 금지되고 학습동아리 보조금 공고마저 지연되어 출근은 하되 일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 어린 삼남매의 등하원을 책임지고 있는 아이 돌봄 일은 이용자 가정이 '아이 돌봄 휴가'를 사용하는 바람에 근무 일 수가 줄어 평달에 비해 수입이 현격히 줄었다.

또한 취미로 하고 있는 평생 학습센터 수강과 글쓰기 동아리 활동도 잠정 중지되었다. 사람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고 즐거움을 찾는 나에게는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공기관 성격의 회사를 다니는 남편은 현장 소독을 강화하는 바람에 오히려 일거리가 많아졌다. 특히 현장을 돌아다니는 일을 하다 보니 남편은 집에서 식사를 할 때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뷔페식으로 한 접시에 반찬을 덜어 먹고 있다.
 

학원방역1영어학원에서 보내준 방역 사진 ⓒ 조영숙


큰 아이가 다니는 조명 회사는 최근 두 곳의 거래 업체가 도산하여 5천만 원 가량을 손해 보았는데 다른 업체에도 영향을 받을까 두렵다 한다. 중학생인 막둥이는 계속해서 개학이 연기되어 올빼미족으로 생활한다. 학원에서는 수강생들의 휴강이 늘자 소독을 강화하고 발열 체크를 하며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한다는 등의 문자를 거의 매일 보내고 있다.

다섯 가족 중 네 명이 사회 생활을 하는 우리 집은 그나마 코로나19 사태를 근근이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생계형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막말로 병에 걸리기 전에 굶어 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기계가 한순간 우두둑 끊어지며 멈춘 것처럼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붕괴되어 여기저기 아우성이 들린다. 음식점에 식료품 납품을 하는 이웃은 거래처인 음식점의 매출 감소로 매일 하던 배달 일이 이틀에 한번 꼴로 줄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외상 거래도 증가했다며 울상이다.

병원에서 간호 업무를 하는 친구는 환자가 줄어 격주 근무로 바뀌었고, 콜센터 업무를 하던 이웃은 집단 감염이 두려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A 항공사를 다니는 친구 남편은 강제 휴무에 들어가 급여도 줄었다고 하소연이다.
 

▲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사태의 영향으로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권우성


평소라면 번호표를 들고 대기해야 했던 동네 뷔페식 패밀리레스토랑은 손님이 없어 기약 없는 잠정 휴무에 들어갔다. 평소 북적거리던 상가 음식점도 손님이 없긴 마찬가지. 대형 영화관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의 관람객만 보일 뿐이다. 블로그 이웃으로 알고 지내는 몇몇 프리랜서 강사들은 각종 강의들이 취소되거나 계약을 앞두고 무기한 연기되어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여러 업체에서 비용 집행을 최소화하고, 계획을 보류하고,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주식시장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사회 전반으로 경제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생활이 편리해지고, 의학의 발전으로 생명은 연장되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게 인간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꼴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보니 숙박업과 요식업, 운송업, 항공업이 가장 타격이 심해 보인다. PC방과 노래방, 대중목욕탕 등 다중 이용시설 또한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위약금과 집단 감염의 우려로 결혼이나 돌잔치를 진행할지 취소할지 결정 못 하고 고민하는 이들도 생겨난다. 스물아홉인 딸아이 친구는 위약금이 커서 해약을 못하고 돌잔치를 진행했다가 손님이 없어 엄청 울었고, 선물로 받은 유모차는 개시도 못하고 집안에만 모셔두고 있다 한다. 심지어 부고 소식을 알리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친구도 있다.

나 또한 노년층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말을 듣고, 동생네 머물러 계신 친정엄마를 못 본 지 두어 달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인간의 도리마저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심리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사회 활동이 위축되고 집 안에 갇혀 살며 불안감 및 우울감을 느낀다는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마저 생겼다. 타인과의 교류가 적고 신체 활동이 줄어들수록 불안과 우울감이 증가할 확률이 높다. 반복해서 부정적인 뉴스를 듣거나 집안에 갇혀 생활하는 건 곤란하다.

무차별적인 정보를 접하다 보면 바이러스 감염 우려와 무기력증, 스트레스도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공포와 혐오를 받아들이기보다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개인의 감성 근육의 힘을 키워야 남에게 지배 당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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