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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코로나 검사를 받아?" 이해 안간다는 일본 샐러리맨

[코로나19 속 일본] 일본은 지금 확진자에게 심각히 비판적... 아베 내각 지지율 외려 상승

등록|2020.03.18 18:48 수정|2020.03.18 18:48
 

▲ (교도 도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중국·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2020.3.5 ⓒ 성낙선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일본은 확산 속도가 느리다.

아침 출근시간에 사람들로 가득 찬 전철을 타고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나도 신주쿠역을 거쳐서 하라주쿠에 있는 스튜디오로 출근하기 때문에 지금은 아침 출근 시간을 늦게 조정했다. 출근 시간을 변경하는 업체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왕래는 많다.

신주쿠역의 아침 출근 시간에 사람들의 행렬을 보면 정부에서 발표하는 동경의 코로나 감염자 수가 너무 적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3월 17일 발표에 따르면 전체 감염자 수가 1547명인데, 수도 동경의 감염자수가 90명뿐이라고 한다.

동경 올림픽의 개최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기를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지만, 아베 정부에서는 아직까지는 예정대로 진행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올림픽 성화도 20일 일본에 도착해서, 7월 24일 개회식에 맞춰 봉송을 진행한다고 한다.

한국은 대단히 신속하게, 또 철저하게 대응을 하는데도 감염자 수가 8000명을 넘어섰다. 그 반면, 왜 일본은 이렇게 감염자 수가 적을 수 있을까?
 

▲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마스크를 쓴 여성이 9일 오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홍보물이 설치된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의 한 사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속히 종료하지 않으면 올해 여름 올림픽 개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일본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2020.3.9 ⓒ 성낙선


"코로나 검사 덜 하는 게 낫다"는 일본 친구

일본의 후생성이 발표하는 관련 자료는 파악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한국과 같이 별도의 특설 사이트를 운영하지도 않는다. 크루즈선과 일본 국내를 구분해서 통계를 내고 있고 검사 건수에 대한 자료는 찾기도 힘들다. 그래서 일본의 자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NHK의 특설 사이트를 보는 것을 권유한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일본이 검사를 많이 하지 않기에 감염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일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특이한 점은 그 방법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검사를 하지 않는 일본의 정책을 한국과 비교하는 글을 올렸다. 평소에 코멘트도 하지 않던 일본 친구가 긴 장문의 댓들을 달았다. 그는 검사기준을 높여 정말 위급한 사람만 검사 받게 하는 것이 의료 붕괴나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 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지금의 일본 정부의 전략이 계속된다면 그 친구의 말처럼 의료 붕괴는 피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감염자 수를 알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 일본에서 발생한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사회적 데이터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연구와 사회적인 지식을 축적하는 데 실패할 수도 있다.

한 일본의 잡지 인터뷰에서 한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PCR검사의 대상을 중병환자와 농후한 접촉자만을 선택하는 방식은 세계에서 일본만이 하고 있는 특이한 상황이다."

"진단 희망자가 많아져서 병원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걱정을 한다면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검사를 하면 되고, 증상이 가벼운 사람은 병원에 오지 말고 집에서 자가격리하라고 하면 된다. 지금은 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NPO法人『医療가버난스研究所』の上昌広理事長)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겨 시청하는 TV 프로그램에는 현 정부의 방식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나와서 의견을 내고 있다. 때문에 이런 비판적인 인식을 가진 일본 시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하다.

아베 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낸 전문가들은 일본의 우익세력과 일본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면서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일본 사회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심각하게 비판적이다. 검사에 소극적인 일본 사람들의 인식에는 그러한 사회적인 공포심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감염을 인정하지 않는 개인이나 기업들도 많은 듯하다.

어제 선술집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4명의 샐러리맨의 대화 내용이 그랬다. 그들은 자기 회사에 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그 친구가 왜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기 같으면 그냥 휴가를 내고 집에서 조용히 쉴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코로나19에도 오히려 상승한 아베 내각 지지율
 

현재 일본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고교야구 선발 대회가 중지되었다. 일본 사람들에게 고교야구는 특별하다. 전국의 각 지방에서 예선을 거치고 출전하는 그 시합을 일본 사람들은 정말 좋아한다. 가장 감동적인 스포츠로 여기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사람은 있더라도 고교야구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24년 제1회가 시작되었고 42년부터 46년까지는 전쟁의 영향으로 중단이 되었지만, 대회 개최를 선언한 뒤에 중지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많은 일본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에어컨이나 화장실 변기, 조명 등의 부품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진행하고 있던 건축이나 리폼이 중지된 공사 현장도 많다. 리폼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는 3월 들어 쉬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오는 19일, 휴교와 각종 행사를 자중하라는 지침에 대한 성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감염자 숫자로만 보면 조용한 일본이지만, 많은 분야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사회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16일 교도통신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이 8.7%p 상승한 49.7%라고 한다. 한국 사람으로서는 믿기 힘든 결과지만, 이것이 지금의 일본 사회라고 받아들이고 분석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점점 각국의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척도가 되어가고 있다.
    

동경 올림픽 메인스튜디움마지막 작업에 들어간 올림픽 메인 스튜디움 ⓒ Kwangchul J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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