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내가 명상전문가인데, 자다가 숨이 막혀 깬다"
[오연호의 오마이TV 심층인터뷰] 코로나19 국민적 트라우마 극복 프로그램 절실
▲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오연호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자다가도 숨이 막혀서 번쩍번쩍 눈을 뜹니다."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의 말이다. 뜻밖의 고백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전하고 있는 그가 정작 마음이 아파 잠을 못 이룬단다.
코로나19가 그에게 안겨준 트라우마 때문이다. 고도원 이사장은 명상 전문가로 통한다. 마음의 평정 얻는 법을 가르치는 명상 전문가마저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난다면 일반인들은 어떻겠는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교회 근처에서 장사하는 성남의 한 상인은 말했다. "서 있기조차 힘들다." '사회적 거리'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사랑'이 절실함을 보여주는 외마디 비명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구독자는 이메일로만 4백만 명에 달한다. 고도원 이사장은 2001년부터 매일 아침 희망의 편지를 써오고 있다.
두 달간 3차에 걸친 충격
▲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수방사 소속 병사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저도 <아침편지>를 받아보고 있습니다만, 요즘처럼 어려운 때는 매일 희망의 메시지를 생산해내는 것도 쉽지 않겠습니다.
"쉽지 않죠, 우선 제가 힘드니까."
고도원 이사장이 요즘 힘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충북 충주에서 숲속 명상치유센터인 '깊은산속옹달샘'을 2007년부터 13년째 운영 중이다.
"여기에 8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두 달째 문을 닫았고, 최근엔 전원 무급휴가라는 아픈 결정을 내렸어요."
고도원 이사장은 이것을 "전쟁보다 심한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폭탄이 떨어지고, 사람이 죽고, 아비규환인데 아무도 돌봐주지 않은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을 직원들이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직원들이 지난 두 달간 3차에 걸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1차 충격은 구성원들이 밤샘 토론을 통해 모든 직원의 월급을 200만 원으로 하향 평준화한 것이었어요. 2차로는 그렇게 줄어든 월급을 세금 떼고 막상 받아보니 160여만 원밖에 안 됐을 때 받았죠. 그런데 그것도 힘들어지자 최근에 전원 무급휴가를 내고 아예 '깊은산속옹달샘'의 문을 닫았어요. 이게 3차 충격이죠."
- 무급휴가를 결정했을 때, 대표로서 참 가슴이 아팠겠습니다.
"가슴이 아픈 정도가 아니라 칼끝이 내 가슴을 찢고 지나가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어요. 이게 트라우마로 남아있지요. 자다가도 숨이 막혀서 번쩍번쩍 눈을 뜹니다. 저도 강하다고 생각을 하고 마음 다스리는 훈련을 많이 했는데도 숨이 막혀요. 잠을 잘 자야 면역력이 강해지는데 한 번 잠에서 깨면 잠을 다시 이루기 어려운 시간이 길어지는, 그런 상황입니다."
마음의 면역력 높이는 것도 중요
▲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오연호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런데 '깊은산속옹달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여행산업이 초토화되듯이 "힐링 산업도 생태계 전체가 근본부터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힐링산업협회 명예회장이자 국립산림치유원 원장이기도 한 그는 "주로 숲속에 자리한 수십 개에 달하는 힐링센터들이 다 문을 닫았다"면서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도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올 가능성이 있어 그로 인한 트라우마의 강도가 매우 크다"고 했다.
고도원 이사장은 그래서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했다. 당해보니까 안다고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 직장을 잃은 사람들, 수익이 줄어든 사람들, 자가격리된 사람들 등이 감당해야 할 생활고와 외로움에 대응할 범사회적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코로나19 격퇴를 위해 방역 당국이 앞장서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 전투를 감당할 전투원도 필요하지만 누군가는 벙커에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추스르는 작전을 짜는 것도 중요합니다. 1차적으로 육체적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동시에 마음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해요."
고도원 이사장은 코로나19가 안겨준 개인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요즘 육체적 면역력을 높이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전보다 더 한다. 60대 중반인 그는 "매일 아침 찬물 샤워를 하고, 스쿼트를 하루에 세 차례 모두 900번씩 한다"면서 "무리 안 되는 범위에서 약간 숨이 가쁜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도 건강에 좋다"고 했다.
마음의 면역력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고도원 이사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정서적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느슨하지만 깊은 정이 담겨있는 '사회적 연대'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서로 힘든 상황을 솔직히 나누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깊은산속옹달샘에서 했던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경험이 같은 사람들을 모아서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것입니다. 한 번은 소방관의 배우자들만 모아서 무료 힐링캠프를 했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로 큰 도움이 되었다고들 하더군요."
'사회적 거리'와 동시에 '사회적 사랑'을
▲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오연호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고도원 이사장은 "아무리 몸이 아파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엄청난 면역력이 생긴다"면서 '사회적 사랑'의 힘으로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우울증을 극복하자고 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를 실천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동시에 '사회적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자가격리된 주민들이 발코니에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언급하면서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외로움을 느낄만한 분에게 손편지를 쓰는 것 등도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했다.
고도원 이사장은 "한국은 코로나19 진단부터 치료까지 모범적이라면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이제 남아있는 또 하나의 영역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거대한 사회적, 개인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프로그램을 범사회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서 해야 하지요.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가 있을 겁니다. 이게 이뤄지면 세계는 우리를 진정으로 부러워하지 않겠습니까."
고도원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16일엔 전화로, 17일엔 <오마이뉴스> 서교동 사무실에서 오마이TV 녹화로 두 차례 이뤄졌다.
▲ ⓒ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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