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정당의 출현은 정치적 재앙이다
[주장] 변형된 준연동형비례제, 복잡하고 기형적...꼼수 막는 제도 개혁 필요
[기사 수정 : 20일 오후 11시]
너무 어려운 선거제도
현 선거제도 하의 국회의원 선출방식은 너무 복잡하고 기형이다. 전체 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지역구 의석은 253석, 나머지 47석은 비례대표제에 의해 선출된다. 비례대표제에 의해 선출되는 47석 중에서 30석은 준연동형, 나머지 17석은 기존의 병립형 방식으로 선출된다. 준연동형 방식은 정의당의 오랜 연동형 요구, 이에 대한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미래통합당(통합당)의 반대, 결국엔 중간지점에서 호응한 민주당의 절충안이다.
결과는 복잡한 선출방식과 유령(비례위성)정당의 출현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정당이 지역구 투표에서 18명의 당선자를 냈고 정당투표에서 8%의 지지율을 획득 했을 경우, 300 (전체 국회의원 의석) * 0.08 (지지율) = 24석. 그런데 이미 지역구에서 18석을 획득했기에 연동형의석은 24석에서 18석을 뺀 6석. 여기에서 50%만 적용하는 준연동형이기 때문에 A당은 결과적으로 6석의 절반인 3석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17석은 기존의 병립형 방식으로 분배하므로 17*0.08= 1.36, 즉 1석을 획득하여 A당은 통틀어 국회의원 전체 의석 300석 중 22석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꼼수의 유령정당
이렇게 복잡한 국회의원 선출방식을 유권자 중 이해하고 투표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복잡한 선출방식도 민주제도의 큰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유령정당의 출현이다. 위 준연동형 계산방식에서 이미 획득한 지역구 의석을 배제하는 것 때문에 아예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제(준연동형과 병립형)에만 참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기발한 꼼수가 바로 통합당이 만든 미래한국당이다.
지역구에서 100석 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거대양당은 정당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지 않는 한 준연동형에서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유령정당은 정당투표에서 획득한 득표율에 따라 준연동형과 병립형 모두에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만든 현재의 상황에서 민주당은 통합당에 과반수를 뺏길까 두려워 당원들의 의사까지 물으며 '더불어시민당'을 만들고 정의당은 여기에 불참을 선언했다. 같은 꼼수로 대적하느냐 또는 꼼수를 부리지 않고 불이익을 당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미래한국당이나 더불어시민당은 정당법이 요구하는 정당설립 기본요건만 갖춘, 선거 직전에 창당되어 선거 후 당선자들은 모정당인 민주당과 통합당으로 돌아가 소멸될 정당이다. 그래서 유령정당이라 부른 것이다. 이러한 유령정당의 출현을 꼼수라고 도덕적으로 나무랄 수는 있지만 불법은 아니며 정당법에 의거하여 이를 승인한 선관위의 잘못도 아니다. 정당의 목적은 법을 어기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 의석을 확보하고 나아가 정권을 창출하여 자신의 정책을 펴는 것이다.
대안은?
제도적으로 사표를 줄이며 유령정당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논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이원화되어 있는 현재의 지역구후보 투표용지와 정당 투표용지를 지역구후보 투표용지 하나로 일원화하고 지역구에서 얻은 투표율로 비례대표의석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전에 있었던 제도로 헌법재판소는 2001년 이 제도를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자나 그가 속한 정당 중 어느 하나만을 지지할 경우 후보자든 정당이든 절반의 선택권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 등으로 위헌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일리가 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이원화된 투표형태로 발전했다. 헌재의 판결이 유효한 한 일원화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선거구제의 개편과 정당명부식 투표방식으로 일원화하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는 있다.
다른 하나는 현 이원화 제도를 유지하며 준연동형과 병립형으로 나누지 않고 47석을 각 당의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비례대표제를 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제도 직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인데 이 경우 정의당이 주장하듯이 사표의 문제가 발생한다.
2016년 총선에서 정의당은 지역구에서 유효투표수의 약 1.6%에 해당하는 39만 표를 얻고 두 지역에서 1등을 하며 2석을 확보했다. 이는 38%를 얻고 106석을 획득한 새누리당(통합당)과 37%를 얻고 110석을 획득한 민주당에 비해 사표가 많다. 만약 정의당이 거대양당과 유사한 비율로 의석을 획득했다면 지역구에서 2석이 아니라 4-5석 정도는 획득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당투표 자체가 많은 이유 중 사표를 줄이는 의도로도 고안된 것인데 연동형은 여기에 다시 지역구에서 많은 표를 얻은 당을 계산에서 제외하는 꼴이 되니 상당히 무리가 따른다.
정의당은 차라리 좋은 정책과 후보로 양 투표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의당이 유령정당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나 선거결과는 참담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으로 군소정당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양당정치의 경향이 큰 대통령제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적 불안정이 심한 내각책임제로 정치체제를 바꾸는 것도 한국적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군소 정책정당의 국회진출과 그의 큰 역할을 기대한다면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의석을 현재의 47석보다 크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 선거제도 직전으로 되돌아가되 비례의석수의 확대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명료한 경기규칙, 간단한 셈법, 공정한 선거제도 필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한국을 보며 유럽,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은 한국인의 민주적이며 자발적인 시민의식, 열린사회, 최첨단 의료시설 등을 언급하며 바이러스퇴치의 모델국가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치는 결과적으로 계산에서 큰 당을 배제하게 되는 연동제를 주장한 정의당, 절충안인 준연동제를 끌어내며 유령정당의 출현을 내다보지 못한 민주당, 사표를 줄이는 바람직한 의도를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유령정당이라는 꼼수로 화답한 통합당에 의한 총체적 재앙 수준이다. 총선 후 최대한 빨리 '경기규칙은 명료하고 셈법은 간단하며 적용은 꼼수의 여지없는 공정한 선거제도'로 개혁하기를 바란다.
▲ 당사 도착한 한선교 대표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 연합뉴스
현 선거제도 하의 국회의원 선출방식은 너무 복잡하고 기형이다. 전체 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지역구 의석은 253석, 나머지 47석은 비례대표제에 의해 선출된다. 비례대표제에 의해 선출되는 47석 중에서 30석은 준연동형, 나머지 17석은 기존의 병립형 방식으로 선출된다. 준연동형 방식은 정의당의 오랜 연동형 요구, 이에 대한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미래통합당(통합당)의 반대, 결국엔 중간지점에서 호응한 민주당의 절충안이다.
꼼수의 유령정당
이렇게 복잡한 국회의원 선출방식을 유권자 중 이해하고 투표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복잡한 선출방식도 민주제도의 큰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유령정당의 출현이다. 위 준연동형 계산방식에서 이미 획득한 지역구 의석을 배제하는 것 때문에 아예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제(준연동형과 병립형)에만 참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기발한 꼼수가 바로 통합당이 만든 미래한국당이다.
지역구에서 100석 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거대양당은 정당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지 않는 한 준연동형에서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유령정당은 정당투표에서 획득한 득표율에 따라 준연동형과 병립형 모두에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만든 현재의 상황에서 민주당은 통합당에 과반수를 뺏길까 두려워 당원들의 의사까지 물으며 '더불어시민당'을 만들고 정의당은 여기에 불참을 선언했다. 같은 꼼수로 대적하느냐 또는 꼼수를 부리지 않고 불이익을 당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미래한국당이나 더불어시민당은 정당법이 요구하는 정당설립 기본요건만 갖춘, 선거 직전에 창당되어 선거 후 당선자들은 모정당인 민주당과 통합당으로 돌아가 소멸될 정당이다. 그래서 유령정당이라 부른 것이다. 이러한 유령정당의 출현을 꼼수라고 도덕적으로 나무랄 수는 있지만 불법은 아니며 정당법에 의거하여 이를 승인한 선관위의 잘못도 아니다. 정당의 목적은 법을 어기지 않은 상태에서 최대 의석을 확보하고 나아가 정권을 창출하여 자신의 정책을 펴는 것이다.
▲ 범여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 출범플랫폼정당 '시민을위하여' 우희종 · 최배근 공동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일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인권당,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을 체결했다"며 "당명은 '더불어시민당'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남소연
대안은?
제도적으로 사표를 줄이며 유령정당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논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이원화되어 있는 현재의 지역구후보 투표용지와 정당 투표용지를 지역구후보 투표용지 하나로 일원화하고 지역구에서 얻은 투표율로 비례대표의석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전에 있었던 제도로 헌법재판소는 2001년 이 제도를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자나 그가 속한 정당 중 어느 하나만을 지지할 경우 후보자든 정당이든 절반의 선택권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 등으로 위헌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일리가 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이원화된 투표형태로 발전했다. 헌재의 판결이 유효한 한 일원화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선거구제의 개편과 정당명부식 투표방식으로 일원화하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는 있다.
다른 하나는 현 이원화 제도를 유지하며 준연동형과 병립형으로 나누지 않고 47석을 각 당의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비례대표제를 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제도 직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인데 이 경우 정의당이 주장하듯이 사표의 문제가 발생한다.
2016년 총선에서 정의당은 지역구에서 유효투표수의 약 1.6%에 해당하는 39만 표를 얻고 두 지역에서 1등을 하며 2석을 확보했다. 이는 38%를 얻고 106석을 획득한 새누리당(통합당)과 37%를 얻고 110석을 획득한 민주당에 비해 사표가 많다. 만약 정의당이 거대양당과 유사한 비율로 의석을 획득했다면 지역구에서 2석이 아니라 4-5석 정도는 획득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당투표 자체가 많은 이유 중 사표를 줄이는 의도로도 고안된 것인데 연동형은 여기에 다시 지역구에서 많은 표를 얻은 당을 계산에서 제외하는 꼴이 되니 상당히 무리가 따른다.
정의당은 차라리 좋은 정책과 후보로 양 투표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의당이 유령정당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나 선거결과는 참담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으로 군소정당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양당정치의 경향이 큰 대통령제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적 불안정이 심한 내각책임제로 정치체제를 바꾸는 것도 한국적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군소 정책정당의 국회진출과 그의 큰 역할을 기대한다면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의석을 현재의 47석보다 크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 선거제도 직전으로 되돌아가되 비례의석수의 확대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명료한 경기규칙, 간단한 셈법, 공정한 선거제도 필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한국을 보며 유럽,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은 한국인의 민주적이며 자발적인 시민의식, 열린사회, 최첨단 의료시설 등을 언급하며 바이러스퇴치의 모델국가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치는 결과적으로 계산에서 큰 당을 배제하게 되는 연동제를 주장한 정의당, 절충안인 준연동제를 끌어내며 유령정당의 출현을 내다보지 못한 민주당, 사표를 줄이는 바람직한 의도를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유령정당이라는 꼼수로 화답한 통합당에 의한 총체적 재앙 수준이다. 총선 후 최대한 빨리 '경기규칙은 명료하고 셈법은 간단하며 적용은 꼼수의 여지없는 공정한 선거제도'로 개혁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입니다. 경남교육연구정보원·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원장으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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