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는 아름다운 행위예술... 30년 지난 판례가 발목 잡아"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과 타투①] 정부가 선정한 '신직업'이지만 법·제도 미비해
▲ 2018년 베이징 컨벤션 심사위원들이 감사패를 들고 있다. 베이징 컨벤션은 매년 500~600팀이 출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타투 대회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타투이스트 도이. ⓒ 도이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富强)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백범 김구 <나의 소원> 中
백범 김구 선생이 해방 이후 작성한 <나의 소원-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중 일부다. 김구 선생은 우리 민족이 문화의 힘으로 행복을 전파하고,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길 바랐다.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전 세계적인 K-POP 열풍, 최근 세계 영화제를 휩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시아의 작은 나라는 문화강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우리나라만 외면하고 있는, 해외에서 소위 '더 잘 나가는' 한국의 문화가 있다. 독보적인 세밀함과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디자인들로 대표되는 일명 '코리안 스타일 타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한국인의 손재주가 뛰어나다.
타투의 다른 말인 '문신'하면 떠오르는 것이 조직폭력배다.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세계에서 인정받는 '코리안 스타일 타투'는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만들어낸 세계 어디에도 존재한 적 없는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예술이다.
타투이스트 김도윤(활동명 도이)씨는 "우리 타투는 '행복'과 '아름다움'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며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이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면서, 타투가 아름다운 예술행위라는 인식이 커졌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 2020년 태국 컨벤션에서 4개의 상을 수상한 스튜디오 '문신하는 집'. 타투이스트 디노, 미소, 콤마, 쿠로, 여노, 류 등이 속해있다 ⓒ 문신하는 집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은 해외 대회(컨벤션)에서 많은 상을 받을 뿐 아니라, 해외 대형 컨벤션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타투를 받기 위해 해외에서 국내로 여행을 오기도 하고, 해외에서 초청받아 작업하러 나가기도 한다.
타투 하는 사람들을 타투이스트라 부른다. 타투(TATOO)와 아티스트(ARTIST)의 합성어다.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해외 작업하러 나갈 때 '예술가' 비자를 발급받는다. 국내 타투 종사자는 2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100만 명 이상이 타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럴 진대도 우리나라 현행법으로 타투를 하려면 '의료인'이어야만 한다. 1992년 대법원은 문신(타투)을 의료행위로 판단해 비의료인의 문신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 봤기 때문이다.
반면 타투가 시행되고 있는 보통의 다른 나라에서는, 타투에 대한 규정을 두거나 정부가 정한 기본 교육과정을 거쳐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나라는 일본이었지만, 2018년 일본 고등법원은 의사 면허증 없이 시술한 타투이스트를 무죄 판결 내린 바 있다.
이에 앞선 2015년 말, 우리 정부는 크리에이터(유튜브 등), 3D프린팅 매니저, 재난안전 전문가 등과 함께 발굴·육성해야 할 17개 '신직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타투이스트도 포함돼있다.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고 우리 국토의 위치와 기타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며, (중략) 우리 민족이 주연 배우로 세계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 백범 김구 <나의 소원> 中K-POP, 영화와 더불어 타투는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소원했던 문화강국은 이미 우리에게 와 있다. 우리 민족은 세계의 주연 배우로 이미 서 있다. 그러나 더 나아갈 수 있음에도 30여 년이나 지난 판례와 부족한 제도가 그 발목을 잡고 있다.
덧붙이는 글
<노동과세계> 중복송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