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2%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 찬성" 압도적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20대 찬성 88.2%... "매우 찬성"도 58.0%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185만을 넘어선 가운데(24일 오후 11시 기준), 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한 24일, <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총 통화 7296명, 응답률 6.9%)을 대상으로 'n번방 사건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Q. 최근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를 이용한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과 관련하여 운영자 뿐 아니라 영상물을 보기 위해 가입한 사람들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1~4번 순·역순 배열)
1. 매우 찬성한다
2. 찬성하는 편이다
3. 반대하는 편이다
4. 매우 반대한다
5.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82.0%가 운영자를 넘어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에 찬성했다. 반대는 11.0%에 불과했다(모름/무응답 7.0%). 4점 척도로 살펴보면 "매우 찬성"이 58.0%로 과반을 넘어섰다. 찬성의 강도가 매우 강한 것이다. "찬성하는 편"은 24.0%였고, "반대하는 편" 7.5%, "매우반대" 3.5% 순이었다.
조사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성, 연령, 지역, 지지정당, 이념성향을 떠나 모두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특히 여성(87.0%), 20대(18·19세 포함, 88.2%)와 30대(86.4%), 광주/전라(86.1%), 더불어민주당 지지층(87.6%),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층(87.7%), 진보층(88.2%)에서는 찬성 의견이 전체 평균을 넘어 90%대에 육박했다.
상대적으로 찬성 여론이 낮은 쪽은 남성(76.9%), 50대(75.8%)와 60세 이상(77.8%), 대구/경북(74.7%), 미래통합당 지지층(71.9%),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층(75.9%) 등이었지만, 이 역시 찬성 응답이 70%가 넘었다.
무당층과 중도층 역시 찬성 응답이 각각 84.6%, 81.9%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 특히 미성년자와 관련된 범죄를 강력히 처벌하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을 보여준다. 여론조사 질문이 핵심 피의자가 아닌 단순 가입자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였음을 감안할 때 전체 찬성율 82.0%는 매우 높은 수치다. 지난 2016년 5월 경기도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당시 같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 찬반 여론조사 결과, 공개 찬성 응답이 87.4%였다(샘플 536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4.2%p).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신상공개와 이번 'n번방 사건'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의 찬성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시민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서승희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들은 지금까지 온라인 성착취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는 일이 적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제도적인 처벌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적인 처벌 방식인 신상공개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서 활동가는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에 기대어 성적 가해를 저지른 이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이 한 행동이 범죄임을 규정해나가고자 하는 열망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디지털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한 정책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를 맡고 있는 서혜진 변호사는 "지금까지 죄질 행위에 비해 너무 가볍게 처벌되는데 시민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며 신상공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피의자 개인의 불이익보다 월등히 높다면 신상공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얼마나 중대한 범죄라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0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n번방 사건'이란 무엇인가
▲ n번방 성착취 피의자들에 대한 신상공개 요청이 거세다. ⓒ pickpik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만들고 유포했던 'n번방'은 2019년 2월 만들어졌다. 경찰이 이를 파악해 2019년 9월부터 수사에 나섰고, 그해 11월부터 주요 언론에서 보도하면서 이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사건의 심각성을 알게 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청와대 청원'(1월)과 '국회 청원'(2월) 등을 성립시키는가 하면, 온라인 상의 해시태그 운동도 이어나갔다. 여성계는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출범시켰다.
그러던 중 지난 17일 텔레그램 대화방의 주요 운영자였던 '박사'가 경찰에 체포된다. '박사방' 피해자만 미성년자를 포함해 74명이나 된다는 사실과, 가해자가 공대위 추산 26만명이라는 알려지자 본격적으로 여론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신상공개를 포함한 강력한 처벌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는 전례 없는 대규모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진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청원글은 참여자 185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청원의 답변기준(20만 명)을 충족한 'n번방' 관련 청원은 총 5건으로, 총 청원 참여자 수만 570만 명을 넘어섰다. (24일 오후 11시 기준)
여론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n번방 회원 전원조사하고 특별 조사팀도 꾸려라"고 수사당국에 지시했고, 다음날인 24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민청원 5건의 답변자로 나섰다. 민 청장은 "영상 제작자, 성 착취 영상을 소지‧유포한 자 등 가담자 전원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수사가 마무리되면 관련 절차와 규정에 따라 불법행위자를 엄정 사법처리하고, 신상공개도 검토하는 등 단호히 조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운영자가 아닌 관전자(가입자)의 신상공개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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