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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허물자 옆집이 보였고 이웃이 보였다

[대구YMCA 2019 담장허물기 경진대회 최우수상] 담장허물기 사업은 대구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

등록|2020.03.25 00:30 수정|2020.03.25 00:31

▲ 주민들이 나서 담장을 허물자 주차공간이 생겼다. ⓒ 조정훈


"여보세요? 차 빼세요. 바빠 죽겠는데..."

주말 아침 가장 편안한 자세로 늦잠을 자다가 전화 소리에 후다닥 일어났다. 기분 좋은 아침이 낯선 목소리에 잡쳐버렸다. 오늘의 기분 좋은 아침은 이렇게 여느 날처럼 나를 힘들게 했다.

생각해보면 낯선 아침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주차 전쟁이고 출퇴근 시간도 전쟁이다.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양보도 없다. 왜 그랬을까?

현대 도시의 공간은 인간관계를 해체하고 비인간적 요소가 넘쳐나는 삭막한 터가 되고 말았다. 담장 하나를 두고 마음의 담장은 더 커져만 갔다. 그래서였을까? 누군가 담장을 허물자고 했다. 스스로 자기 집 담장을 허물었다.

담장을 허물자 옆집이 보였고 이웃이 보였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도, 부부싸움 하는 소리도, 개가 짓는 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낮은 나무 위에는 참새도 날아와 앉았다. 마음이 트이고 공기가 상쾌했다.

김경민 전 YMCA 사무총장이 주민들과 소통할 공간을 만들고자 시작한 담장 허물기는 벽화 사업과 공원 조성 사업 등으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쉼터가 되고 마을이 만들어지는 효과를 거두었다.

대구에서 담장허물기 운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한 사람이 담장을 허물자 관공서가 주목했고 시민단체가 힘을 보탰다. 그러자 마을이 변했다. 허물어진 담장 사이로 꽃이 피었고 작은 평상이 놓였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담장이 사라진 대구 삼덕동에는 해바다 5월이면 마을 주민들이 모여 '머머리섬 축제'를 연다. ⓒ 조정훈


또 다른 민간 주택가의 담장 허물기는 남구 대명6동의 6가구가 함께 추진했다. 이들은 남구청에서 구비를 지원받아 주택가의 담장을 허물었고, 집 안으로 주차장을 옮기면서 주차 민원이 깔끔하게 사라지게 됐다.

대구의 담장 허물기 운동은 1996년 처음 시작한 이래로 대구의 유명 사업이 되면서 현재까지도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모두 32.1㎞의 담장을 허물었고 36만8천260㎡의 가로공원을 조성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차량 소유주가 스스로 주차공간을 확보하도록 도와 주택가 주차질서를 회복하고  자연 친화적인 주거환경을 만들었다. 나만의 공간을 중시하던 시민들과 학교, 병원, 관공서 등이 자발적으로 담장을 허물면서 '나'와 '타인'이 한울타리 안의 '이웃'으로 거듭났다.

담장허물기 사업은 아직도 대구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고 전국의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벤치마킹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 '인간사회와 환경'에 게재되는 등 많은 파급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담장 허물기 운동은 단순하게 닫힌 공간을 연다는 의미 외에도 삭막하고 비좁은 도시 골목을 밝고 아름답게 가꾸며 가로공원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쉼터, 대화 장소, 놀이 공간으로 활용한다. 또 이웃 간의 다양한 만남과 공유를 통해 마을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마을 가꾸기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담장 허물기 운동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운동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시민들도 긍정적으로 참여한다. 대구시도 담장 허물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 일정액 상당의 무상시공과 조경자문 , 무료설계 등을 지원한다.

폴라리스(이청화, 김유영, 서민주, 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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