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였던 여자배구, 시청률 대박난 이유
'두 번의 올림픽 출전' 여자배구 인기 촉진제 역할... 구단, 투자에 적극 나서야
▲ 'FA 최대어' 이재영(흥국생명)-김희진(IBK기업은행) ⓒ 박진철 기자
여자 프로배구의 '경기당 케이블TV 평균시청률'이 사상 최초로 프로야구를 넘어섰다.
그러면서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농구 등 국내 프로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처음으로 평균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프로야구의 2019시즌 정규리그 전체 1경기당 케이블TV 평균시청률은 0.88%였다. 아울러 남자 프로배구 2019-2020시즌 정규리그 평균시청률은 0.83%로 나타났다.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케이블TV 시청률 1%대는 '대박'으로 평가된다. 특히 경기당 평균시청률 부문에서 여자배구가 국내 프로 스포츠 1위를 자치한 건, V리그 16년(16시즌) 역사에서 최초의 일이다.
물론 스포츠 전문 케이블TV의 '중계 측면'에서 보면, 프로야구는 하루 동시간대에 5경기가 경쟁하는 체제다. 여자 프로배구는 하루 동시간대에 남자 프로배구와 2경기가 경쟁하는 체제다.
그런 차이를 감안해도, 경기당 평균시청률에서 최고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를 앞선 것만으로도 한국 프로 스포츠 현실에서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올림픽 연속 출전 수혜, 국내 스타 탄생 지속
여자배구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대중과 방송사로부터 '찬밥 신세'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2 여자배구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전'은 국내 방송사가 아예 중계조차 하지 않았다. V리그에서도 여자배구는 남자배구 경기 앞에 하는 보너스 게임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두 번의 올림픽 출전은 여자배구 인기 반전의 '최고 촉진제'가 됐다.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주전 멤버로 활약했던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김희진, 김해란 등 '황금 세대'가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뒤를 이어갈 이재영, 이다영, 박정아, 강소휘, 이소영 등 신흥 스타들이 성공적으로 안착을 하면서 상승세가 더 두드러졌다. 또한 고교생 신인들이 프로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대중들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신진 스타가 속출한 것도 인기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3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고, 이는 V리그의 관중 폭증세로 이어졌다(관련 기사 :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 그들은 '위대한 명품'이었다).
'코로나19' 사태만 없었다면, 올 시즌은 더 높은 흥행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여자배구는 지난해 포스트시즌(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기간에 평균시청률이 무려 2.17%에 달했다. 올해 포스트시즌도 스타들이 즐비한 현대건설, GS칼텍스, 흥국생명 등 인기 구단이 경쟁을 펼칠 예정이었다. 여자배구 인기의 고공 행진이 시즌 조기 종료로 잠시 멈췄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자배구 샐러리캡, 프로야구 선수 1명보다 적어
▲ 여자배구 대표팀 국제대회 경기 모습 ⓒ 박진철 기자
문제는 여자배구 프로구단들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행보가 이어지지 않는 데 있다. 프로리그 발전과 마케팅 확장으로 연결하는 적극적 투자의 부재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샐러리캡(팀별 연봉 총액 상한선)' 인상 논의다. 여자배구 프로구단들은 FA 협상 시기가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아직도 샐러리캡 인상 폭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남자배구 프로구단들의 빠른 대폭 인상과 크게 비교된다. 남자 프로배구는 지난해 12월 19일 KOVO 이사회에서 샐러리캡 인상안을 확정 발표했다. 다음 시즌인 2020-2021시즌부터 샐러리캡을 현재 26억 원에서 31억 원으로 대폭 인상한다. 그뿐이 아니다. 2021-2022시즌은 36억 원으로 인상하고, 2022-2023시즌은 41억5천만으로 인상한다.
특히 2022-2023시즌은 옵션 캡(16억6천만 원)까지 도입하면서 실질적인 샐러리캡이 58억1천만으로 대폭 확대된다. 샐러리캡 검증과 처벌 시스템도 함께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자배구 프로구단들은 다음 시즌인 2020-2021시즌부터 샐러리캡과 옵션을 모두 포함해서 총 20억 원으로 정하자는 주장과 20억 원보다 높게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또한 샐러리캡 검증과 처벌 시스템도 당장 다음 시즌부터 도입하자는 주장과 남자배구처럼 유예 기간을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KOVO와 배구계 일각에선 여자배구 샐러리캡이 남자배구보다 너무 낮으면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자배구의 올 시즌 V리그 흥행 기여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7일 KBO가 발표한 2020시즌 프로야구 선수 연봉 현황을 살펴보면, 선수 1명의 연봉이 20억 원이 넘는 선수가 5명이다. 최고 연봉 선수는 25억 원이다. 물론 시장 규모와 경기수 등에서 프로야구가 여자 프로배구보다 크게 앞선다. 때문에 연봉 규모를 비슷하게 맞출 수는 없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평균시청률 1위의 여자배구의 샐러리캡(현재 14억)이 프로야구 선수 1명의 연봉보다 적은 부분은 어쩐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여자배구의 위상이 과거가 비교해 훨씬 높아진 것을 감안할 때 지금보다 훨씬 높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배구단 투자에 인색한 여자배구
▲ 코로나19 영향 직전, 여자배구 '관중 폭발'... 평일임에도 '만원 초과' 관중인 4156명이 운집했던 장충체육관 (2020.1.16) ⓒ 박진철 기자
일각에선 남자배구 선수들의 높은 연봉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남자배구 상위권 프로구단들이 그만큼 배구단에 적극 투자를 한 결과다. 투자를 열심히 한 구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특히 남자배구에선 현대캐피탈 구단의 역할이 매우 컸다. 단순히 돈만 쏟아붓는 개념에서 벗어나 스포츠 마케팅과 수익 구조 개선 차원에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왔다. 이는 전 세계 배구 클럽 중에서도 으뜸가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기도 한다.
높은 연봉은 어린 유망주와 부모들이 해당 종목을 선택하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학교 체육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유망주들이 운동선수를 목표로 하는 경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배구 프로구단들의 경우, 배구단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구단 이기주의 면모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여자배구는 투자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자금 여력이 있는 신생팀 창단이 더욱 필요하다.
IBK기업은행의 신생팀 창단이 산 증인이다. IBK기업은행은 '팀 수가 늘어나면, 리그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배구 유망주들이 경기를 뛸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IBK기업은행이 배구단에 적극 투자를 하면서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존 구단에게 자극을 준 측면도 있었다.
또한 여자배구 대표팀, 유소년·생활체육 배구 대회 등에도 많은 후원을 해왔다. 신생팀 하나가 창단되면,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선순환이 발생하는지를 잘 보여준 셈이다.
여자배구 구단, '투자 인색' 개선할까
사실 신생팀 창단에 있어 KOVO 총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조원태 현 KOVO 총재도 지난 2월 28일 연임이 확정되자, 첫 일성으로 "배구팬들의 염원인 신생팀 창단과 리그 선진화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4월 초에는 비시즌 동안 가장 중요하고 초미의 관심사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열린다. 특히 올해 FA 결과는 다음 시즌 팀 성적과 직결될 수 있다. 흥국생명 이재영, 김해란, 현대건설 이다영, IBK기업은행 김희진, 김수지,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문정원, KGC인삼공사 염혜선·오지영 등 각 팀의 핵심 선수들이 대거 FA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당연히 FA 협상이 개시되기 전에 여자배구 샐러리캡 문제가 먼저 확정되어야 한다. 여자 프로구단들은 다음 주 초에 간담회를 갖고 샐러리캡 관련 최종 논의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4월 7~9일 사이로 예정된 KOVO 전체 이사회에서 FA 관련 사항, 여자배구 샐러리캡 등을 최종 확정한다. FA 협상 기간은 전체 이사회가 끝나면, 바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다음 날 FA 자격 취득 선수 명단을 공시하고, 곧바로 2주 동안 모든 FA 선수들이 전 구단과 협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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