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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고공농성장 찾은 심상정 "마음 굳건히, 살아 내려오시라"

[현장] '삼성 해고노동자' 시위현장 방문... "삼성, 극한 투쟁에 빨리 응답하길"

등록|2020.03.31 18:57 수정|2020.03.31 19:26

▲ 31일 오후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가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용희씨: "(삼성이) 하루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도록,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아직도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삼성에 맞서서, 이렇게 300일 가까이 싸우는 김용희님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이 반드시 승리해서 이 싸움이 '노동이 당당한 나라'의 의미 있는 투쟁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1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한복판, 약 20m 상공에 있는 교통 폐쇄회로화면(CCTV)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씨와 심상정 대표(상임선거대책위원장, 아래 선대위원장)가 나눈 대화다. 강남역을 가로지르는 사거리인 탓에 두 명을 둘러싼 주변은 자동차 경적과 오토바이 소리, 흩날리는 소음·먼지로 가득했다.

이날 오후 4시께, 심 선대위원장은 약 300일째 강남역 철탑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해고자' 김씨를 방문했다. 출동한 119 소방 크레인을 타고 철탑 높이까지 올라간 심 선대위원장은, 김씨에게 다가간 뒤 큰소리로 "이렇게 흔들리는 철탑에서 어떻게 겨울을 나셨느냐"고 외치며 "얼마 전에 (김씨가 쓴) 흔들리는 마음이 담긴 글을 읽고 잠을 못 이룬 분들이 많다, 마음 굳건히 먹으시라"라고 응원과 지지를 건넸다.

김씨는 심 선대위원장에게 '(어떻게 겨울을 났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 그냥 하루하루가 희망 고문이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갈라진 목소리였다. 그는 또 "이번에 정말 많은 위성정당이 만들어졌는데, 정의당이 국회 의석수에 연연하지 않고 가치를 바로 세우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심 선대위원장은 "정치는 제가 책임지고 승리로 이끌 테니, 김용희님은 이 극한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살아 내려와달라"라고 부탁했다.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와 대화를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심 선대위원장은 이날 김씨와 약 10분간 고공에서 대화한 뒤 땅으로 내려와 김씨를 지지하는 동료·해고노동자 및 연대단체들과 간단한 간담회를 가졌다. 정의당에 따르면 김씨는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276일째이며, 오는 4월 4일이면 300일을 맞는 삼성해고노동자다. 지난해엔 55일간 단식농성을 해 종교단체·시민사회의 우려와 지지를 받기도 했다(관련 기사: 강남역사거리 CCTV 철탑 농성 노동자, 단식 40일째).

김씨를 만나고 내려온 심 선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마이크를 잡았으나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눈가가 충혈된 모습이었다.

그는 "삼성은 '무노조경영' 등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대표적 자본(세력)이다, 김씨는 그에 맞서 맨몸으로 노동권을 쟁취하려 극한투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빨리 이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을 걸고 하는 이 투쟁에 빨리 응답해 주길 바란다,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는 정부도 그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엔 김씨의 과거 동료로, 연대시위에 나선 조선아(49) '삼성 고공농성 공동대책위' 연대투쟁국장도 와 있었다. 조 국장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심 대표 임기가 얼마 안 남았고, 총선도 2주밖에 안 남은 걸로 안다"라며 "정치권이 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했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바쁜 상황 속에서도 투쟁 현장을 방문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절박한 마음으로 총선 승리할 것"... 간담회·1인시위 등 최전선에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와 대화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심상정 선대위원장은 이후 김씨 동료들 및 삼성생명에서 보험료를 지급받지 못했다며 피해를 주장하는 환우들, 과천 철거민 대책위원회 등 20여 명을 만나 길 옆에서 짧은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 여성은 "보험을 들고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싸우고 있다"라며 "열악한 환경에서 투쟁하며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 살려 달라"라며 눈물을 보였다. 과천 철거민 대책위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개발 지역마다 강제철거를 당하고 있다"라며 "힘이 돼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에 답하려 마이크를 든 심 선대위원장은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그는 "절박한 말씀 잘 들었다, 삶이 절박한 분들을 이렇게 대할 때마다 제가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린 뒤 "저희도 하루에도 열 번 넘게 한계를 느낀다, 여러분이 답답하고 절박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의당도 그렇다"라며 "그런 절박함·막막함으로 선거에서 꼭 승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려면 삼성 같은 재벌기업이 윤리적 기업으로 태어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며 "총선 승리로 여기 있는 여러분 삶을 지켜드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투쟁 현장을 찾은 것에 대해 "결국 정치도 국민을 살리려 하는 거 아니겠느냐, 선거보다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다고 봤다"라고 답했다. 그는 "김용희님의 투쟁은 한국사회가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싸움"이라며 "반드시 승리하도록, 또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정의당이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국민께 말씀드리기 위해 왔다"라고 말했다.

심 선대위원장은 현재 자신의 지역구(경기 고양시갑) 선거운동과 당 지지·홍보 활동을 겸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생계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 김씨와 같은 해고노동자 시위 현장을 찾는 등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는 것. 총선이 약 2주 앞으로 남은 가운데, 최근 5~7%대에 머무르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당 지지율을 견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전날(30일)엔 새벽 4시께부터 서울 구로동과 개포동을 오가는 '6411번 버스'를 타고 노동자들을 만난 데 이어, 31일엔 'n번방 사건 총선 전 입법 완료'를 외치며 1인시위를 하기도 했다. 오는 1일 오전에도 인천공항지부 사무실에서 열리는 공항 항공산업 한시적 해고 금지를 위한 정의당-공공운수노조 공항항공노동자 간담회에 참석한다. 또한 코로나19 조기 극복 및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정의당-보건의료노조 정책협약식, 총선 정책자문단 발대식 기자회견 등 일정을 줄줄이 잡아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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