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반발에도 잠실운동장 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 개장
민주당-통합당 후보 우려 표명, 서울시 "1000명 오는 일 없을 것"
▲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워크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3일부터 서울 거주 입국자들에 대해 전원 검사를 실시한다. 서울 거주 입국자는 공항에서 발열 체크를 거친 뒤 유증상자는 인천공항 선별진료소에서, 무증상자들은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해외입국자 전용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또는 해당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는다. ⓒ 연합뉴스
서울시가 3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에 해외입국자 전용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열었다. 총선을 앞둔 송파을 후보들이 반발했지만 서울시 측은 "후보들에게 오해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오전 온라인브리핑에서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전원 진단검사가 실시됨에 따라 서울 거주민들을 위해 잠실종합운동장에 대규모 입국자전용 워킹쓰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유증상자들은 공항 입국 단계에서 검사를 받되, 무증상자들 중 승용차 또는 택시 이용자들은 잠실운동장으로 일괄 안내해 검사를 받게 한다는 방침이었다.
미래통합당 배현진 후보는 연이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인천공항 내 외국인입국자용 진료소가 한산하다는데 매일 1000명, 대대적인 잠실 이송작전을 펼치는 게 납득이 되겠냐"며 "박원순 시장님, 서울시 예산은 땅 파서 나오나 봅니다"라고 비꼬았다.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각 자치구 선별진료소 인력들을 끌어모아서 서울 동편에 대규모 진료소를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 '보여주기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두 후보 모두 검사를 마친 뒤 집으로 귀가할 인원들 상당수가 종합운동장 인근 식당 등을 이용할 경우 지역주민들이 느낄 불안감을 지적했다.
최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을 찾아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을 면담하고 계획 재고를 요구했다. 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행보다.
이 때문에 서울시 내부에서도 한때 잠실운동장 진료소 규모를 축소 운영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원안이 관철됐다.
서울시는 "해외 입국자중 유학생 등 강남3구 출신들의 비중이 많아서 이들을 잠실운동장 서문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로 안내를 유도한 것인데 박 시장의 브리핑 과정에서 정확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서정협 부시장은 "예를 들어 서울 서부의 구로나 양천구에 사는 분들까지 구태여 송파구까지 와서 검사를 받으라는 뜻이 아니다. 1000명이라는 숫자도 일일 최대 검사 가능 인원을 얘기한 것이지, 실제로 그 정도의 인원이 매일 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검사를 마친 입국자들에게 자가격리를 엄격히 지켜달라는 방침을 전달해 진료소 인근 시설을 방문하는 일도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선거 바람이 행정을 무너뜨린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1월말 중국 우한에서 일시귀국한 교민들을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격리수용할 때 지역민들의 반대 여론이 증폭된 과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그때도 논란이 컸지만 아무 문제가 없지 않았나? 시 차원에서 정부 일을 거들어주려고 한 것인데, 선거 앞두고 정치 선동을 해서 지역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시키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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