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말은 사람과 사람의 뜻을 통하는 것이라."

[김삼웅의 '한글운동의 선구자 한힌샘 주시경선생' / 40회] 1910년 6월 보성중학 회보에 <한나라말> 실어

등록|2020.04.07 21:42 수정|2020.04.07 21:42
 

한글회관 앞의 주시경 선생 흉상한글회관 앞의 주시경 선생 흉상 ⓒ

주시경은 1910년 6월 보성중학 회보에 「한나라말」이란 짧은 글을 실었다. 국치를 내다보면서 나라의 말을 지키자는 의도였다. 전문을 소개한다.

말은 사람과 사람의 뜻을 통하는 것이라.

한 말을 쓰는 사람과 사람끼리는 그 뜻을 통하여 살기를 서로 도와주므로, 그 사람들이 절로 한 덩이가 되고, 그 덩이가 점점 늘어 큰 덩이를 이루나니, 사람의 제일 큰 덩이는 나라라.

그러함으로 말은 나라를 이루는 것인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마다 그 말을 힘쓰지 아니할 수 없는 바니라.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니, 이지러짐이 없고 자리를 반듯하게 잡아 굳게 선 뒤에야 그 말을 잘 지키나니라. 글은 또한 말을 닦는 기계니, 기계를 먼저 닦은 뒤에야 말이 잘 닦아 지나니라.

그 말과 그 글은 그 나라에 요긴함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으나, 다스리지 아니하고 묵히면 더거칠어지어 나라도 점점 내리어 가나니라. 말이 거칠면 그 말을 적는 글도 거칠어지고, 글이 거칠면 그 글로 쓰는 말도 거칠어지나니라.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지고, 말과 글이 다스리어지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도 다스리어지나니라. 이러하므로 나라를 나아가게 하고자 하면 나라 사람을 열어야 되고, 나라 사람을 열고자 하면 먼저 그 말과 글을 다스린 뒤에야 되나리라.

또, 그 나라 말과 그 나라 글은, 그 나라 곧 그 사람들이 무리진 덩이가 천연으로 이 땅덩이 위에 홀로 서는 나라가 됨의 특별한 빛이라.

이 빛을 밝히면 그 나라의 홀로 서는 일도 밝아지고, 이 빛을 어둡게 하면 그 나라의 홀로 서는 일도 어두워 가나니라.

우리나라에 뜻있는 이들이여, 우리나라 말과 글을 다스리어 주시기를 바라고, 어리석은 말을 이 아래 적어 큰 바다에 한 방울이나마 보탬이 될까 하나이다. (주석 11)


주석
11> 이 글은 1910년 6월 10일에 나온 『보중 친목회보』 제1호에 실린 글을 옮겨 실은 것이다. '보중'이란 '보성 중학'을 뜻한다.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한글운동의 선구자 한힌샘 주시경선생‘]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