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예 어르신이 창살에 남은 창호지를 꼼꼼히 떼 내고 있다. ⓒ <무한정보> 김두레
어느덧 완전한 봄이다. 낮이 훌쩍 길어지고, 농사를 준비하는 손길들이 분주해진다. 곧 봄비가 내리면 푸르른 계절이 올 것이다.
봄을 맞아 새로운 옷을 갈아입은 곳이 있다. 지난 2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 윤봉길의사유적지 곳곳에는 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 4명이 합을 맞춰 창호지를 떼고 붙인다.
"창호지는 직접 붙여봐야뎌유~"
창호지를 바르는 작업은 빨리 끝나는 것도, 크게 능률을 따지는 작업도 아니어서 그저 묵묵히 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깔끔하게 떼어내고 꼼꼼히 붙이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이현수씨가 간단하다는 듯 한마디 하더니 "요즘에는 대부분 전통식 문을 달아놓은 사찰 등에 작업을 해요. 건축물은 현대식으로 새로 지었어도 문은 이렇게 전통문으로 창호지를 붙인 곳도 있고요. 옛날 문은 경첩 대신 돌쩌귀로 돼 있어 문을 떼고 붙인 뒤 다시 달았어요"라고 설명을 잇는다.
창호지는 닥나무를 소재로 해 자연 채광을 은은하게 받을 수 있어 아늑하고, 습기를 머금고 뱉어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요즘에는 찢어지거나 뚫리지 않도록 아크릴 소재가 섞인 아크릴창호지나 부직포창호지도 사용한다.
이젠 전통한옥이나 문화유적지에서만 하는 작업이 됐지만, 현장에는 아직 훈훈한 옛 감성이 남아있다.
▲ 풀 바른 창호지를 잘 붙이면 새단장 완성이다. ⓒ <무한정보> 김두레
"옛날에야 집집마다 솥에 풀을 쒀 해마다 문종이(창호지)를 갈았지요. 중간중간 찢어지면 조각조각 잘라 구멍을 메웠죠. 애들이 하도 구멍을 파니까 메우고 바꿔주는 게 일이었어요"
김숙예 어르신이 꼼꼼한 손길로 창호지를 떼어내며 이야기 보따리를 꺼낸다.
"우리 집이 옛날식 집이라 여태까지 창호지를 붙이는데, 이제는 애들이 다 크고 나가 없으니 구멍 뚫릴 일도 없어 자주 바꾸진 않아요. 얼마 전 3년 만에 새로 발랐는데 새단장하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생생한 경험담은 덤이다.
"벼 이삭 훑고 나면 뭉쳐놓는 빗자루를 풀비라고 했어유. 문종이에 풀 바를 때 쓰는 거쥬. 어렸을 때는 풀비로 풀 바르는 게 그렇게 재밌었는데."
"나중에 창호지가 살짝 떨어지기라도 하면 먹다남은 밥풀로도 붙이고 그랬쥬"
어느새 추억 소환장이 된 광현당 작업현장에 '껄껄껄' 웃음소리가 퍼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윤 의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사당과 저한당, 광현당, 부흥원은 새단장을 마쳤고, 추사고택도 새옷을 입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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