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봉쇄되고 나라가 봉쇄되는 요즘이다. 난데없이 자가 격리라는 생소한 말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 은둔과 고독의 시간을 어떻게들 보내는지 안부를 묻기도 머뭇거려진다. 단체 카톡방에서 영상이나 펌 글들을 주고받으면서 위로를 삼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홀로 있어야 하는 시간. 뜻밖이고 어색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직장 동료들과 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외치던 날들이 아득하다.
그러나 성인들의 깨우침은 혼자 있을 때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독공(獨功)이다. 독공의 시간은 자기 자신과 직면하는 시간이며 내재된 자기의 참모습을 알게 되는 기회다. 예수나 부처가 그랬고 동학을 창시한 근대의 수운 최재우가 그랬다. 경주 용담정 적멸굴에서다.
현대의 큰 발자취를 남긴 위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도 혹독한 혼자의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상황의 급진적 변화를 위해 은둔의 시간을 일부러 만든 경우들도 많다. 산으로 간 사람들. 훌쩍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 이스라엘의 히브리대 교수인 유발 하라리도 혼자의 시간 갖기로 유명하다. 방학 때가 되면 꼭 묵언 수행으로 유명한 위빠사나 수련 센터에 간다고 한다. 멈춤과 고요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절대 자아와 대면하는 시간이다.
오늘 우리는 코로나19 덕분에 '쉼'이라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 이렇게 지루할 정도로 한가한 시간을 가졌던가. 눈 뜨고 일어나서 잘 때까지 그 많은 약속, 그 많은 자질구레한 일들에 치여 하늘 한 번 쳐다볼 시간이 제대로 있었던가?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번 여유롭게 할 시간이 있었던가? 어린 자식이랑 농담 따먹기 장난질로 한나절을 보낸 적이 있었던가?
세계적으로 공기 오염이 극심한 인도 뉴델리 시민들이 도시 봉쇄령 이후에야 하늘이 원래 파랬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는 신문기사가 놀라울 지경이다.
학교나 회사만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지나놓고 보면 별 의미도 없는 일들에 논쟁하고 다투고 소유하고 고민하던 시간들도 이제는 쉬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방향은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미친 듯이 내달리기만 하던 일상을 멈추게 되었다는 점을 떠올리자. 이 은둔의 기간이 내 삶에서 어떤 위대한 창조성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을지 각도를 달리해서 생각해 보자.
미처 챙기지 못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고마웠던 분들, 사과하지 못했던 분들, 사기만 하고 읽지는 못했던 책들. 하나씩 떠올려보자.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생각이야 했으나 정작 실행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해 보자. 산책, 운동, 집안 대청소, 명상도. 단식을 해봐도 좋을 것이다. 단전호흡은 어떤가?
내달리기만 하던 자신의 발자국들이 뒤돌아 보일 것이다. 삶에서 진정으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떠오를 수도 있다. 거짓과 허풍이 낯 뜨겁게 들여다보이고 진실과 우상이 구별될 것이다.
똑같은 아침 기상, 서둘러 먹던 아침 식사, 문자와 전화 통화와 유튜브 보느라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르던 스마트폰도 멀찍이 밀어 놔 보자. 이 반복들을 멈추었다는 사실을 경이롭게 바라보자.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들을 즐겨보자.
자가 격리. 이것은 저주가 아니다. 불편이 아니다. 이것은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것과 만날 수 있다. 반복되는 경험, 습관된 생활에서는 새로운 것이 결코 나타나지 못한다.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낼 절호의 순간이 왔다고 암시해 보라.
이왕 외출을 절제하고 만남을 절제하고 있는 바에야 호흡을 절제를 해 보면 어떨까? 길고 가늘고 고른 숨쉬기를 해 보면 어떤가 이 말이다. 호흡을 관찰해 보자. 들숨과 날숨의 통로와 감각들을 주목해 보자. 새로운 경지를 만날 수 있다. 가장 긴박한 생명의 통로가 숨이다. 그 숨을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제 기회가 왔다. 내 숨을 들여다볼 기회다. 숨의 절제를 의식의 절제, 생각의 절제로 이어가 보자. 멈춤의 신비를 맛보자. 움직임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감각을 멈춰 보자. 전혀 몰랐던 새로운 경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선승들이 동안거와 하안거를 통해 선방에서 한 계절을 보내는 시간은 멈춤의 시간이다.
음식을 멈추는 것이 단식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는 말이 있다. 혀의 유혹에 내 몸을 내맡겼던 시간을 멈추고 배가 요청할 때만 음식을 마주하자. 잠시도 쉬지 못했던 내 위장이 비로소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활성산소의 발생이 중단될 것이다. 몸이 재구성될 것이다. 성가신 질병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몸의 면역체계가 왕성해진다. 질병과 싸우는 몸의 내성이 강화된다. 음식의 멈춤이 가져오는 현상들이다.
그럼으로써 지구도 잠시 쉴 수 있게 해 보자. 시 한 편 소개한다.
<정지의 힘>
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르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그러나 성인들의 깨우침은 혼자 있을 때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독공(獨功)이다. 독공의 시간은 자기 자신과 직면하는 시간이며 내재된 자기의 참모습을 알게 되는 기회다. 예수나 부처가 그랬고 동학을 창시한 근대의 수운 최재우가 그랬다. 경주 용담정 적멸굴에서다.
오늘 우리는 코로나19 덕분에 '쉼'이라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 이렇게 지루할 정도로 한가한 시간을 가졌던가. 눈 뜨고 일어나서 잘 때까지 그 많은 약속, 그 많은 자질구레한 일들에 치여 하늘 한 번 쳐다볼 시간이 제대로 있었던가?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번 여유롭게 할 시간이 있었던가? 어린 자식이랑 농담 따먹기 장난질로 한나절을 보낸 적이 있었던가?
세계적으로 공기 오염이 극심한 인도 뉴델리 시민들이 도시 봉쇄령 이후에야 하늘이 원래 파랬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는 신문기사가 놀라울 지경이다.
학교나 회사만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지나놓고 보면 별 의미도 없는 일들에 논쟁하고 다투고 소유하고 고민하던 시간들도 이제는 쉬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방향은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미친 듯이 내달리기만 하던 일상을 멈추게 되었다는 점을 떠올리자. 이 은둔의 기간이 내 삶에서 어떤 위대한 창조성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을지 각도를 달리해서 생각해 보자.
미처 챙기지 못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고마웠던 분들, 사과하지 못했던 분들, 사기만 하고 읽지는 못했던 책들. 하나씩 떠올려보자.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생각이야 했으나 정작 실행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해 보자. 산책, 운동, 집안 대청소, 명상도. 단식을 해봐도 좋을 것이다. 단전호흡은 어떤가?
내달리기만 하던 자신의 발자국들이 뒤돌아 보일 것이다. 삶에서 진정으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떠오를 수도 있다. 거짓과 허풍이 낯 뜨겁게 들여다보이고 진실과 우상이 구별될 것이다.
똑같은 아침 기상, 서둘러 먹던 아침 식사, 문자와 전화 통화와 유튜브 보느라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르던 스마트폰도 멀찍이 밀어 놔 보자. 이 반복들을 멈추었다는 사실을 경이롭게 바라보자.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들을 즐겨보자.
자가 격리. 이것은 저주가 아니다. 불편이 아니다. 이것은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것과 만날 수 있다. 반복되는 경험, 습관된 생활에서는 새로운 것이 결코 나타나지 못한다.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낼 절호의 순간이 왔다고 암시해 보라.
이왕 외출을 절제하고 만남을 절제하고 있는 바에야 호흡을 절제를 해 보면 어떨까? 길고 가늘고 고른 숨쉬기를 해 보면 어떤가 이 말이다. 호흡을 관찰해 보자. 들숨과 날숨의 통로와 감각들을 주목해 보자. 새로운 경지를 만날 수 있다. 가장 긴박한 생명의 통로가 숨이다. 그 숨을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제 기회가 왔다. 내 숨을 들여다볼 기회다. 숨의 절제를 의식의 절제, 생각의 절제로 이어가 보자. 멈춤의 신비를 맛보자. 움직임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감각을 멈춰 보자. 전혀 몰랐던 새로운 경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선승들이 동안거와 하안거를 통해 선방에서 한 계절을 보내는 시간은 멈춤의 시간이다.
음식을 멈추는 것이 단식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는 말이 있다. 혀의 유혹에 내 몸을 내맡겼던 시간을 멈추고 배가 요청할 때만 음식을 마주하자. 잠시도 쉬지 못했던 내 위장이 비로소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활성산소의 발생이 중단될 것이다. 몸이 재구성될 것이다. 성가신 질병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몸의 면역체계가 왕성해진다. 질병과 싸우는 몸의 내성이 강화된다. 음식의 멈춤이 가져오는 현상들이다.
그럼으로써 지구도 잠시 쉴 수 있게 해 보자. 시 한 편 소개한다.
<정지의 힘>
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르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신문>에도 다음 주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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