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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르포 기사' 그 이후... 전염병에 의해 심어진 '공포'와 '혐오'

이주민센터친구 특별 기고

등록|2020.04.14 18:09 수정|2020.04.14 19:38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차별의 민낯 증언대회지난달 3월 20일 이제호 변호사(가장 왼쪽)가 중국 동포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이환희


얼마 전, 외국인 '주민'들을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하는 서울시·경기도 정책에 대해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이 제기되었다. 또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외국인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적마스크 구입에서 배제되어 해당 외국인들을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지자체·민간의 지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실상이다.

바이러스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전염병 극복의 사회적 지원에서 외국인을 배제하고 있다. 그런데 마스크와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차별뿐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병원균과 같은 취급을 당하며 숨죽이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림동 사람들이다.

대림동 르포 기사로 시작된 코로나발 중국인 혐오

1월 말 코로나19의 공포가 우리 사회를 휩쓸기 전부터 이미 중국동포·중국인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모 언론에서는 '대림동의 주민들이 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을 하는 등 위생불량 매우 심각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다. 그 내용은 더 당혹스럽다. '중국인 또는 화교처럼 보이는 사람 중 마스크를 착용하는 비율이 낮았다', '중국인이 구매한 마스크는 재판매 목적으로 추정된다'라는 등 아무런 근거 없는 내용의 표현이 이어졌다. 그 외에도 '전통시장 '위생' 점검하는 공무원에 "왜 중국인 건드려?" 난리친 상인'이라는 제목으로 마치 중국인과 중국동포 사회 전체가 코로나19의 방역에 반발을 하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기사도 버젓이 올라왔다.

고맙게도 많은 언론에서는 이런 혐오·차별에 근거한 언론보도에 대해 비판기사를 많이 내주었다. 그러나 한 번 퍼진 중국인·중국동포에 대한 혐오와 근거 없는 공포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전염병이 중국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대림동에 중국인들이 많이 있고, 그러니까 중국인 밀집지역은 위험지역"이라는 논리는 이미 대중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대림동 중국동포들의 혐오차별 증언

그러던 중 지난 2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 주도로 구로구·영등포구의 중국동포단체 및 지역주민 활동가, 중국동포 주민, 교사 등이 참여한 비공개 간담회자리가 열렸고 그 공간에서 중국출신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즐겨 찾던 식당을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특별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일하던 곳에서도 이제 그만 나오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주변에서도 우리 들을 고위험군으로 취급하고 있다.' 등 일상에서 접한 혐오와 차별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하였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런 혐오의 이야기가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는 비단 중국출신자 출신 배경 청소년뿐 아니라 선주민 청소년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학교현장에서는 '중국인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거나 급식을 먹는 것도 불안하다', '중국인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면 우리 아이는 보내지 않겠다'라는 항의, 노골적인 혐오와 차별을 보이는 사례들이 존재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포와 혐오가 일부 학부모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녀에게도 그대로 전염된다는 점이다.

중국출신 청소년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의 한 선생님은 '우리는 아이들의 통합과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인권감수성을 높이고 서로를 배려하는 수업들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아이들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어른들의 혐오와 차별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아이들은 SNS에서 중국으로 돌아가, 너 코로나니까 위험해 오지마 라는 이야기를 하고 중국출신 아이들은 그 안에서 저항하지 못한 채 혐오와 차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는 이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는 거의 이야기가 되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중국동포 학부모도 '우리 아이들이 SNS에서 코로나 때문에 학교 오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이런 공격을 받을 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였다. 그동안 짱깨, 다문화라고 불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코로나'로 불리면서 놀림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와 관련한 중국출신자 혐오는 그 무엇보다 건강과 생명의 위협으로 인한 공포심에서 나오는 혐오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혐오에 더 큰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가장 서글펐던 점은 중국출신자들이 자신들에게 하는 혐오와 차별의 경험과 증언보다도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전염병 예방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우리 스스로도 확진자가 나왔을 때 어떤 공격을 받게 될지 잘 안다'는 이야기, '지역사회와 당사자 차원에서 협조를 하겠다', '아이들이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강조했다는 것이다.

혐오 뒤에 숨어있는 공포심, 혐오 대상자에게 주어지는 공포심

간담회는 중국출신자들이 현재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혐오와 차별, 부당에 대우에 대한 분노를 토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①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혐오를 두려워해 '우리(중국출신자)는 해악을 끼치지 않고 바이러스도 아니라는 사실, 이 사회에 협조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역설하고 ② 자신들의 자녀들이 겪을 정신적 고통과 차별을 걱정하는 자리였다. 코로나로 인한 중국출신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현재 혐오의 피해자가 그에 대한 분노를 느낄 여지도 없이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바이러스로 낙인찍힐, 나아가 그 낙인이 내 아이들에게 찍힐 거라는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감염병 사태의 극복을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연대하고 협력해야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건강보험료 경감혜택에 외국인도 포함시킨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과 공포심은 이런 예방 노력의 발목을 잡을 것이며 소수의 집단을 혐오하고 바이러스로 낙인을 찍어 우리의 공포심을 한 곳에 몰아 놓는 것은 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반대로 연대·신뢰로 공포심을 극복하고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코로나19극복 대책에 외국인도 함께 참여하게 하여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혐오 뒤에 숨어있던 공포심을 이기고 이 위기를 건강하고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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