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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남도는 지금, 연둣빛 세상입니다

연둣빛 신록으로 눈과 머리와 마음 구석구석을 씻어 보시길

등록|2020.04.20 08:16 수정|2020.04.20 09:39

▲ 새로 돋아난 잎들이 아기 손처럼 보드랍습니다 ⓒ 임영열

 

▲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원길이 한가합니다 ⓒ 임영열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欲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이양하의 수필 '신록예찬' 중에서)
 

학창 시절엔 별 의미도 모른 채 단순히 시험 보기 위해 읽었던 이양하의 수필, <신록예찬>중의 한 구절입니다.

어른이 된 후에도 매년 신록의 계절이 되면 다시 읽어 봅니다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휩쓸고 있는 올해는 더욱 그러한 거 같습니다.
 

▲ 광주천변의 수양버들이 파란 털실을 늘여놓았습니다 ⓒ 임영열

 

▲ 광주공원 성거사지 5층 석탑에 봄이 내려 앉았습니다 ⓒ 임영열

 

▲ 광주의 도심에 있는 최부자집의 널따란 앞마당에도 파릇한 풀포기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 임영열

   

▲ 광주 사직공원에 있는 사직단입니다 ⓒ 임영열

 

▲ 혼란스러운 인간사 아는지 모르는지 비둘기 한 마리가 한가로이 봄날의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 임영열

 

▲ 평소 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는 무등산 길도 한가합니다 ⓒ 임영열

 
강도 높게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니라고들 합니다만, 잠깐 눈을 들어보면 세상은 지금 온통 연둣빛 봄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광주천변 실버들, 공원의 석탑, 교외의 논과 밭, 도로변 가로수... 어디를 봐도 연한 초록 빛깔 세상입니다.
 

▲ 광주 원산동에 있는 왕버드나무에도 여린 새순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 임영열

 

▲ 광주 교외의 한 농부가 밭갈이를 시작으로 봄 농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임영열


사람들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곳을 찾아 느릿느릿 거닐며 신록으로 눈을 씻고, 머리를 씻고, 갑갑한 마음 구석구석 하나하나 씻어 보는 건 어떨까요.

​​​​연둣빛 신록과 함께 하며 욕망(欲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이 하나하나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남도는 지금, 찬란한 연초록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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