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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형 노인일자리 참여 노인도 노동자다

코로나 19와 노인 노동... 휴업급여 받지 못하는 노인일자리 참여자

등록|2020.04.21 16:12 수정|2020.04.21 16:16
"휴업 급여 받을 수 없나?"
"네? 받으실 수 없어요. 어르신은 유급 자원봉사자이거든요."

노인일자리 하는 김재석(가명·남·78) 어르신은 코로나19로 일자리가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한 달 수입 27만 원이 줄자 공과금을 내지 못한다. 답답한 마음에 사회복지사에게 혹시나 해서 휴업급여를 문의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됐다. 노인빈곤을 완화하기 위해서 소득을 보충하고, 활기찬 노후가 목표이다. 2020년 기준 노인일자리 사업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공공형과 민간형이다.

공공형은 사회서비스를 취약계층 또는 공공시설(지역아동센터, 장애인시설 등)에 제공한다. 월 30시간 일하고 27만 원을 받는다. 민간형은 다시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여기서는 시장형 사업으로 표현한다. 1인당 1년에 최대 250만 원을 인건비로 받고 성과에 따라 추가 임금을 받는다. 시장형은 연중무휴 운영되고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다.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을 노동자로 볼 것인가, 유급 자원봉사자로 볼 것인가는 16년째 논란이다. 보건복지부는 판단을 유보하다가 2016년 방침을 정리했다. 시장형 참여자는 노동자, 공공형 일자리 참여자는 유급 자원봉사자. 한 달 일하고 받는 돈의 명칭은 시장형은 급여, 공공형은 활동비라고 부른다. 시장형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만 공공형 일자리 참여자는 상해보험에 가입한다.

공공형 일자리 참여 어르신이 노동자가 아니라 유급 자원봉사자가 맞는지 근로기준법 정의와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검토하자.

근로기준법 제14조는 근로자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

어르신들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목적이 돈을 위해서인지, 돈보다는 사회기여와 보람을 위해서인지 확인하면 된다. 100명의 어르신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무급으로 자원봉사 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모든 어르신이 다 안 하신다고 했다.

"노인일자리 참여 이유가 생계목적이거나 최소한의 금액이 필요해서 참여하셨나요?"

모든 어르신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법원은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종속성을 근거로 삼는다. 사용종속성에는 지휘명령 요소, 임금 요소, 자영업자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 운영안내를 세 가지 요소에 대입해 보자.

첫째, 지휘명령 요소.

참여자 담당업무는 수행기관(대한노인회,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등)과 참여자의 업무계약을 통해서 결정된다. 참여노인은 선발된 이후에 사업참여계약서(참여조건합의서)를 작성하게 된다. 여기에 계약일자, 계약기간, 보수, 근무 장소, 주요 담당업무 등의 상세한 내용이 포함된다. 또 공식화 된 업무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을 준수할 책임이 수반된다. 출·퇴근, 지각 및 조퇴 등의 근무상황이 근무관리대장에 의해 관리되며 업무와 관련된 지시를 불이행하였거나 결근, 지각 및 업무태만에 대해서 시정명령이나 제한조치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복무 및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따른다.

둘째, 임금성 요소

어르신들은 공공형 일자리 참여 동기가 생계 수단이라고 대답했다. 한 달 27만 원이 생계 수단이든 보건복지부의 말처럼 소득보충이든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제도를 설계한 보건복지부의 뜻은 중요하지 않다.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어르신들 생각이 우선이다.

셋째, 자영업자적 요소

어르신이 제3자를 고용하여 대신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은 지원 사업비로 구입하고, 사업단 중단 또는 종료 시 해당 사업단의 자산대장상 구입연도로부터 3년차 미만 자산은 지자체로 반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로 볼 수 없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2020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 운영안내를 통해 어르신 선발, 참여자격, 복무규정, 급여, 장소, 활동관리를 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기준으로 보면 공공형 노인일자리 참여 노인도 노동자다.

코로나19로 2월 중순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이 중단되었다. 김재석 어르신은 당장 생계가 어려워 서울시 긴급 재난 생활비를 신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제외 대상이기에. 낙담한 김재석 어르신에게 누군가 말했다.

"휴업급여 신청해 봐. 장애인 일자리는 급여 70%가 휴업급여로 나온대."

그 말을 듣고 김재석 어르신은 사회복지사를 찾아와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공공형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의 노동자성이 인정됐다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은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며 "정부가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모범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기본조건으로 노인 일자리사업 참여 어르신들의 노동자성을 확실히 인정해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한국비정규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지 '비정규노동' 5-6월호 (4월27일 발행)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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