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일자리 위기 돌파구 될까

정부 일자리 지키기 총력전 선언... "방향은 긍정적, 구체성·규모 보완해야"

등록|2020.04.22 20:39 수정|2020.04.22 20:39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자동차 등 기간산업 지원 및 고용 안정 지원을 위해 '85조원+α' 규모의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안정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4차례의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총 150조원에 달하는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5차 회의에서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35조원의 추가 금융지원, 10조원의 긴급고용안정 지원 등 총 85조원 규모의 대책이 추가됐다.

그만큼 코로나19가 불러올 경제 위축과 이에 따른 고용 충격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회의에서 "지금은 위기의 시작단계로 기업의 위기와 함께 고용한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라며 "겪어보지 못한 고용충격이 더 광범위하게 더 오랫동안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발표된 대책의 초점은 일자리 지키기에 집중 됐다. 일자리 지키기 없이는 경제 위기 극복도 없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기간산업 지원에 40조원, 대기업 특혜 우려도

정부는 우선 코로나19로 일시적인 경영난에 빠진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총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위기에 빠진 기간산업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고 일시적인 유동성도 공급하기로 했다. 또 필요한 경우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해주거나 직접 출자하는 등 가능한 방식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대상은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전력·통신 등 7개 업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경제에 영항이 큰 기간산업이 무너질 경우 해당 업종은 물론, 전후방 산업까지 도미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조기에 경영 불안을 해소해 위기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과 기업 실적 악화가 이어진다면 대량 실업 발생 가능성도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을 통해 일자리 기반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대기업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 지원 시 고용 유지, 정상화 이후 이익 공유 등 전제 조건을 달았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은 임직원 보수 제한, 주주 배당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 자구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대신에 지원받는 기업들에 상응하는 의무도 부과할 것"이라며 "고용안정이 전제되어야 기업 지원이 이루어지며, 임직원의 보수 제한과 주주 배당 제한, 자사주 취득 금지 등 도덕적 해이를 막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위기 극복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재벌가나 대주주들이 독식하지 않도록 국민들과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추후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의 주가가 회복할 경우 그 이익을 정부가 회수할 방침이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금에서 발행하는 기금채권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가 보증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안전망 강화에 35조원 추가 투입한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기간산업 외에도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과 기업들을 위한 35조원 규모의 추가 금융 지원 방안도 내놨다. 소상공인 긴급 대출 자금 등의 소진에 대처하고 기존 지원 대책에서 소외된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는 앞서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100조원 상당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과는 별개다.

이에 따라 기간산업 지원을 포함해 정부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에 지원하는 규모는 175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상공인 자금지원 2단계 프로그램 10조원, 한국은행의 유동성을 활용한 회사채·기업어음·단기사채 매입 20조원 등의 지원을 통해 기업을 지켜 낼 수 있도록 금융 안전망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에는 286만명의 노동자에게 총 10조1000억원을 지원하는 고용안정대책도 포함됐다. 올해 일자리 예산 25조5000억원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홍 부총리는 "2019년 연간 실업자 115만명의 2.5배인 286만명 근로자를 지원하는 과감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판 뉴딜'... 공공부문 일자리 50만개 만든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요건을 '유급휴직이나 휴업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서 무급휴직 및 휴업 기업'으로 완화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또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항공 지상조업 분야, 면세점, 전시업 등을 추가해 지원 대상 폭을 넓히기로 했다.

또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지급한다. 총 1조5000억원 규모로 93만명에게 3개월간 50만원씩 지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50만 개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각 부처에 '한국판 뉴딜' 추진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대규모 국가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단지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할 기획단을 신속히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단기적 고용 충격 해소를 넘어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준비하는 혁신 산업 분야의 마중물이 될 대규모 국책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한국판 뉴딜의 내용에 대해 "예를 들어 디지털 국가로의 전환에 맞춰서 디지털 뉴딜이 될 수 있다"라며 "비대면 서비스산업 육성이나 생활 SOC를 포함한 확장된 개념의 SOC 뉴딜이 포함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용안정대책에 소요되는 예산 마련을 위해 예비비 등을 활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조달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8000억원은 우선 예비비와 기금 변경 등 가용재원을 활용해 즉시 집행할 계획"이라며 "나머지 9조3000억원은 추가로 마련하는 추경에 반영하겠다"라고 밝혔다.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집행 방안 빨리 나와야"

이날 발표된 정부의 대책에 대해 일자리 안정이라는 방향 자체는 진일보했지만 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지원 규모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학)는 "지금까지 긴급재난지원금에만 매몰돼 있던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2차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만들고 긴급고용안정대책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기간산업기금의 경우 재정을 직접 투입할지, 금융지원을 할지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과 기준이 빨리 나와야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집행을 신속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위기의 양상에 따라 40조원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면서 "특히 3개월 동안 50만원씩 지급하는 고용안정지원금과 추가 금융지원 규모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의 수에 비해 부족해 충격을 완화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라며 과감한 재정 집행을 주문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