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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사퇴...재보궐 비용 부산시 부담, 이건 뭔가요?

[정치 잡학다식1cm] 2018년 시의원 포함 131억 사용... "선거범죄 아니어서 반환 근거 없어"

등록|2020.04.24 17:49 수정|2020.04.24 17:58
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편집자말]

부산시장의 한숨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성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3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직원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사퇴했다. 이로써 부산시민들은 내년(2021년) 4월 7일, 임기 1년짜리 새 시장을 다시 뽑게 됐다.

1년가량의 시정 공백이 가져올 혼란도 크지만, 보궐선거에 드는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청이 부담한 금액은 131억 원가량. 이는 선거 보전 비용 57억과 시의원 선거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 보궐선거에 수십억 이상 드는 건 맞지만, 정확한 금액은 지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277조에 따라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경비를 국가가 내지만, 지방선거의 경우는 지자체가 선거 비용의 대부분을 맡는다. 재보궐 선거 비용 역시 해당 지자체의 몫이므로 이번 부산시장 보궐 선거는 부산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는 곧 341만 부산시민의 부담이기도 하다.

공직선거법에 비용반환 내용 있지만...

선출직 공직자가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끝에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의 사퇴로 그해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226억 원이 들었다. 이는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이고, 각 후보들이 선거를 위해 쓴 돈은 이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당선 무효가 될 경우 지원받았던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오 전 시장과 같이 개인의 문제로 사퇴하는 경우 선거비용 반환의 의무가 없다.

지난 2019년 성폭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도 앞서 2018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선거비용을 반환하진 않았다.

부산시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265조의 2에 비용반환 내용이 있지만, 이번 일의 경우 선거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 보전 비용을 반환받을 근거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선출직 공무원의 자진 사퇴로 발생하는 재보궐선거 비용에 대해 해당 후보와 당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인영 "오거돈 강제추행 피해자와 국민께 깊은 사과"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4일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태와 관련, "피해자와 부산시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 남소연


지난 2015년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러한 이유로 당내 관련 조항을 마련하기도 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규정을 들어 2021년에 있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을지는 불명확하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2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 시민들께 반성하고 자숙할 시간을 가져야지, 재보궐 선거를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채 2년도 되지 않아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오 전 시장과 관련한 다른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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